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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주머니 노란 주머니 등록일 : 2012-09-06 09:47


빨간 주머니 노란 주머니

시집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비단 주머니 둘을 주며 말했다.
"빨간 주머니는 밤에 부부 싸움을 했을 때 열어 보고
노란 주머니는 낮에 부부 싸움을 했을 때 열어 보렴."
딸은 어머니가 별걱정을 다 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던 결혼인데 무슨 싸움이 있으랴.
후훗 웃고 넘겼다.
그런데 살다 보니 차차로
불기가 들지 않는 방 윗목에 번지는 누기 같은,
그런 눅눅함이 둘 사이에 번져 들기도 했다.
기어코 어느 날 밤에 부부 싸움이 일어났다.
"지겨워, 지겨워" 하면서 건넌방으로 건너와 생각하니
어머니가 주신 주머니가 떠올랐다.
딸은 빨간 비단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쪽지가 하나 들었는데,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남자가 보기 싫고 또 싫더라도
각자가 다른 방을 써선 안 되느니라.
등을 서로 돌리고 자더라도 한 침대에서 자도록 하여라."
얼마가 지난 후 이번에는 낮에 싸움이 일어났다.
딸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노란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
거기에는 이런 쪽지가 들어 있었다.
"사랑하는 딸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지 말고
시장이라도 한 바퀴 돌아보렴.
그런 후, 찻집에 가서 모차르트 음악을 부탁해 놓고
남편을 불러내 보려무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정채봉 | 김덕기 |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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