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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만난 붉고 푸른 봄 등록일 : 2010-02-11 22:47

여수에 봄이 왔다. 붉은 동백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해벽 모퉁이에 뿌리를 내린 채 피워 올린 붉은 꽃송이를 보고 있노라면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이번주는 봄을 맞으러 여수로 간다.

◆ 향일암

= 여수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향일암을 떠올린다. 향일암은 봄이면 목을 뚝뚝 부러뜨리며 지는 동백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 발길이 줄을 잇는 곳, 매년 1월 1일이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찾아드는 엄청난 인파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의 고대 선승 원효대사가 창건한 향일암은 아득한 바위 절벽에 매달린 사찰.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 등과 함께 국내 3대 기도처로 꼽히기도 한다. 659년 선덕여왕 때 창건했다. 향일암 주변에는 사찰을 에워싸고 2000여 그루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금빛 햇살을 받으며 고기잡이를 떠나는 어선들의 모습과 고즈넉한 사찰, 농익은 붉은 꽃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향일암을 찾으려면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향일암을 오르는 길은 돌계단으로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계단이 끝날 무렵 큰 바위 사이로 사람 하나가 겨우 드나들 정도의 비좁은 터널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면 경내가 시작된다. 바위 봉우리에 오르면 어둠을 밝히는 붉은 해가 동해에서 떠오른다. 향일암의 일출은 그림엽서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금빛 햇살을 받으며 고기잡이를 떠나는 어선들의 모습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향일암은 거북이 암자를 등에 지고 동해로 뛰어드는 모습이어서 영구암이라 불렸고, 그런 까닭에 거북과 관련된 전설이 많다. 바위들도 자세히 보면 거북등처럼 6각형 무늬가 새겨져 있다. 거북머리 왼쪽은 현재 홍합 양식장. 신선대 옆에는 흔들바위가 있다. 흔들바위를 흔들면 경전을 한 번 통달한 것 같은 법력을 얻는다는 전설이 있다.

향일암 효관 스님은 "거북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향일암은 옛날부터 비경과 함께 기도도량으로 유명했다"며 "향일암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세속 번뇌가 씻은 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기암절벽 사이의 암벽길을 따라가면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이 나온다. 바위굴을 통과하면 또다시 펼쳐지는 동백숲이 우거져 있다. 향일암 풍경소리가 후드득 겨울바다 속으로 떨어진다.

◆ 오동도

= 여수 오동도는 봄이면 온통 동백꽃으로 뒤덮인다. 오동도는 3만8000여 평의 조그마한 섬이지만 동백이 많아 '동백섬'으로 불린다. 여수 중심가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오동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0m 방파제를 15분 정도 걸으면 오동도다. 매표소와 오동도 사이에 동백열차가 운행되기도 한다.

섬에는 동백나무, 산죽의 일종인 시누대 등 200여 종의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5000여 평의 잔디광장 안에는 1998년 5월 개관한 관광식물원이, 주변에는 70여 종의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는 화단과 기념식수동산 등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좋다.

섬 전체를 덮고 있는 3000여 그루 동백나무는 매년 3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섬 전체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탐방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고, 종합상가 횟집에 가면 남해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해질 무렵이면 여수는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준비한다. 돌산대교 건너 돌산공원에 가면 여수가 보여주는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1984년 4년 여의 공사 끝에 완공된 돌산대교는 길이가 450m에 달하는데 수면 위에서 20m 높이로 떠 있다. 젓가락 모양의 강철탑이 두 개 서 있고 그 사이로 다리가 걸려 있다. 낮에 보는 돌산대교는 볼품 없지만 해가 지고 불이 들어오면 그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 불이 켜지는 7시 30분 정도. 돌산대교를 밝히는 불은 시시각각 색깔이 변한다. 자봉도, 화태도, 월호도, 금오도를 오가는 배들이 돌산대교 아래를 지나 여수항으로 들어간다.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고 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 돌산대교와 여수 시내가 어우러진 황홀한 야경을 볼 수 있다.

봄볕에 환하게 핀 동백, 가슴 한편을 쓰다듬어주는 항구의 밤 풍경과 핏빛 일출, 그리고 마음을 달래주는 몽돌해변이 있는 여수. 이 봄, 홀연히 떠나볼 만한 곳이다.

△교통=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나오자마자 17번 국도를 따라가면 여수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된다. 서울에서 약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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