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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기 좋은 여행지 - 소록도 등록일 : 2008-09-03 09:05
이겨내기 힘든 슬픔과 우울함이 북받친다면 소록도행 심야버스에 몸을 실어도 좋다. 남해의 여느 섬처럼 작고 아름다운 그 섬에 부는 슬픈 바람이 내 슬픔을 잠시 잊게 할지도 모르니까. 소록도는 하나의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1.5배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섬에는 우체국과 경찰서, 성당과 일곱 교회, 원불교 사원, 학교, 병원 등이 갖춰져 있다. 유난히 종교 관련 시설이 많은 것은 사람취급도 못 받았던 한센병 환자들에게 종교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보이는 비석에 큼지막하게 써있는‘한센병은 치료될 수 있다.’는 비문은 환자 자신에게 보다는 한센병에 대해 편견을 가진 우리들에게 하는 말인 것이다. 여전히 이곳 소록도에는 700여 명의 한센병 환자가 요양을 하고 있고 이들에게 종교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매일 정오가 되면 소록도 중앙교회에서는 예배가 시작된다. 자신들보다는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진실하지 못한 영혼으로 살아가는 육지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천주교 신자라면 기억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들렀던 성당도 남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성당을 지나 국립소록도 병원까지는 바다를 옆에 낀 산책로가 나있다. 섬 내에는 교통수단이 없어 걸어가야 한다.
10분 정도 걷다 보면 나타나는 병원 옆에 중앙공원이 잘 정비되어 있다. 잘 손질된 정원수와 나무, 꽃들은 아름답지만 이 공원은 일제때 일본인 병원장들이 한센병 환자들을 부려서 조성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공원 중간 중간에는 집 채 만한 바위가 놓여있는데 환자들이‘메도 (힘들어) 죽고 놓아도 (맞아) 죽는’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소록도 여행은 섬 동쪽에 있는 소록도 해수욕장에서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조그만 해수욕장에는 나무 의자가 곳곳에 있어 바다를 보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다만, 섬에서는 숙박이 안 되므로 마지막 배 시간 전에 섬에서 나와야 한다. 소록도 들어가는 녹동항은 지금 한창 공사중이다. 곧 소록도까지 연결되는 다리가 놓일 예정이라고 한다. 더 이상 소록도는 외롭지 않은 섬이다.
녹동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거나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소록도행 배가 출항하는 녹동항에 도착한다. 녹동항에서 소록도까지는 배로 5분 정도. 시간이 난다면 녹동항에서 산책로가 나있는 쌍충사가 있는 언덕에 올라가보자. 이 곳에서 바라보는 소록도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