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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등록일 : 2008-09-16 21:06

때로는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너무 어린 탓이 아니라 엄마가 나이를 너무 먹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똑같지 않다. 전혀 다른 차원이다.

무언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아주 아주 슬픈 일이다.

"그럼 비엔나 커피라도 마시고 갈까?"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말했다.

간혹 어린 시절의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가 내 기억 속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나곤 한다.

내 기억이 희미한 탓이 크겠지만, 어쩌면 그 시절의 경험이 내 의식을 관통하지 못한 까닭이 더 클 것이다. 그런 밤에는 내 머릿속의 기억 창고에서 먼지 냄새 풀풀 나는 먼 기억들이 아우성을 치고, 나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나란 개인의 역사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거나 혹은 후미진 구석에 밀쳐져 한 번도 되새김질되지 못했던 무수한 시간의 잔해와 경험과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아프게 인식한다.

당시에는 나의 전부였을 그것들을 지금의 나는 기억조차 하지 않고, 긴 시간을 두고 나를 형성해 온 많은 사건들 역시 그 의미마저 잊은 채 외면하고서, 나는 현재를 아주 다른 사람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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