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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기술|2만원 들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 등록일 : 2007-10-30 14:21


임진강 근처 바람개비 언덕에서 볼 수 있는 바람개비들

에디터 김경은 I 디자인 임정택
Photographed by Kim Kyungeun


대학생일 때 일상이 너무나 무료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무료함마저 그리운 시절이지만, 그 땐 서울이 갑갑하여 무작정 아무런 준비 없이 마음 맞는 친구 하나와 기차역으로 향했었다. 표가 남아 있는 기차를 타고, 기차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다다른 곳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사. 대웅전과 관음전도 구경하고 절을 다 둘러보고 난 후엔 그 옆에 있는 계곡에 가서 친구와 발 담그고 한참 놀다가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 후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친구를 만나면 그 날 우리의 ‘무작정 떠나기 여행’은 빼놓을 수 없는 대화거리이다.

문득 산이나 바다로 떠나보고 싶은 충동은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물론 일정 준비 기간을 거쳐서 계획 하에 떠나는 여행도 얻어서 돌아오는 것들이 많겠지만, 때로는 아무런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담 없이, 정보 없이 떠나서 새로운 장소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난 일상에 지쳐있거나,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땐 주저 없이 하루 동안 떠나는 기차 여행을 추천한다. 사전에 이것 저것 정보를 알아보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일이므로 일단 패스! 사람이 한적한 평일에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주말이나 휴일에 도전해보자. 단, 유동 인구가 많은 휴일엔 기차표가 남아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기차를 탈 수 있는 곳은 10군데 남짓 있지만, 여행의 기분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서는 서울역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안내도에 나와있는 기차역 중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고르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데, 이는 자신의 취향을 고려하면 된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마을 이름이 예쁘거나 역 이름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고도 하는데, 내가 선택한 곳은 일반인이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최북단이라는 임진강. 통근 기차가 있어 1,400원 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기차를 탈 수도 있고 기차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임진강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은 약 1시간 반. 기차는 오전 5시 50분부터 한시간 간격으로밤 11시 50분까지 있다. 기차에서 계란을 사먹으려는 생각으로 점심은 먹지 않고 올랐지만 통근 기차인 덕분인지 기차 안에 간식을 파는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통근 기차인 덕분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보다는 일을 하러 가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어찌되었건 간에 혼자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기차 여행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줄 책과 음악도 함께 해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개성시 판문군과 경기도 파주군 사이로 흘러드는 임진강. 임진강 기차역에 내리니 탁 트인자연과 함께 평양<-임진강->서울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는데, 평양이라는 이름이 서울과 맞닿아 있으니 기분이 무척이나 묘해졌다. 이 지역은 원래 수상교통의 요지였는데 6.25 이전에는 고랑포까지 배가 다녔고, 작은 크기의 배는 안협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었다고 한다. 예전엔 신라와 백제, 고구려의 국경으로 분쟁이 잦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평양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는데, 과연 강 너머로 무엇이 펼쳐질지 기대감을 안고 기차역을 나섰다.
1. 철마는 달리고 싶다
2. 아름다운 수련과 연꽃이 핀 통일 연못과 나무를 여러겹 교차시켜 쌓아 올린 다리
3. 평화누리 공원 안에 위치한 수상 가옥
4. 더 이상 갈 수 없는 벽면에 사람들이 걸어놓은 자유에 대한 갈망의 표시들
5. 자유의 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리나라 모양의 분수대
6. 전망대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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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그 유명한 팻말이 가장 먼저 우릴 맞아주는 곳. 이 곳에서 자유의 다리와 통일 연못 쪽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는 임진각과 오른쪽으로는 철교가 나타난다. 자유의 다리는 남북 전쟁이 끝나고 포로 교환을 위해 세워진 다리인데, 당시 임진강이 폭우로 불어나 급하게 만드는 바람에 나무로 만들어졌다. 건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지만 포로 교환의 장소였다는 점에서 뜻 깊은 곳이다. 평화의 다리를 건너면 더 이상 갈 수 없는 벽면에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놓은 천 조각과 종이, 티셔츠가 보이는데, 통일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아름다운 통일 연못도 한 눈에 시선을 잡는데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수련과 연꽃이 그 분위기를 더욱 더해준다. 통일 연못 옆에는 커다란 분수대도 있었는데, 옆에서 볼 땐 몰랐지만 다리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우리나라 지도 모양의 분수대였다. 주요 장소를 모두 돈 후에 전망대에 있는 음식점에서 도토리묵을 먹으며 허기를 채운 후, 주인 아주머니에게 근처에 갈만한 장소를 여쭤보았다. 그리하여 추천 받은 곳이 평화누리 공원 안에 있는 바람개비 언덕. 젊은 사람들이 임진강을 찾으면 꼭 들리고, 예쁜 카페도 있다는 설명에 걷기엔 좀 먼 거리였고 더운 날씨였지만 생수병 하나 들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임진각 동편에 위치한 평화누리 공원. 공원은 임진각 쪽보다는 찾는 사람이 없어서 한가하다. 지난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개최하면서 4만 5천여 평에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한 공원인데, 야트막한 잔디 언덕과 조형물과 함께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람결 따라 도는 색색의 바람개비인데, TV에도 몇 번 나와서 유명해진 장소이기도 하다.

정처 없이 닿게 된 임진강. 자유로를 타고 달려 이 곳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하지만 혼자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라면 자동차보다는 기차를 타고 찾을 것을 권한다. 기차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기차를 타면 멀지 않은 곳이라도 특별한 곳에 다녀왔다는 생색도 낼 수 있다. 대학생 때 계획 없이 다녀왔던 용문사와 이번에 찾게 된 임진강 모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찾은 곳이었지만 하루 여행치고는 ‘Perfect’했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나라 전체가 특별한 곳일 수도 있다. 일상이 무료하고 답답하다면 손에 2만원 만 들고 기차역으로 떠나보자. 당신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을만한 장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차 요금 1,400원x왕복 = 2,800원
지하철 요금 900원 x 왕복 = 1,800원
점심값 도토리묵 = 10,000원
오렌지 슬러시 = 1,500원
일회용 생수 = 1,000원

총 : 17,100원
댓글(1)
  • 2007-10-31 08:38

    잼나긋네요~~!! 여기선 2만원으로 안되것지만~..
    잼나긋네요~~!! 여기선 2만원으로 안되것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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