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 있는 풍경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아주 내리지는 않고 내리다 말고 그러다 다시 내리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교외로 나갔다가 우연히 산을 보니 산 머리에 구름이 짙게 깔린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진기를 준비해 오는 짧은 시간에 멋있던 구름은 어디로 사라지고 눈앞에는 전깃줄만이 멋진 구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내 어릴 적 고향은 전신주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깊은 오지 산속에도 전신주는 여러 전깃줄을 가지 삼고 오래된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자연 일부가 되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머니 홀로 계신 집에 자식보다 더 친한 연속극을 저 전깃줄이 전해주겠지요. 전깃줄이 있는 풍경이 오늘은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글 최연창ㆍ사진《좋은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