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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하려는 달리기 대회 등록일 : 2012-08-03 18:40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재소자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습니다.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 행사가 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종목의 결승전을 시작으로 각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뭐니 뭐니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돼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스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재소자들과 가족들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재소자들이 과거 자신들의 죄를 뉘이치고 참회하며 부모님 앞에서 잘못을 비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고, 그들이 죄를 뉘우치고 바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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