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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닷가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울진 온천 등록일 : 2006-12-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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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은 동해안 제일의 온천휴양지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가 5만8천 명에 불과한데도 수백 년의 역사
를 이어온 온천단지가 덕구온천, 백암온천 등 2곳이나 된다. 그중 덕구온천은 응봉산(998m)의 동쪽 기
슭에 자리한 북면 덕구리의 덕구계곡(온정골)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온천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용출
온천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덕구온천의 역사는 약 650년 전인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과 활을 잘 쓰기로 유명한 전 아
무개 사냥꾼이 상처를 입고 도망가는 멧돼지의 뒤를 쫓아 응봉산 깊숙이 들어왔다. 마침내 멧돼지를발
견했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멧돼지는 갑자기 성성해져서 달아나 버
렸다. 그 뒤로 이 온천수가 외상과 피부질환의 치료에 특별한 효험이 있음을 알게 된 주민들은 자연석을
주위에 쌓아 노천온천탕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온천이 본격 개발된 1979년 이전까지도 주민들
은 계곡의 노천탕을 줄곧 이용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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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알칼리성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칼륨, 칼슘, 철, 염소, 중탄산나트륨, 마그네슘, 라듐, 황산염, 탄산, 규
산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신경통, 류마티스성 질환, 근육통, 피부질환, 여성의 피부
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잠수나 격렬한 운동, 등산 등으로 인한 근육신경마비
에는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응봉산 중턱의 원탕에서 하루에 4000톤 가량이 솟는다는 원수는 4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덕구온천에
공급된다. 덕구온천은 41.3℃의 원수를 데우거나 식히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또한 이 원수는 2~3개
월 동안 가둬놔도 침전물이 생기지 않을 수질이 정도로 좋다고 한다.
1991년 2층 건물에서 영업을 시작한 덕구온천은 현재 지하2층, 지상4층 규모의 관광호텔과 대온천탕,
스파월드, 한식당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온천휴양지로 발전했다. 그 가운데 가족 단위의 관
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테라쿠아, 액션스파, 어린이 슬라이더, 노천온천, 야외선탠장, 가족온
천실 등을 갖춘 스파월드이다. 특히 응봉산 자락의 울창한 숲과 첩첩한 산줄기를 바라보며 노천온천탕
의 히노끼탕, 레몬탕, 쟈스민탕 등 여러 이벤트탕을 섭렵하다보면 그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조
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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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중턱에 자리잡은 원탕과 덕구온천 사이의 덕구계곡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프랑스의
노르망디교,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릿지, 서울의 서강대교,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형이 놓여 있다. 영화나 사진으로 본 세계적 명소를 하나씩 지나면서 형제폭포,
옥류대, 선녀탕, 용소폭포 등의 절경을 감상하는 기분이 매우 독특하고도 상쾌하다.
울진군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온천인 백암온천은 1979년에는 국민관광지, 그리고 1997년에는 관광특구
로 지정되었다. 이 백암온천의 역사는 덕구온천보다도 더 오래됐다고 한다. 주민들의 입을 통해 전해오
는 전설도 아주 흡사하다. 신라시대에 한 사냥꾼이 지금의 백암산(1004m) 자락에서 창에 맞은 사슴을
쫓다가 날이 저물어 철수했다. 사냥꾼은 이튿날 다시 사슴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마침내 사슴을
발견했는데, 따뜻한 샘물이 솟아나는 곳에 사슴에 누워있었다는 것이다. 그 뒤로 한 스님이 온천탕을 꾸
며서 피부병 환자들을 치료했고, 고려시대에는 지방수령이 주민들을 동원해 커다란 욕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시대인 1917년부터 이미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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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곳의 수원지에서 솟아나는 백암온천의 원수는 온정면 온정리, 소태리 일대의 8개 업소에 공급된
다고 한다. 국내에 흔치 않은 유황온천으로 수온은 53℃에 이르고,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의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백암온천 한화콘도에는 뜨거운 원수를 직접 시음해보고 족욕
(足浴)까지 즐길 수 있는 야외 온천학습관도 꾸며져 있다.
멀리 울진까지 간 김에 울진대게를 맛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울진대게는 대나무처럼 길쭉한 다리마다 꽉
찬 속살도 맛있지만, 무엇보다도 등껍질에 가득 담긴 게장에다 하얀 쌀밥을 넣고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
다. 울진대게의 원조마을은 평해읍 거일2리로 알려져 있지만, 최대 집산지는 울진읍 북쪽의 죽변항이다.
울진대게의 조업은 다른 지역보다 한달 늦은 12월부터 시작되는데, 이른 아침에 죽변항의 어판장을 찾
으면 울진대게를 가득 펼쳐놓고 경매하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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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항 초입의 도로변에는 수령 500년 이상의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58호)가 여러 그루 서 있다. 코끝
에 진동하는 향기와 다이내믹하게 뒤틀린 수형이 인상적인 향나무 고목들이다. 죽변항 근처의 봉평마을
에는 울진군 유일의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 바로 봉평신라비(국보 제242호)이다. 신라 법흥왕 11년(524)
에 세워진 이 비석은 현존하는 신라시대 비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청정하천 왕피천의 물길이 동해로 흘러드는 근남면 산포리의 솔숲 동산에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
이 있다. 솔숲 길을 지나 정자 위에 올라서면 창망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일찍이 송강 정철이 「관동별
곡」에서 “하늘 끝을 결국 보지 못해 망양정에 오른 말이/ 바다 밖은 하늘이요 하늘 밖은 무엇인고/…”라
고 읊조렸던 그대로 장쾌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다.
망양정이 위치한 근남면 산포리에서 원남면 덕신마을까지의 917번 지방도 구간은 줄곧 그림 같은 해안
을 끼고 달리다가 다시 7번 국도에 합류된다. 덕신마을에서 옛 망양정 터에 들어선 망양휴게소를 거쳐
평해면 월송리까지는 17㎞쯤 된다. 울진 땅의 또 다른 관동팔경인 월송정은 정자 자체보다도 주변의 숲
이 더 인상적이다. 특히 교교한 달빛이 솔숲에 스며드는 보름날 밤의 정취가 유달리 아름답다고 한다.
이 월송정까지 둘러봤다면 맛있고 따뜻한 울진 여행은 얼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