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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한그릇 등록일 : 2013-07-10 15:00




 

짬뽕 한 그릇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잠시 고향에 내려가 살 때 얘기다.
먹을 것이라곤 밥 한 그릇에 푸성귀뿐이었다.
젖먹이 아이가 젖을 빨다 얼굴을 찡그리며 울었다.
산모가 먹은 것이 없어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사라졌다.
저녁 시간도 훨씬 지나 밤이 어두워져도 아내는 오지 않았다.
"나라 엄마, 나라 엄마!"
온 동네를 다 찾아보아도, 아무리 불러 보아도
아내는 없었다.
온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모여 걱정을 하고 있는데
밤늦게 아내가 나타났다.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어머니로부터 한참 혼난 아내가
내게 와서 한 말은 어이가 없었다.
"면 소재지까지 가서 짬뽕 한 그릇 사먹었어요.
배도 고프고, 혹시 젖도 잘 나올까 싶어서......
여보, 미안해요."
버스가 없어 10리를 넘게 걸어갔다 걸어오니
시간이 많이 걸렸으리라.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나는 그냥 아내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그 후로, 나는 거의 매일 아내에게 묻곤 한다.
"당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 변호사 이승채, 안혜란 부부의 이야기

『지하철 편지』
(이지엽 지음 |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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