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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등록일 : 2013-03-25 09:19

천천히

 

 

내가 신은 구두는 한 짝이 너무 크고, 나머지 한짝은 너무 작은게 아닌가.

우리들의 삶이란 늘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다.

딱 맞는 크기를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가

한짝은 항공 모함 같고, 한짝은 티코 같은 그 서먹서먹한 구두를 신고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구두에 길들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빠르게 달린다는 게 최고는 아니다.

천천히 가야 꽃도 보인다.

그래야 꽃도 기차를 볼 수 있다. 그래야 기차도 꽃을 향해 손을 흔들수 있다.

 

안도현<아포리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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