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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있는 침대 등록일 : 2008-06-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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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의 문학> 신인상 당선작가 김경원의 장편소설 『와인이 있는 침대』. 와인을 소재로 한 본격소설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와인의 속성과 닮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다림도 사랑의 시간이며 사랑은 믿는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서른세 살의 독신녀인 주인공은 항공관제사 취재를 위해 들른 인천공황 휴게실에서 키가 큰 항공관제사를 만난다. 넓은 거실에 60호 마티스를 걸어놓고 와인을 즐기는 독신남인 그는 그녀에게 와인을 가르쳐주고 사랑을 가져가지만 어느날 갑자기 미스터리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날 불멸의 와인이라고 불리는 ‘마데리라’라는 와인을 보내오는데…….

이 소설은 회상과 추리와 사색으로 되어있다. 밤의 카페에서 여자가 일 년 동안 만났던 한 남자를 추억하는 회상이 나온다. 진술보다 그때 그 상황을 현재형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은 마치 외국소설에서 보는 형식 같기도 하다.


남자의 실종으로 여자는 빈 침대에서 그 남자를 기다린다는 마지막 장면은 침대의 미학과 함께 고전적인 결말을 이룬다.


요즘 자극적인 소설에 대한 반항이라도 한 듯 작자는 고전적인 결말을 택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킨다. 쿨한 소설의 그 지겨운 방종에서 인간적인 보편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윤후명이 평하는 오랜 연마를 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와인입문서일 수도 있는데 그 예감은 시원하게 비켜간다. 남자와 여자관계가 통과의례로 비춰지며 우리들의 삶은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 반복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와인을 모티브로 하는 에세이나 만화 속에서 정말 우리들은 와인의 맛을 알고 마시는 것일까?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듯 이국적인 맛의 선호사상으로 와인을 흡수해 버린 것은 아닐까? 아파트에 다나에 그림을 그려놓고 침대의 남자를 기다리는 한 여자의 이면에는 와인과도 같은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가 섹스 앤 시티에서 열광했던 것은 비록 명품선호와 의상들, 전문직을 가진 골드미스의 선망은 아니었다. 한 남자를 찾아가는 모습의 긴 순례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소설의 인물들은 현대인의 정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지표를 보여준다. 불멸의 와인이란 대목은 그 와인이 실제로 존재하든 , 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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