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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마을 '케이프' 등록일 : 2008-11-21 08:58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집

ⓒ 전라도닷컴

ⓒ 전라도닷컴
이름난 관광지의 음식점이나 잠잘 곳은 거개 닮은 꼴을 하고 있기 십상이다.
모두 어슷비슷해서 선택하기가 곤혹스럽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만난 '케이프'는 주변 건물들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그 곳에 발길이 이끌린 것은 어서 오라는 아우성같은 간판이나 번쩍이는 불빛때문이 아니었다. '조용한 존재감'때문이었다.
아무에게나 손을 뻗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니 맘에 들면 우리 친구하자'고 말 건네는 느낌.
무표정하지 않고 곳곳에서 주인의 개성이 느껴진다. 돌로 지은 1층, 푸른 바닷빛과 어우러지라고 흰 색을 칠한 2층, 푸른 칠을 해놓은 나무문들, 벽에 군데군데 그려넣은 그림들과 직접 그린 손길이 느껴지는 간판...

찻집 안에 들어서면 주인과 손님의 거래관계같은 것 없이 조용히 앉았다 나가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아무렇게나 생각난 듯 의자를 갖다놓은 것처럼 테이블들의 간격과 구도는 전혀 '상업적'이지 않고 가운데는 '이곳 바닷가의 겨울이 길고 춥다'는 걸 알려주듯 적당히 녹슬고 오래된 큰 난로가 놓여 있다.
조금은 내버려둔 듯, 무심한 듯한 분위기여서 재밌어지고 편안해진다. 경직되지 말고 '니 개성대로' 놀다 가라고 부추기는 듯한 공간이다.
바다를 내다볼 창이 있으니 혼자 가도 심심하지 않겠다. 이 곳을 다녀간 이들이 보내온 사진들이 창틀위에 정답게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손님 없는데도 이 공간에 온기가 스며있는 것은 그 작은 사진들때문이었다.

ⓒ 전라도닷컴
처음엔 1층 돌집만 있었는데 작년에 2층을 올렸다.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집을 지어올린 결과이다. 한꺼번에 뚝딱이 아니라 천천히 만들어가는 집.
찻집 안이나 건물 외벽의 자유분방한 그림들은 주인 김석호씨의 친구가 그린 것.
그 그림들처럼 이 집엔 기성품들이나 대량생산의 것들이 거의 없다. 무어든 이왕이면 직접 손으로 만든 것들, 손때묻은 것들로 집을 꾸려가고 싶은 뜻에서다.
한 번 왔다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매니아들이 많은 곳이라 한다.
'그 여행지속에 그 집이 있었지' '언제 다시 한 번 가봐야지'라고 마음속에 꼬불쳐두는 집.
찻집만 있는 게 아니라 민박을 한다. 방은 17개 정도. 한 방에 든 사람들이 절로 친해지고 다정해지게 방이 작다. 혹은 아늑하다. 잠을 자는데 무어 널찍한 공간이 필요할 것인가.
'돌집 안의 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족들과 함께 자보고 싶은 방이다.
공동취사장이 마련돼 있어 식사를 직접 해먹을 수도 있다.
바다낚시 배 대여는 물론, 자전거 대여도 한다. 이집 돌벽에 줄줄이 기대어선 자전거들을 보면 내친 김에 자전거 이끌고 훌쩍 보길도 가는 배 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주소: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1205-2번지(땅끝마을 내)
전화: 061-532-5004
그외: 차 음료 등 마실거리 4000~5000원 스파게티 볶음밥 등 8000~14000원, 민박 2만~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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