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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추억과 말집이 있어 행복한 곳 등록일 : 2007-07-27 09:04

여수는 추억과 말집이 있어 행복한 곳

오동도에서 바라보는 여수 시내 야경이 아름답다. 빛으로 치장한 돌산대교도 아름답다. 저 아름다움 속에 묻어 있는 그 시절 내 방황의 한 토막. 훗날 저보다 더 아름답게 추억될 수 있을까.

(말집 바깥모습)

오동도를 벗어난다. 찾아가는 곳은 공화동에 있는 주막 ‘말집’이다. 주막과 주모는 아직도 거기 그대로 있을까? 여수에 와서 서대회무침이나 생선회를 먹어야 순리이거늘 맛객은 오늘 별다른 안주거리도 없는 말집으로 간다.

(말집 벽에는 2년 전 맛객의 글과 그림이 벽에 걸려 져 있다. 연탄불에 돼지 비계 한 점 구워 곡주 한 잔 들이키는 맛이라. 주모의 인정이 더하니 세상시름 여기 내려놓고 갑니다)

말집은 2년 전 이맘때 딱 한번 들렀던 집이다. 그때 주모의 인정에 푹 빠져버려 늘 상 기억의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집. 여수역 근방에서 물어물어 말집에 왔다. 찾아가던 날이 일요일이라 문 열지 않았으면 어떡하나. 걱정은 기우였다. 주모도 변함없고 분위기도 변함없다. 그때 무한정 공짜로 내 주던 돼지껍데기는 지금도 무한정 내주고 있다.

(연탄불에 기름기를 빼서 구워도 딱딱해지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다)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더 먹으라고 가져다준다)

같이 간 지인은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맛객에게 몇 번 물어본다. 정말 공짜냐고. 대신 막걸리를 많이 마셔주면 된다고 말했지만 이리 장사해서 뭐가 남을까 싶다. 생 돼지껍데기가 나오는 서울과 달리 이곳은 연탄불에서 두 번 지방을 쏙 뺀 후 다시 연탄불에 구워 먹는다. 이렇게 하면 많이 먹어도 느끼함은 전혀 없는 게 특징이다.

(잘 익은 무김치와 같이 먹어본다)

돼지 껍데기는 배받이가 일미다. 직접 구워주는 주모에게 배받이 쪽으로 구워달라고 했다. 테이블에 있는 배받이를 다 올리고 안에 가서 또 가져와 구워준다. 서울장수쌀막걸리 보다 큰 통의 막걸리도 2천원 그대로다. 그간 방송도 몇 차례 탄 듯하지만 주모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곰삭은 이 고추지 국물에 껍데기를 찍어 먹으면 맛을 끌어 올려준다)

(고춧잎을 올려서도 먹어본다)

(고추지 국물에 빠진 돼지 껍데기)

살짝 구워진 껍데기를 진맛이 느껴지는 고춧잎 김치 국물에 찍어 먹으니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다. 간장에 고추냉이 넣고 다진 고추 들어간 것에 찍어 먹는 맛은 저리 가라다! 그러나 이날 맛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따로 있었다.

(입에 착 들어맞는 무김치, 밥 생각 난다)

무김치가 그것이다. 사각썰기 해서 담그는 무와 달리 무 한 개를 반 토막으로 잘라 담근다. 주로 김장할 때 담갔다가 몇 개월 뒤 무에 맛이 배어들 때 먹는다. 시원하면서 아삭 씹히는 맛은 깍두기 같은 건 근처에도 올 수 없는 맛이다.

(무김치가 맛있다고 하자 주모가 밥을 가져다준다)

어렸을 적에는 젓가락으로 무를 찔러 왼손엔 무 오른손에 수저 이런 식으로 밥을 먹었다. 무김치가 맛있다며 탄복하는 맛객을 본 주모가 밥 한 공기를 내온다. 그렇지! 아무래도 무김치는 뜨거운 밥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세상사람 누구나 맛있다고 말하는 음식이 있다. 그것들은 진미이고 별미이기도 하다. 음식기행이라고 해서 그런 맛만을 찾는 건 아니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어도 자기만의 맛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게 음식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행복 아니겠는가. 음식기행의 참맛을 만끽하고 있는 이 순간처럼.

이렇게 해서 우리가 먹었던 값은 막걸리 두통 값인 4천원뿐이다. 만원을 드리고 잔돈은 받지 않았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안주라도 하나 주문해야 덜 미안할 것 같다.

옥호: 말집해장국

전화: 061) 666-1306

위치: 공화동 샹보르 호텔 옆 골목에 위치

메뉴: 막걸리 2천원, 돼지껍데기(공짜), 그밖에 조개나 생선구이 등 주모 맘대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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