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좋은생각 아름다운 꼴찌 등록일 : 2007-12-12 11:19 kang****@y****.kr 조회수 : 53 지난해 가을, 회사 체육대회의 마지막 종목인 마라톤 경주에 대표 선수로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팀의 우승을 위해 꼭 일등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나는 주먹을 꼭 쥔채 한참을 앞만 보고 달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나보다 훨씬 앞선 선두 그룹의 한 선수가 달리던 도로에서 갑자기 벗어나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포기하는가 보다. 경쟁자가 하나 줄었군' 생각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얼마 뒤 나를 비롯한 선수들이 속속 결승선을 끊고 들어오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선수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 그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시커먼 검댕이옷 여기저기에 묻어 있고, 땀으로 젖은 얼굴은 불에 데인 듯 온통 불그스레한 것이 여간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 선수를 마지막으로 마라톤을 마치고 체육대회도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나중에 그 친구에게 사연을 전해 듣고,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고 좋아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갑자기 불이 나 다급해진 아주머니가 우연히 자기집 앞을 뛰어가던 그 친구를 붙잡고 사정을 하는 바람에 그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헛간의 불을 끄느라 온몸이 잿가루에 덮이고 화상을 입어 울긋불긋해졌던 것이다. 다행히 불을 다 끄고 고맙다고 붙잡는 아주머니에게 냉수 한 그릇만 얻어 마시고는 아무도 없는 마라톤 코스를 혼자 끝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그날 마라톤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꼴찌로 들어온 그 친구의 얼굴에 서린 흐뭇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날의 진정한 승자는 그 친구였다. - 아름다운 이야기 중에서 -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 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