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추천도서

낮익은 세상 등록일 : 2011-08-08 21:50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때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쓰레기장 '꽃섬'에서 어린 딱부리가 살아가는 삶은 나의 눈으로 보기에는 딱하고 가슴 아팠다. 학교도 제대로 못다닐만큼 가난한 딱부리는 꽃섬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쓰레기 냄새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마치 몸에 새긴 문신처럼 따라 다녔고 잠깐 '지워졌겠지' 안심을 하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문신은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가 일상속에서 한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렸던 것들이 꽃섬으로 모여들었고 거대한 쓰레기마을로 변했다. 쓰레기 더미속에서도 하루종일 쓸만한 물건을 골라내고 쉴새없이 쓰레기를 뒤적여야 하는 그들의 삶은 고달프다.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딱부리는 초등학교도 다니다 말았고 엄마일을 도우며 공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교육대에 끌려갔고 엄마와 하루 세끼를 벌어먹느라고 온종일 뛰어나닐수밖에 없었다. 아빠 친구였던 아수라 아저씨는 딱부리와 엄마가 판자촌으로 이사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곳에서 엄마는 쓰레기 고르는 일을 하게된다. 꽃섬의 어른들은 싸움질을 하고 때로는 화해를 했고 남녀 서로 어울려 몇달 살다가 상대를 바꾸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수라 아저씨에는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땜통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쓰레기장 동네에서 아이들은 쓸모없는 존재였고 더군다나 땜통같은 어리숙한 아이에게는 누구든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새벽부터 해가 질때까지 바쁜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딱부리와 땜통에게 만물상 할아버지 집은 시간 보내기에 좋은 곳이었다. 만물상 할아버지는 딸(빼빼엄마)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은 빼빼 엄마가 미쳤다고 놀리고는 했지만 어른들 세상에 끼지 못하고 떠도는 딱부리와 땜통에게 그녀는 친구였다.


날이 추워지고 일거리도 없어지면서 어른들은 말다툼을 벌이기 일수였다. 어느날 아수라 반장은 고스톱을 치다 싸움이 벌어졌고 얼결에 칼을 들고 조장을 찔러버렸다. 아수라 반장이 언제 나오게 될지 알수도 없었고 땜통은 아버지가 없어지자 딱부리가 하는 일들을 거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꽃섬이 불타오르지 시작했다. 사방은 독한 냄새와 매연으로 뒤덮였고 오두막동네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그뒤로 꽃섬은 닷새동안 더 불타올랐다.

최하위층 사회속에서 생활해가는 딱부리의 늘 치이고 다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소외받고 외면당하면서도 도시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갈수 밖에 없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수 있는 곳이 없는 그곳에서 딱부리는 상처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쓰레기를 주어야한다. 세상은 겉으로 보이는 멋있는 아파트, 좋은 아파트를 지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더 풍요로운 것들을 누리려 한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좋은 것을 만들어 내고 가지려 할수록 꽃섬은 커져만 간다. 우리의 욕심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