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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우표로 부치는 편지 등록일 : 2014-10-23 12:28





        ♤.마음 우표로 부치는 편지1 / 박고은
                                      -비 오는 날의 서정
          촉촉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들판을 후두두 뛰어다니는 빗방울은 이내 고운 꽃잎마저 떨쳐 버렸습니다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내리면 창틈으로 달려온 싸늘한 향기를 포개 젖은 내 영혼을 달래려고 편지를 씁니다. 머리 위엔 형광등 불빛이 쏟아지고 고립된 방에는 꿈들이 조금씩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처마 끝에서 톡톡 튕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곰곰히 인생을 생각해봅니다. 결국, 우리네 인생은 그저 '낡은 잡지표지처럼 통속한 게 인생'일까하고.... 유리창에 부딪혀 쪼르르 눈물 흘리는 빗소리의 음절을 들으며 쓸쓸한 마음에 노오란 유자차향기 흠뻑 취하고픈 심정입니다 이런 날일수록 빈 가슴에 채우고 싶은 것은 진실과 순수입니다. 종일 내리는 저 비가 그치면 나는 화려하지 않은 수수함에 자줏빛, 내 빛깔을 감고서 작은 목마를 타고 아침을 향하는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나뭇잎새의 싱그러움도 뿌리는 비의 서글픔과 아픔, 낡아가는 한 조각의 슬픈 추억도 깨끗이 모두 먹어버리고 싶습니다 고통을 보담고 허물을 사랑하여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히 살고 싶습니다. 이제 남은 세월에 외로움이 물든 내 청춘을 조금씩 묻고 약간은 닳아진 영혼 스스로 달래며 푸슬푸슬 쌓이는 빗 속을 가랑잎 밟듯 처연히 지나갈 것입니다. 한줄기 눈물 빗속에 감추고 안개 같은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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