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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 관한 이야기 등록일 : 2008-03-13 11:00

1 운명의 여신은 오른손을 택했다?

요즘도 도박장에서는 왼손잡이 딜러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왼손은 운을 부르는 손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동유럽에서는 사람의 오른쪽에는 수호천사가, 왼쪽에는 악마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액막이 미신으로 사람 몸에 소금을 뿌릴 때 왼쪽 어깨에 뿌린다. 집시 여인들은 왼손의 손톱을 절대 깎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믿는 미신에 따르면 오른손이 가려우면 돈이 생기고 왼손이 가려우면 돈을 잃을 운수라고 한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사람이 잠들어 있을 때 손발이 움직이는 것은 귀신의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오른쪽이 움직이면 좋은 미래를, 왼쪽이 움직이면 불길한 미래나 죽음을 예언하는 것으로 믿는다. 중동 사람들은 턱수염 부위가 가려울 때 오른손으로 긁으면 재수가 좋지만 왼손으로 긁으면 재수가 나쁘다고 말한다.
2 무기를 내려놓는 평화의 몸짓, 악수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 시대로부터 유래하는 악수는 무기 없이 상대를 맞이하겠다는 평화의 몸짓이다. 오른손잡이들이 서로 칼을 내려놓고 오른손을 잡고 있는 한 상대의 공격을 염려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시저는 왼손잡이였지만 모든 국민들에게는 악수만큼은 오른손으로 하게 했다. 그 결과 왼손으로 검을 쓰는 왼손잡이는 믿지 못할 사람으로 여겨졌다.
3 여성을 상징하는 왼손
유대의 신비주의 경전 <카발라 Qabalah>에 보면 에덴동산에 있던 생명의 나무 오른편은 자유·남성을 상징하고, 왼편은 엄격함·여성을 상징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인도의 신비주의 종교에서도 오른쪽은 태양과 남성을, 왼쪽은 달과 여성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은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신랑의 왼편에 서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한편 결혼반지를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착용하는 것은 기원전 300년경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의사들은 이 손가락에서 심장까지 혈관이 연결돼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4 배변을 돕는 부정한 손
뉴욕 코넬 대학의 칼 세이건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에덴의 공룡>에서 왼손에 대한 편견이 위생 관념에서 유래한다고 쓰고 있다. 미개 사회에서는 배설물에 의한 오염을 막기 위해 배변을 처리하는 손을 정해 구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왼손이 배변과 결부돼 부정적 가치관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도, 네팔, 일부 중동 국가에서는 오른손은 밥 먹는 손, 왼손은 배변을 돕는 손이다. 이곳을 여행할 때는 왼손으로 음식을 만지거나 건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왼손잡이들은 말한다. 모든 사람은 오른손잡이로 태어나지만 오직 위대한 사람들만 그것을 극복한다고.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오른손을 극복한 위대한 왼손의 예는 끝도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인류 역사상 왼손에 대한 시선은 늘 곱지 않았다. 동서양, 인종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이어져온 왼손에 대한 미신과 편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
5 왼손잡이는 유전인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보면 주인공인 장돌뱅이 허 생원이 봉평장에서 우연히 만난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와 동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 허 생원은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작가는 두 사람의 부자 관계를 암시하는 모티브로 왼손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처럼 왼손잡이는 과연 유전인가.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를 결정짓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설이 갈린다. 미국의 유전학자 아마르 클라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오른손잡이의 특성을 발현시키는 우성인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발표하는가 하면, 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은 왼손잡이는 유전적 변수와는 관계가 없고, 태아에 손상을 가하는 일종의 스트레스를 일컫는 출산 전 외상증후군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6 왼손잡이는 정말 수명이 짧은가?
흔히 하는 말로 오른손잡이 세상에 사는 마이너 그룹 왼손잡이들은 그 스트레스로 인해 오른손잡이에 비해 수명이 짧아진다고 한다. 이에 관해서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스탠리 코렌 박사는 1991년 자신의 저서 <왼손잡이 신드롬 왼손잡이의 원인과 결과>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평균 9년 정도 빨리 죽는다고 발표해 전 세계 왼손잡이들을 우울하게 했다. 한편 미국 국립노인연구소 마르셀 살리브 박사는 보스턴 지역의 노인을 대상으로 6년간 연구한 결과,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나 그 수명에는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 후 코렌 박사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수정해 9년설이 아닌 4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7 왼손잡이는 실제로 얼마나 되나?
왼손잡이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많지 않다. 문화와 지역에 따라 그 비율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왼손잡이에 대해 편견이 적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는 왼손잡이가 인구의 12~15퍼센트 정도 차지하지만, 왼손에 대한 금기가 심한 아랍 문화권에서는 1퍼센트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도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이 심한 편이라 그 비율이 적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3.9퍼센트가 왼손잡이로, 여자(3.6퍼센트)보다는 남자(4.3퍼센트)의 비율이 약간 더 높았다.
8 왼손잡이는 교정해야 하는가?
왼손잡이임에도 오른손을 쓰도록 교정된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회상한다. 현재 발표된 여러 연구에 의하면 강요에 의한 교정은 말더듬이, 노이로제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는 교정은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동감한다. 앞서 본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왼손잡이일 경우 교정을 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38.2퍼센트, 그대로 왼손을 쓰게 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61.8퍼센트였다. 50세 이상 응답자의 경우 59퍼센트가 교정하겠다고 답해 여전히 왼손잡이를 터부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연령이 낮아질수록 그 비율도 낮아져 앞으로는 왼손잡이 인구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9 위대한 왼손의 활약상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가 발달한 사람들이다. 인간의 오른쪽 뇌는 공간 감각과 이미지를 관장해 왼손잡이들은 상대적으로 공간감이나 상상력이 뛰어나다. 미켈란젤로, 피카소 등 미술·건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분야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는데 이를 증명이나 하듯 마이크로 소프트사 설립자 빌 게이츠도 왼손잡이다. 야구, 테니스, 아이스하키, 골프 등 스포츠에서도 왼손잡이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야구만 보더라도 1927년 한 시즌에 60개의 홈런을 치는 대기록을 세웠던 홈런왕 베이브 루스, 2130회 게임에 연속 출장한 전설의 야구 선수 루게릭 등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선수 중 32퍼센트가 왼손잡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양준혁, 이상훈, 이승엽 등 왼손잡이 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다. 연예계에서 보면 메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폴 매카트니 등이 왼손잡이였다. 한편 나폴레옹, 알렉산더, 히틀러, 줄리어스 시저, 카스트로, 제럴드 포드, 조지 부시 등 세계 역사를 뒤흔든 정치가 중에도 왼손잡이가 많다. 1996년 미국 대선의 경우 공교롭게도 클린턴을 비롯해 밥 돌, 로스 페로 등 입후보자 모두가 왼손잡이여서 언론은 이를 두고 왼손잡이들의 대결이라 불렀다. 이는 왼손잡이들이 상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독립심과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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