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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찌할까 등록일 : 2014-02-11 09:00

나 어찌할까 / 김정한

 

 

그가 보낸 메일을 읽다가 모니터에 갇혀버렸다.

200자 밖에 되지 않은 흘림체로 써내려간 이별의 메일 안에 오래도록 갇혀버렸다.

그가 나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울리고,

그대가 나를 보고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모니터를 두 손으로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가슴 아픈 말은 사랑해서 보낸준다는 그 말이었다.

나의 뇌파의 소리, 심장의 떨림이 여전한데

붙잡아도 소용이 없다면, 그래서 굳이 가야 한다면,

이제 어디로 방향키를 돌려야 사랑 그 몹쓸 병을 내려놓을지,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배려의 메세지 말고...

한꺼번에 잊는 방법, 삭제 버튼 하나로 지우는 방법, 그런 걸 알고싶다.

함께한 추억이 오랜 풍화작용을 거처 이렇게 퇴적암이 되어 버렸는데...

지울 수 없을 같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말한 대로 된다는 주문 ' 아브라카다브라' '수리수리 마수리' 를 수없이 외쳐보기도 하고.

이렇게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보낸다, 보낸지 않는다,'

'잊는다, 잊지 않는다'를 장미꽃잎으로 '꽃잎 점' 을 확인하지만

대답은 보내지 말라고 한다. 잊지 말라고 한다. 여전히 사랑한다고 한다.

그게 나의 사랑학개론인데...

나 어찌할까?

 

김정한- 내마음 들여다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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