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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맑은 가을이다. 지루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잠시나마 도시의 가로수 단풍을 구경하는 일도 이 계절에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뭐,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일들로 나라 안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런 풍경들은 신선한 충격이다. 새로울 것 없는 기사 내용, 신나는 일 하나없는 요즘 그나마 가을 단풍이 큰 위안이 된다. 이번 주에는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사로 가을 여행을 떠나본다. 꽤 가파른 산길을 걸어올라야 하는 수고로움을 보상하듯 청량사 가을 단풍은 더욱 붉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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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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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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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의 명소, 하면 1초를 넘기지 않고 ‘설악산’이라는 답이 튀어나온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일 것이다. 여러 단풍 명소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단풍이 물들고 가장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흔히 말하는 단풍 절정에 맞추어 설악산을 가본 적이 없다. 설악산 단풍잎 수보다 많아 보이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도, 여유롭게 자연을 감상하는 일따위는 아예 접어야 했다. 그저 내게 설악산(雪嶽山)은 악소리나게 혀가 튀어나오는 곳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해서 가을 단풍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다른 곳들을 배회하곤 했다.
한데, 조금은 이른 올 가을 어느날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을 등산하였다. 그것도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말이다. 처음엔 청량산을 오를 계획은 전혀 없었다. 청량사 사찰의 멋진 전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오른 곳이 청량산의 정상과 막먹는 자소봉(일명 보살봉)이었다. 하지만 이미 정상에 올랐을 때 사찰의 모습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이산이 아니고 저산이었던 것이다. 우연한 계기가 뜻밖의 소득을 올린다고, 자소봉에 올라 원없이 가을 경치를 만끽하였다. 제법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변 능선까지 시선을 나누어주기 바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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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금탑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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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의 청량산은 최고봉인 의상봉이 870여m에 달하는 꽤나 높은 산이다. 모두 12개의 봉우리가 있다는데 바위산, 즉 암봉들로 이루어져 있다. 청량산 등산로는 여러 길이 있지만 청량폭포를 지나 모종을 출발점으로 청량사를 돌아본 후 등산로를 따라 여러 암봉인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청량산은 매우 가파르고 정상까지 꽤 여러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꼭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 없다면 청량사, 청량정사와 산꾼의 집, 응진전 그리고 입석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해도 좋을 일이다. 이정도의 코스로도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은 만끽하고도 남음이다.
이렇듯 높고 험준한 바위로 둘러싸인 청량사는 산속에 폭 박히듯 자리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청량사는 특이하게 내청량사, 외청량사로 나뉘어 불려진다. 약사여래불이 모셔진 유리보전이 있는 법당을 내청량사 그리고 응진전이 있는 곳이 외청량사로 되어 있다. 내청량사는 유리보전을 비롯하여 심검당, 조사당, 산신각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오층석탑 등이 있다. 사찰이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응진전은 내청량사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금탑봉에 위치해 있다. 비교적 완만한 오솔길을 걷다가 산허리 어느 곳에서 내청량사의 전경을 전망하게 되었다. 이미 사진찍기 좋은 곳을 알고 왔더라면 아마 청량산 등산은 또 다음으로 미뤄졌을 텐데 하는 생각에 잠깐동안 여유를 부려보았다.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 (054)672-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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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운전
청량사가 있는 청량산으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을 나와 바로 만나는 931번 지방도로에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가면 5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5번 국도로 들어서 영주 방향으로 달린다. 영주시내로 들어가면 봉화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을 해 36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 봉화가 나온다. 봉화를 지나 계속 36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춘양을 지나면 35번 국도가 갈라지는 옥천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안동 방향으로 달리면 명호를 지나 청량산 이정표를 만난다. 이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내려가 강을 건너가면 조금 달리면 청량산 매표소이다. 매표소를 지나 청량사 들머리인 모정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만 현재는 주차시설이 마땅치 않다. 청량사는 이 모정에서 약 20~30분 정도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 대중교통
시외버스를 이용해 안동이나 봉화까지 간 후, 청량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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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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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들머리인 청량산 매표소 부근에 음식점과 민박을 겸하는 집이 있다. 그외 숙박시설은 없어 안동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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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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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들머리인 청량산삼거리에 음식점이 있다. 그리고 매표소를 지나 청량폭포 건너편에 음식점이 하나 있을 뿐이다. 청량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것이 편리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