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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등록일 : 2008-04-24 13:48

『비밀』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장편소설. 전작인 《편지》《호숫가 살인사건》《레몬》《붉은 손가락》 등을 통해 미스터리라는 장르 속에서 사회 차별, 입시 지옥, 무분별한 과학 발전, 가족 붕괴 등의 사회 병폐를 꼬집어 냈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정통 추리 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11문자 살인사건》에서 보여줬던 밀실 살인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브루투스의 심장》에서 보여줬던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 《환야》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작품이다.

아름답지 않지만 뛰어난 지적 능력을 소유한 기리유 에리코는 이치가하라 가(家) 사람들이 모인 회랑정 여관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그녀는 일흔이 넘는 노파로 변장해 반년 후 다시 회랑정으로 들어가 복수를 꾀하게 된다. 자신을 자살로 위장한 후 할머니로 변장해 복수를 꾀하는 주인공은 상처받은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또한 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던 90년대 일본의 사회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아름다운 여성만이 인정받는 사회와 유산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족들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선명하게 고발한다.

*책속으로...*

“이벤트가 없으면 난 여기 안 왔을 거야. 엄청난 유산의 향방이 드디어 내일 밝혀지는 거잖아. 앞으로의 장래와 엄청나게 연관된 인생 최대의 이벤트라고. 결혼 따위와는 비교가 안 돼.”--- p.39

밤새도록 울고,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연애를 꿈꾸어서는 안 된다. 나와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자. 하늘은 나에게 미모 대신 지성을 주었다. 앞으로는 그 지성을 닦는 데 정진하자. 그리고 연애를 동경하는 마음은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절대로 다른 사람이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된다. --- p.54

이불을 덮으려다 바닥에 유카의 피가 묻어 있는 걸 보았다. 자세히 보니 유카가 왼손으로 쓴 글자 같았다. 알파벳 'N'을 거꾸로 쓴 ‘И’처럼 보였다. 다잉 메시지일까? 이 글자에 범인의 정체가 암시되어 있는 걸까? 그 글자 모양을 눈에 익힌 뒤, 유카의 몸에서 나이프를 빼내 칼끝에 묻어 있는 피를 ‘И’ 위에 덧발랐다. 수수께끼 기호는 이내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나이프는 이불 속에 도로 집어넣었다. 이로써 나만이 유카의 메시지를 알게 된 것이다. --- p.122

32년. 아득한 시간을 거쳐 나는 비로소 여자가 되었다. 그날 밤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루 종일 지로를 생각했고, 그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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