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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아름다운 날 등록일 : 2012-09-06 09:48
내 살아 아름다운 날이 오면
자연의 숲 속에
오붓한 집 한 채 짓고
텃밭 일구며 살고 싶다.
고추도 심고, 상추도 심고, 배추․무도 심고
감자․고구마, 알타리도 심고
단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각 한 그루 심어
그들 곁을 밤낮으로 어슬렁거리면서
성장하는 작은 기쁨을 맛보고 싶다.
낮에는 눈부신 태양과 인사를 나누고
밤에는 총총한 별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도 행복하지 않은 시절을 미련 없이 돌아
마음으로 늘 독립하고 싶은 땅,
청빈한 나루터로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
바람 불어 더욱 애틋한 날
지평이 멈춘 곳 애잔한 들녘에 앉아
기다림의 절반, 초대의 글을 쓰고
자연의 언덕에 성찬을 차려
마음으로 얼싸안을 때까지
넉넉한 웃음 서로 주고받으며
혼란스럽지 않은 인생을 즐기고 싶다.
봄에는 두릅나물 여름에는 비름나물
가을에는 도토리 한 아름 주워
묵을 쑤어 술 한 잔 기울이며
시성의 바다로 잠적한 두보를 불러볼까.
깊은 밤 부엉이 울어도 좋고
풀벌레 소리 지천으로 널려있는 유목민의 섬
억새풀 살랑이는 개머리 언덕에 앉아
산새 기러기 달빛 삼아 여백 따라나선다.
허름한 망토를 두르고
오래된 밀짚모자를 쓰고
이 땅의 산으로 계곡으로 초지로 쏘아 다닌들
자연의 숲 속이라면 그 어딘들 행복하지 않으리.
아침 안개 퍼덕이는 길에 산신령처럼 누워
태초의 원시림을 호령하다가 잠이 들어도 좋을
이 천진무구한 자연인의 삶을
어찌 그리 오랫동안 마다하며 살았을까.
아, 나는 지친 나에게, 얼마나 늠름한 자유를 원했던가.
나 아닌 나 자신에게
불멸의 휘파람을 불어다오.
세상의 격전지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인정의 말 한마디 쉽게 하지 못하고
옥죄이며 산 죄인에게
내 살아
진정 아름다운 날이 오면
착하디착한 순박한 유목민으로 살고 싶다.
- 조어비 / 시(詩)와 사색이 있는 공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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