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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좋은생각

영상글.... 등록일 : 2006-09-03 22:27


하나의 계절이 문을 열고 사라지고,

또 다른 계절이 또 다른 문에서 들어온다.

사람들은 당황해서 문을 열면서

이봐 잠깐. 기다려줘,

하나 미처 말 못한 것이 있단 말야, 하고 소리친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문을 닫는다.

방 안에는 이미 또 다른 계절이 의자에 앉아서

성냥을 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만일 미처 못 다한 말이 있다면, 하고 그는 말한다.

내가 들어 주지. 잘되면 전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아냐, 괜찮아, 하고 사람은 말한다.

대수로운 것이 아냐.

바람 소리만이 주위를 뒤덮는다.

대수로운 일이 아냐. 하나의 계절이 죽은 것 뿐이지.


1973년의핀볼 / 하루키




그런 기억 있지.

해지는 방향으로 차를 몰아 갔던

지는 해가 아쉬워서, 태양을 향해 달려가면

다시 밝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서 말야..

마치, 그 해가 산너머로 가고 나면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 해를 쫓아서 가 본 적이 있어...

찬란했던 태양의 빛이 찰나동안 사라지던 그 순간에도 나는

아무도 모르게 빛나는 다른 세상을 꿈 꿨던 거야.

하지만 곧 어둠이 엄습해 오고

그 어둠이 더욱 짙어져오면

두려움에 몸서리치기도하지.

그래...

어둠과 밝음이 반드시 서로 교차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래야 한다면...

기꺼이 그 어둠 또한 받아 들여야겠지.

지금, 내가 어둠 안에 있다면

그 어둠을 결국 이겨내야하고

어둠까지도 나만의 빛으로 밝게 변화시켜야하겠지.

매 순간, 새로운 두 갈래의 길에 서있는 나..

한쪽 길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들과 별반 다를게 없어

어찌보면 쉬운 길일수도 있지.

하지만.. 달라질 것이 없는,

너무 쉬워서 편할, 안일한 길이기도 해.

다른 한쪽 길은 어둠만이 눈 앞에 보일 뿐이야.

어둡고 폭풍에 휩싸인, 바다 한복판 같은 그런 길..

하지만 저 폭풍이 걷히고 나면

잔잔한 파도가 살아 숨쉬는 쪽빛 바다와

밝은 태양이 비추는 푸른 산호초가 보이지 않을까.

아아, 어서 저 속에서 살아 숨쉬는 나의 맥박을 확인하고 싶어.

이제 저 어둠의 길로 가도 될까..

지금 당장은 두렵다 하더라도

내 믿음을 확인시켜 줄 푸른 아침이 떠오를테고,

폭풍이 가라 앉고

찬란히 빛나는 태양을 보게 될테니 말야..

눈부신 햇살 아래 푸르게 흔들릴 하늘과 바다..

그 가운데 나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되어도 좋아.

그 하얀 포말 속에서 내 믿음이 퍼져 나갈테구

폭풍은,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확인 했을테니까...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자신에게서 또 타인에게서,

떠나고 또 떠난다.

그리고 몇 번이고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 속에서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현실의 위태로운 외줄을 타지만,

우리가 딛는 현실이란 머물 수 없는 것이고,

늘 무언가를 상실해 가는 것이고,

또 늘 무언가를 소망하게 하는 구차한 것이어서

존재는 편안한 날 없이

자꾸만 찢기고 나뉘고 끝없이 갈라진다.


전경린 /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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