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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 엄마의 편지 등록일 : 2009-07-14 10:05


오늘은 한 송이 목화꽃이 되고 싶습니다.
목화의 꽃말을 아시나요? 어머니의 사랑이랍니다.
포근한 솜이불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말한 걸까요.
꽃 중에서도 목화가 제일이라는 속담이 있는데요.
겉은 보잘 것 없어도 실속 있다는 뜻이랍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양털보다 훨씬 아름다운 털을 맺는
불가사의한 나무'라고 표현했다는 목화를 보면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씨앗을 심으면 엄지손톱보다 더 큰 떡잎이 솟아나오는데
장식도 없는 단순한 모습의 떡잎은 햇빛을 받아
자기보다 멋지게 생긴 본잎을 만들어 낸답니다.
꽃이 진 자리에 다래가 맺히고, 가을걷이가 시작될 무렵이면
서서히 다래 껍질이 벌어지면서 희디흰 솜이 터져 나오는데요.
솜의 안쪽에 단단한 씨앗이 들어있어서
솜과 함께 씨앗이 밖으로 나오게 되는 거래요.
씨앗이 먼 곳으로 퍼져 갈 수 있도록 힘들게 만든 솜을
우리가 살짝 가져다 쓰는 거랍니다.
다래는 씁쓰레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물이 배어 있어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군침 도는 군것질거리였다고 합니다.

'꼭 한번 보고 싶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어릴 적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찾는 사연이 대부분입니다.
전에는 어떻게 생살 같은 자식을 버리고 갔을까…생각했는데
요즘은, 오죽하면 그랬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엄마 얼굴도 모를 때 떠난 엄마를 찾으면서 어느 딸이
엄마를 곁에 두고 엄마, 라고 꼭 한번 불러보고 싶다고 울먹이는 것을 보면서
곁에 두고 부르고 싶다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늘 곁에 있던 아들이 곁에 없으니 이제야 비로소 알 듯합니다.
자꾸만 뒤에서 엄마,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어스름 저녁이 기물어가는 시간이면
나는 진짜 묵은지 같은 엄마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 군대 보내고 군인의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목화솜 같은 어머니 사랑을 배우고 있는 겁니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도 포근한 사랑으로 아들의 곁을 지키는
목화솜이 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시기는 짧고,
훌륭한 어머니로서의 시기는 영원하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훌륭한 어머니는 못 되더라도 목화솜처럼 포근한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희망한국의새내기 이병엄마 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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