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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금탑사 등록일 : 2008-12-19 11:40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팔영산의 능가사와 천등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금탑사는 고흥의 명찰이다. 특히 아름드리 거목들이 항상 푸름을 지키고 있는 금탑사의 비자나무 숲은 고흥에 숨겨진 보석이다. 바람에 실린 풍경 소리가 마중을 나오는 사찰 여행에서 거친 숲을 만나는 기쁨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나는 일이다.
◆비자나무 운치가 가득한 명찰 금탑사
아스팔트 길이 30℃에 가까운 무더위에 이글이글 타기 시작하면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올 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하게 된다. 강이나 산으로, 또는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오는 여행이 목적이라면 녹음 우거진 산사로의 시간 여행이 가장 즐겁다.
뭔가에 매달려서 아등바등하는 우리네 번뇌와 욕망은 산사 가는 길에 만나는 자연과 산사의 은은한 풍경과 목탁 소리, 끝없는 고요함에 훨훨 날아가버린다. 고흥의 명찰 금탑사도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히 몸을 쉴 수 있는 곳이다.
산 정상에 서면 야생 철쭉 군락 사이로 탁 트인 넓은 남해와 아래로 멀리 거금도와 녹동항 주변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등산(天燈山ㆍ554m), 그 기슭에 '사색과 향기에 취하는 또 다른 세상' 금탑사가 자리 잡고 있다.
금탑사는 고흥읍에서 7㎞쯤 떨어진 포두면 봉림리에서 임도를 1㎞ 정로 올라가면 되는데, 자동차로 올라가는 것보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기에 적당하다. 천연기념물 제239호인 비자나무 숲을 끼고 있는 길은 너무나도 운치 있고 아름답다. 명상 공동체 활동으로 유명한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이 분노와 스트레스 해소에는 천천히 걷는 것이 최고라고 했던 것처럼 경사가 완만한 숲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푸조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등이 저마다 다른 초록의 빛깔을 내며 바람에 흔들린다. 아름드리 푸른 거목들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다. 거목들이 들어찬 숲길을 걸어가면 저절로 삼림욕을 해 심신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아름드리들이 항상 푸름을 지키고 있는 비자나무 숲이 사찰 진입로를 장식하고 있다. 비자나무 숲은 금탑사 주위 13만㎡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에 3천300여 그루가 군생하고 있는 희귀 천연기념물로 모든 나무에 번호표를 붙여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금탑사의 비자나무는 사찰 창건 후 300∼400년이 지난 1700년 이후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무들은 높이가 무려 9∼14m, 둘레가 1m가 넘는 등 세월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비자나무 숲은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깊고 그윽한 비자나무 숲을 향하여 발길을 내딛는다. 비자나무 숲의 향기와 운치는 감로수 같은 청량함으로 마음을 잠시 쉬게 해준다. 비자나무는 주목과에 속하는 회갈색 껍질을 가진 나무로 사철 푸름과 함께 유익한 열매를 거두게 한다. 마치 아몬드를 닮은 비자나무 열매는 11월쯤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오랜 옛날부터 쓰여 왔다. 비자나무의 큰 쓰임새는 목재이다. 나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심재는 갈색이고, 그것을 둘러싼 변재는 황색으로 그 결이 무척 아름답고 가공이 쉬워 매우 귀한 목재로 이용되어 왔다.
비자나무 숲에서 잠시 휴식한 뒤 숲길을 따라 2분 정도 가니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금탑사가 나타난다. 창건 당시에 금탑(金塔)이 있어 '금탑사'라고 불렸던 이 사찰도 팔영산의 능가사와 마찬가지로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선조 37년(1604)에 중건했다. 그 후 숙종 18년(1692)에 또 불에 타 극락전만 남았고, 극락전 안의 괘불함에 잘 보관돼 있던 괘불탱은 보물 1344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금당인 극락전을 중심으로 삼성각, 종각, 명부전, 요사채들이 들어서 있고 마당 한가운데는 최근에 세운 세존진신사리 5층 석탑이 서 있다.
여느 고찰들처럼 건물이 화려하거나 또 가람이 크지도 않다. 극락전은 축대 형식으로 쌓은 3단 기단 위에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 막돌 허튼층쌓기의 기단 위에 덤벙 주춧돌을 놓고 배흘림이 약한 굵은 원형 기둥을 세웠다. 지붕 처마를 받치는 공포가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양식으로, 처마 곡선을 훑고 지나는 바람에 조심스레 울리는 풍경 소리가 땀과 함께 마음의 때까지 씻어준다. 송광사의 말사로 비구니들이 이루어놓은 울력의 텃밭과 다소곳한 장독대, 옹달샘처럼 흘러넘치는 감로수와 플라스틱 표주박 등도 정겨운 느낌을 마냥 자아내는 정취를 담고 있다.
비자나무 운치가 가득한 명찰 금탑사는 고흥 여행에 사색의 향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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