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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처증, 의부증 등록일 : 2010-09-11 22:54

의처증, 의부증 증세

‘당신, 어디야? 누구랑 있어?’이런 전화 인사에도, 상대방에게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한 주부가 찾아왔다. 주부는 불안해 하며 주저하다 말하길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왔다고 했다.
그녀는 나름 번듯한 직장과 외모의 남편으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고 결혼했었다고 말한다. 결혼 전에는 남편이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 그녀의 일정을 세세히 확인하는 줄 알았는데, 결혼 후 집 밖에도 쉽게 못 나가게 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통장, 전화 내역을 항상 확인해서 사소한 금액 차이나 친구와의 통화도 ‘이 사람과 바람난 거지? 도망가려고 돈 따로 빼놓은 거 아냐? 왜 집전화 안 받아, 무슨 슈퍼를 30분이나 가?’라며 의심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계속해서 물을 정도라고 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왜 이렇게 쪼잔하게 굴어, 알아서 할 테니 나 좀 나둬.’라며 몇 차례 반항하다 집에 갇히고 종종 맞는 일까지 생겼다고 했다. 워낙 외면상 예의 바르고 성실한 남편이고 부부간에 나이 차이가 많아, 이런 상황을 조심스레 친정에 얘기해도 ‘네가 너무 철없게 구니까 조심시키나 보지, 좀 조신하게 있어.’라며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보낸 돈까지 의심한 남편이 친정에 연락하여 ‘그 돈이 분명히 내연남에게 갔다, 알아내 달라.’라고 하는 바람에 친정 식구들도 사태를 알아차리게 되어서, 집안에 갇혀 있던 주부를 구출해온 것이라고 했다.

질투망상 행동이 동반된 증세

흔히 상대를 너무 극단적으로 사랑할 경우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병은, 여자를 사랑했음에도 상대의 정절을 의심하다 살해한 뒤 결국 자살하는 비극적 결말의 세익스피어 작품 속 주인공 이름을 따서 ‘오델로 증후군’이라 불리며 낭만적으로 포장되어 세간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본능으로서의 질투와 병적인 의처증, 의부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잠깐 남편이나 아내가 의심스럽다고 할지라도,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면 안심하는데 반해 이들은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믿음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투망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망상을 근거로 이상한 행동이 동반된다면 의처증, 의부증이라 볼 수 있다.
앞의 일화 속 남편처럼,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다른 정신질환의 경우와는 달리 타인 앞에서는 증상을 보이지 않고 평범해 보이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배우자 외에는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질투망상 증가 추세

질투망상은 대부분 35~55세 사이에 시작되는데, 최근의 사회적 요인이나 매스컴의 영향, 성 윤리 의식의 변화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Norman Cameron이란 사람은 ‘의심 많은 가짜 사회(Paranoid Pseudo-community)’란 말을 했다. 가학적인 대우를 예상하기 쉽고 불신과 의심, 질투와 시기가 많으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타인에게서 내 결점을 보기 쉽고 어떤 일에 대해 의미와 동기를 의심하기 쉬운 사회에서, 이런 환경으로 인한 좌절이 개인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을 때 망상이 생기기 쉽다고 보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현재 우리 사회와 비슷한 면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사회적 환경일수록 성장 과정에서부터 개인적, 가족적 고립을 극복하고 신뢰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일단 이 병으로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장 과정을 살펴보는 시간 필요

의처증이나 의부증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지나치게 배우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상대의 성실을 확인하는 행동으로 대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원하는 확신을 주지 않거나 심지어 외도를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강하고 독립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 내면에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상처받기 전에 상처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아직 갈등을 모르는 열애 중인 커플이라고 해도 때때로 홀로 자신의 성장 과정과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너무 묶어두려는 건 아닌지, 또 개인의 자유라며 배우자를 너무 외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이런 ‘의심 많은 가짜 사회’의 벽을 허물 첫 시작이 될 것이다.

글 : 배승민 |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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