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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 등록일 : 2013-02-27 16:17

 

 



왜 살이 찔까? 많이 먹어서? 운동 부족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이렇게 단순하다면 해법 역시 간단하다. ‘평소보다 적게 먹고, 운동하면’ 다 해결된다. 그런데 비만인구는 21세기를 넘어선 지금까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언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 잘못된 게 아닐까?

원시조상 시절부터 우리 인류가 생존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직은 바로 ‘지방’이었다. 먹을거리가 풍요롭지 못하다 보니 기근이 들거나 겨울철에 음식 얻기가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내 몸에 여분의 연료축적 창고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기근이 찾아왔을 때 끝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몸에 여분의 연료축적 창고를 많이 만들어 놓은 사람이었다. 체질적(유전적)으로 여분의 에너지를 비상식량인 지방으로 잘 바꾸어 저장해놓는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단 얘기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먹을거리는 넘쳐나고 냉장고 문만 열면 언제든 손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불과 40여 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수백만 년에 걸쳐 유전자에 각인된 이런 본능이 적응하기엔 환경의 변화가 너무 급격했다. 구석기 원시인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현대인들이 인류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21세기 환경에 맞닥뜨려지면서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응이 비만이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유전자와 21세기 환경의 부조화를 겪고 있는 ‘신인류’를 위한 다이어트 해법을 제시했던 것이 내가 2006년 출간한 졸저 였다. 그동안 칼로리에만 매달렸던 사람들에게 에 등장하는 ‘세트포인트’나 ‘렙틴저항성’ 같은 단어들은 낯설었다. 무엇보다 칼로리를 계산할 필요 없다는 도발적(?) 주장이나 지금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더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을 더 섭취해야 건강해진다는 주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연재하는 칼럼에서는 를 미처 읽지 못한 독자를 위해 신인류 다이어트의 핵심 내용과 함께 그때 미처 다루지 않은 내용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칼럼의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음식중독’이다.

대학병원에서 나와 개원가에서 비만 진료를 하다 보니 대학병원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만과 관련된 연구논문들도 열심히 찾아 읽지만 무엇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대하면서 얻은 경험보다 더 소중한 지식은 없다. 특히 탄수화물 중독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피부로 직접 체험하게 된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달고 입에 사르르 녹는’ 음식들의 공습은 렙틴과 인슐린 호르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해 음식중독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음식중독 때문에 설탕이나 밀가루음식 같은 정제탄수화물을 끊지 못하면 결국 렙틴저항성을 악화시켜 고도비만으로 가거나 당뇨병 심장병 같은 질병으로 이어진다. 무조건 정제탄수화물을 끊어야 한다고 권고하기 보다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해야 현실적인 비만치료가 된다.

비만의 원인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슐린, 렙틴, 코티솔 등 호르몬 불균형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음식중독은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보상시스템이 관여해서 마약중독과 비슷한 기전을 보인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비만치료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내장지방이나 근육내 지방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도 몸 속 조절기능을 깨뜨린다. 설탕, 액상과당, 인공첨가물을 포함한 정제가공식품, 알코올,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만성스트레스, 운동부족, 렙틴저항성, 인슐린저항성, 만성염증, 활성산소 등 비만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잘 꿰어 맞추어야 하는 퍼즐 조각 맞추기 게임과 같다. 아직도 퍼즐 조각들은 즐비하게 널려 있고 이제 겨우 반쯤 맞추었다. 물론 퍼즐을 맞추는 것은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은 아니며, 맞춘 퍼즐은 다시 엎어 맞출 수도 있다. 퍼즐맞추기 게임보다 어려운 비만의 해법을 찾아가는데 앞으로의 내 칼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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