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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수채화, 늦가을 여행 등록일 : 2008-11-19 08:56

늦가을과 초겨울, 그 사이 어디 즈음에 있는 호수로 갔다. 그곳은 꽤 호젓했고 적당히 운치 있었으며 이따금 고독했다. 어쩌다 후드득 새가 날갯짓을 하면 깜짝 놀란 듯 얇은 잔물결을 그리는 모습이 내성적인 사춘기 소녀 같았다. 흐르는 강이나 요동치는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잔잔한 호수. 호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봄도 여름도 아닌 바로 지금이다. 푸르른 하늘을 오롯이 담아내는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의 호수, 그곳으로 가니 잃어버린 시간들이 반겨주었다.


▲ ①④ 산정호수 ② 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명성산 ③ 허브와야생화마을 내 허브카페의 허브와플. ⑤ 늦가을 평강식물원 =사진제공 평강식물원 ⑥ 산정호수 주변엔 펜션들이 넉넉하게 들어서 있다.

"오를 만 해요" 명성산&등반 코스

명성산은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암릉과 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동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남쪽의 삼각봉 동편 분지는 억새군락지로 유명하다.

산정호수를 끼고 시작하는 비선·등룡폭포 코스가 추천 코스로, 단풍을 즐기면서 등산하기 좋다. 명성산(923m)이라는 이름은 왕건에게 쫓겨 피신하던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설에서 유래해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산정호수는 이 산의 남서쪽 기슭에 있다. 반대편인 북쪽 기슭엔 용화저수지가 있다. "여러 곳을 가봤지만 오르는 길이 다른 곳에 비해 무난하고 좋네요.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무리 없겠어요." 명성산 총 3개의 등산 코스 중 제1코스(8㎞)에 도전하고 때마침 하산하던 김옥순(48·경기도 광주)씨. "억새군락지에 억새가 많이 져서 한창 때보다는 덜하지만 발길이 적어 오히려 더 운치가 있다"고 덧붙인다.

제1코스는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차례로 지나 억새군락지까지 오른 후 다시 내려오는 코스다. 왕복 3시간30분 소요되는데 오르는 길이 완만해 남녀노소 무리 없는 코스로 통한다. 오르는 길, 비선폭포 맞은편엔 지압로나 운동시설이 있고 조망 데크와 약수터도 중간중간 '등장'해 심심하지 않다. 험한 코스와 연결된 샛길이 있으니 걷다가 지루하면 슬쩍 '갈아타기' 해볼 것. 제2코스는 왕복 10㎞ 거리로 4시간 소요된다. 억새군락지에서 더 올라가 팔각정을 거쳐 삼각봉을 '찍고' 팔각정에서 자인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자인사로 내려오는 길은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적절하게 섞여 있지만 초보들이 도전하기엔 약간 '난코스'다. 제3코스는 장장 왕복 14㎞로 총 6시간이 소요된다. 억새군락지와 삼각봉을 거쳐 명성산 정상(923m)까지 오른 후 신안고개 쪽으로 내려오는 험난한 코스다.

하지만 명성산은 평일에 경우 인근 군부대의 사격훈련으로 인해 부분 통제되는 경우가 있으니 산행 전엔 반드시 등산 가능 여부를 산정호수관광지부(031-532-6135)에 문의해야 한다. 참고로 이따금 정적을 깨는 대포 소리도 들리는데 그야말로 인근 군부대에서 나는 소리이니 놀라지 말 것!

구름다리 아래로 흐르는 폭포수, 낙천지(산정폭포)

산정호수의 물길이 폭포가 되어 시원한 물소리를 내는 곳. 올해는 가을 가뭄이 심해 앙상하게 맨살을 드러내고 말았다. 폭포 위 구름다리에 서면 발 아래로 골짜기가 뻗어 있다. 그 아래로는 한화리조트가 보인다. 안전상 이유로 개보수한 다리는 "튼튼하긴 하지만 예전보다 운치가 떨어진다"는 평이지만 폭포가 흐를 때는 시원한 물소리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혼자 걷기엔 아쉬운 호숫가 산책로

산정호수를 끼고 한 바퀴 두른 산책길은 산정호수 나들이의 백미다. 어차피 호수 한 바퀴지만 놀이공원을 기준으로 왼쪽(남쪽)으로 가면 산행하는 듯한 즐거움을, 오른쪽(북쪽)으로 가면 호수와 바짝 붙어 걷는 재미를 먼저 느낄 수 있다.

왼쪽 길, 산정폭포(구름다리) 가는 길은 탄성매트 길이 아닌 시멘트길에 흙이 덮여 있고 그 위로 낙엽들이 소복이 쌓여 그야말로 산길을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전체 산책로는 약 3㎞ 남짓 거리로 호수변을 따라 울창한 숲길이 있어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1시간이면 호수의 전경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재미있는 조각들이 가득, 조각공원

조각공원에는 국제조각심포지엄을 통해 2005년 설치돼 17점이 전시돼 있다.

호수에서 서서히 걸어 나오는 듯한 '무제'(최평곤 작)는 호수의 수면 높이가 바뀔 때마다 그 높낮이가 달라진다.

실제 자연석과 자연석을 철을 이용해 본떠 3차원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돌의 초상'(강진모 작)도 모양이 특이해 나들이객의 시선을 끈다.

대부분 모양이 특이하거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어서 시끌벅적한 놀이공원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듯한 느낌이지만 나들이객들은 조각상을 배경으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약수 한 모금 마시며 쉬어가기 좋은 곳, 자인사

산정호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자인사(慈仁寺)까지 2㎞ 산책로 구간은 남이섬 메타세쿼이아길 못지않은 운치를 누릴 수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절 입구까지 이어져 복잡한 머리 식히기엔 '딱' 좋다. 경내에 들어서면 인상 좋은 구빈복불 미륵불이 방문객을 맞는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구빈복불 미륵불은 자인사의 상징. 근엄한 표정의 미륵불이 아닌 배 볼록하게 내밀고 활짝 웃는 표정이라 누구나 웃음 짓게 한다.

신라의 혜공스님이 종로구 명륜동에서 창건한 자인사 약수는 물맛 좋기로 소문나 일부러 약수 마시러 오는 방문객들도 많다. 자인사는 궁예와 왕건의 악연을 풀고 미륵 세계 구현을 기도한다는 뜻에서 용서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문의 (031)532-6141

뜨끈뜨끈하게 지지고 싶은 날, 전통할매참숯가마

쌀쌀한 날씨엔 숯가마에서 뜨끈뜨끈하게 '지지는 게' 최고. 전통할매참숯가마는 황토로 지은 전통 한옥 펜션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 명성산 바위 능선을 등진 펜션에서 찜질도 하고 산정호수 주변의 경치도 만끽할 수 있다. 건물 뒤쪽 가마에서 직접 숯을 꺼내 제공한다. 숯을 꺼낼 때는 아궁이 앞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 쟁탈전이 심하다.

특히 40~60대 중년 단골들이 많으나 주말의 '저온' 코너는 아이들이 장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찜질 후 인공폭포 앞 모닥불에선 고구마나 옥수수(모두 1000원)도 구워 먹을 수 있다. "숯은 대체로 수요일이나 토요일에 뺀다"고. 숯 빼는 날만 '3초 삽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숯도 판매(장식용 1㎏에 1만~1만5000원 선, 구이용 15㎏ 2만5000원)한다. 숯가마는 24시간 운영. 이용 요금은 찜복 포함해 성인 8000원, 5~13세 4000원이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272번지. 문의 (031)531-6633

구경 무료, 호수전망대와 허브와야생화마을

등산로 출발지에서 자인사를 지나가면 호수 위에 뜬 나무 데크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호수전망대. 호수를 가로지르는 나무 데크 위 의자는 나들이 나온 주부들의 차지다. 부근엔 허브와야생화마을이 있다. 허름한 비닐하우스지만 들어가 사계절 야생화를 볼 수 있고 허브향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곳. 다품종 소량의 허브를 비롯해 각종 화초들을 판매한다. 허브용품 숍이나 허브카페도 비닐하우스 안에 있다. 허브카페에선 "쌀쌀해진 계절과는 상관없이 허브팥빙수와 허브아이스크림이 여전히 인기"라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주문한 지가 언젠데 아직 안 나오냐"며 성화를 부리던 60대 주부들이 한련화와 베고니아로 장식한 허브팥빙수(8000원)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뻐서 어떻게 먹느냐"며 즐거워하는 풍경. 허브팥빙수는 페퍼민트와 로즈메리 추출액을 넣어 알싸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장식한 한련화와 베고니아는 식용이라 먹어도 무방하다"고. 허브아이스크림과 함께 곁들여 내는 와플도 갓 구워내 바삭바삭하다.


늦가을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곳, 평강식물원

늦가을에 무슨 식물원이냐고? 모르는 소리다. 봄 수목원이 왕성한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라면 가을 수목원은 사색의 여유를 제공해주는 공간이다. 평강식물원에선 계절에 따라 부지런히 피고지는 5000여 종의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 33만580㎡로 그중 암석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습지원은 데크를 따라 자연생태를 관찰할 수 있어 체험학습 장소로 인기다.

현장에선 손수건꽃들이기, 솔방울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끽할 수 있다. 출출하다면 레스토랑 엘름(느릅나무)에 들러 평강약선산채정식(1인 1만원)과 약계탕(1만 2000원)을 맛보자. 평강식물원에서는 11월 16일까지 '평강 詩앗 나눔제(제2회 서희준 시인 초대전-샤론의 꽃)'가 열린다. 11월부터 3월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만 운영(연중무휴)한다. 동절기 요금은 어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문의 (031)531-7751 www.peacelandkorea.com

곳곳에 구수한 냄새 폴폴~ 산정호수 맛집들

산정호수는 먹을거리촌이 넉넉하게 형성돼 있다. 하동 쪽 주차장을 비롯해 등산로 입구 주변, 조각공원 주변, 허브와야생화마을 주변 등이다. 간판 일제 정비로 입간판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것도 산정호수 주변 상가들의 특징. 품목은 이동갈비에서부터 매운탕, 도토리묵, 닭볶음탕 등등 웬만한 메뉴는 다 있다.

이렇다 할 만큼 엄지손가락 추켜세울 만한 음식점은 없지만 푸짐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은 많다. 등산로 입구 낭만주막(031-532-6243)은 매일 아침 가마에서 만들어낸 손두부를 맛볼 수 있는 손두부전문점. 두부에 관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인은 "모든 음식에 손두부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것이나 주문해도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솥뚜껑손두부구이(1인 7000원, 2인 이상 주문 가능). 무쇠철판에 들기름 '쫙~' 두른 후 지글지글 부쳐내는 손두부의 담백한 맛이 향수에 젖게 한다. 이동갈비를 제대로 맛보려면 인근 이동갈비촌으로 가는 게 정석이지만 산정호수 주변에서도 많은 음식점들이 이동갈비를 취급한다. 등산로 골목 다리목식당(031-533-2750)은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띄는 곳. 이동갈비는 1인분에 2만2000원, 호주산을 사용하는데 양념이 적당해 그냥 먹기에도 좋고, 밥 반찬으로도 손색없다. 서비스로 주는 된장찌개도 먹을 만하다.

▲ <산정호수 100배 즐기기>
Plus info

경기북부 관광 1번지로 통하는 산정호수는 수도권 호수 중 주변의 산세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동양적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

높은 하늘과 그것을 비추는 호수 그리고 가을의 절정을 내달리는 단풍까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1925년 포천 일대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골짜기를 막아 만든 인공호수지만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자연호수 못지않다. 백두산 천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명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그에 버금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등산로가 잘돼 있어 가을이면 유원지만큼 번잡해진다. "지난 10월 명성산 억새축제 때 절정을 이루다 이젠 발길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게 주민의 설명. 평일에 찾은 산정호수는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한적했다. 산정호수는 주변 관광지도 풍부하고 유명세에 걸맞게 펜션이나 음식점들도 잘 갖춰져 있다. 당일치기는 물론 1박 2일 코스로도 부담 없다.

찾아가는 길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퇴계원IC 지나 47번 국도 이용/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의정부IC 지나 43번 국도 이용 또는 동부간선도로 의정부에서 포천 방향으로 43번 국도 이용

문의 산정호수관광지부 (031)532-6135 www.sanjunghosu.net
댓글(1)
  • 2008-11-19 08:57

    좋은곳들은 우리지역에서 너므 멀어....가까
    좋은곳들은 우리지역에서 너므 멀어....가까운 우리지역에 좋은곳을 찾아보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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