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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삼청동길 즐기기 등록일 : 2007-08-13 08:37

경복궁을 지나 삼청동길 들머리에 서본 적이 있는가. 눈앞 가득 들어차는 서정적인 풍경과 고즈넉한 여유로움이 불과 한 블록 떨어진 빌딩 숲과 딴 세상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낡은 기왓장을 얹은 소박한 한옥과 앙증맞은 벽화를 타고 무성히 뻗은 담쟁이덩쿨이 조화로운 곳. 이왕이면 전날 내린 비로 하늘이 말갛게 씻겨 내려간 날, 평일 오전 즈음에 찾으면 더 좋다. 이른 시간이어서 오가는 사람도 없고 문 열지 않은 가게도 듬성듬성 눈에 띈다면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삼청동답다.



경복궁을 따라 걷다 청와대 옆길로 들어서면 거기서부터 삼청동이다. 요소요소에 숨은 골목길도 예쁘지만 메인스트리트 양쪽으로 늘어선 색색의 쇼윈도를 먼저 구경해보자.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의 인테리어 소품이 눈을 끄는가 하면 바로 옆 가게에는 고풍스런 디자인의 전통 숍이 자리 잡고 있는데 서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길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 모습도 전부 제각각이지만 나름 잘 어울린다. 알록달록한 카페 외벽을 배경 삼아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아가씨, 전통 한옥 갤러리에서 무료로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대학생, 개인 수집가들이 만든 테마 박물관에서 다양한 컬렉션을 감상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모두 같은 길에서 호흡한다.



허기가 지면 ‘쿠켄하임’에서 가정식 수제 햄버거를 맛보거나 ‘빈스빈스’의 벨기에식 전통 와플을 맛보자. 떡갈비와 김치말이국수로 유명세를 탔던 ‘눈나무집’은 최근 3층짜리 건물을 지어 새 단장을 했다니 점심 시간에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국제갤러리를 지나 첫 번째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슈랑’은 수제화를 솜씨 있게 만들어주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삼청파출소를 조금 지나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계단을 오르다 우연히 만난 이인식씨(30)는 그야말로 삼청동 마니아. 그는 삼청동에 반해 한옥을 개조한 카페의 주인장이 됐다. 카페에서 먹고 자는 일까지 해결한다니 이만하면 열성 주민. “10년 동안 티베트와 요르단, 터키 등 40여 개국을 여행해봤는데,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동네 같은’ 동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달에 한 번씩 세계 전통 악기 연주회를 여는 색다른 공간을 오픈한 것도 전적으로 삼청동이 좋아서였다.



“사람 냄새가 나잖아요. 우리 집 뒷골목만 따라가 봐도 여기가 다른 곳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며칠 전에는 우리 집 마당에서 외국 전통 음악 연주회를 열었는데 조만간 몽골 연주자도 불러올 예정이에요. 한옥에서 인도 짜이 마시며 몽골 음악을 듣는 건 전통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동네에서만 가능한 일이죠.”



그의 말대로 진짜 동네 모습을 보고 싶으면, 삼청동길에서 한 블록 위로 올라서야 한다. 삼청동길 따라 감사원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다 ‘버드나무집’ 간판을 끼고 오른편 골목을 따라 올라보니 또 다른 삼청동과 만날 수 있었다. 거기는 마치 수십 년 전 건물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소박한 동네 뒷골목이었다. 스타크래프트 대신 땅따먹기를 하고 놀던 시절,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웃집 아이와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뛰어다녔던 그런 길 말이다. 마침 코흘리개 어린 남매가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기자의 유년 시절과 꼭 닮은 풍경이었다.

호젓하게 거리를 노닐며 신기한 볼거리 구경하고 발길 닿는 집에 들어가 맛난 음식 먹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남들이 찾지 않는 골목에 서서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곳. 삼청동은 바로 그런 동네다.


Hot spot


1 Toy Kino_프라모델과 고전 장난감, 영화 속 등장인물 피규어 등이 빼곡히 들어찬 장난감 전시장. 진입로 초입에서 파출소를 지나 장난감이 그려진 벽을 찾으면 된다. 문의_02-723-2690


2 티벳박물관_티베트 전통 불교 미술과 일상생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 어려서부터 티베트 문화에 푹 빠져 지냈다는 관장의 취향이 박물관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의_02-735-8149

3 부엉이박물관_평범한 가정주부 배명희씨가 30년간 전 세계 80여 개국 부엉이를 주제로 모은 다양한 수집품을 전시해놓은 곳. 문의_02-32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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