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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디지털 질환 등록일 : 2010-07-21 09:07

[이슈]최신 디지털 질환 '휴대폰 중독'
최첨단 기기는 최신식 중독을 싣고

서울 모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이엄지(가명, 17) 양. 엄지 양의 취미는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보내기와 게임하기.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며 즐거워 한다. 밥을 먹을 때나 혹은 친구와 함께 길을 걸어갈 때도 엄지 양의 문자보내기는 그치지 않는다. 옆에 있는 친구와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하기 보다 멀리 있는 다른 친구와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을 더 즐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문자를 보내다 들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어김없이 폴더를 열고 모바일 게임을 한다. 게임에 빠져 내릴 정거장을 지나친 적도 여러 번이다. 게임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뭐, 딱히 용건이 있어서 통화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그게 이번에는 통화일 뿐이다.

혹시 엄지 양의 사례를 보면서 '완전 내 이야기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휴대폰 중독을 의심해볼 만하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가 3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휴대폰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민의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그만큼 휴대폰은 없어서는 안될 만큼 우리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많은 편리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회적인 병폐를 불러온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저기 장소를 불문하고 울려대는 벨소리와 큰 통화 목소리는 현대인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등의 연구보고도 시시때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병폐들 가운데서도 빠질 수 없는 가장 큰 문제가 '휴대폰 중독'이다.

'휴대폰 중독'이란 휴대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하고 항상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해야 마음이 편한 상태를 일컫는다. 휴대폰이 날이 갈수록 최첨단으로 진화하면서 생활 전반을 이 조그만 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오락 등 엔터테인먼트에 민감하고, 기기 작동에 민첩한 청소년층의 휴대폰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자메시지 의존도 최고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관내 B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10개반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휴대폰 소지자 276명중 29%(80명)가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등의 심각한 휴대폰 중독증세를 보였다. 또 60%(160명)가 휴대폰이 오랫동안 울리지 않으면 벨이 제대로 설정 됐는지 확인하거나 휴대폰이 꺼져있으면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가 와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주요 사용 패턴에 대한 질문에는 '문자채팅'(72%), '음성통화'(11%), '게임'(6%) 순으로 응답해 문자메시지 중독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최근 실시한 '청소년 이동전화 및 무선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전국 5대 도시 남녀 중고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청소년의 휴대폰에 대한 심리적인 의존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1.6% '휴대폰을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답했고, '휴대폰이 없으면 불편해서 살 수가 없다'는 응답이 42.6%, '한참동안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으면 불안하다'가 26.0%로 조사됐다. 또 하루평균 전화 건 횟수는 5.71통, 문자전송 건수는 29.11건으로 나타나 문자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한 고등학생은 "개인적으로 하루에 평균 30건 이상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수백 건을 이용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화장실을 갈 때도 손에 들고 가야 마음이 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분당 불곡고등학교 장상철 교감은 "학생들은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지나치게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아 수업에 지장이 많다"며 "자발적으로 최소한의 자제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당국의 지속적인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휴대폰 중독도 병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휴대폰을 통한 메시지 보내기나 게임 등에 집착하면서 신종증후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나친 휴대폰 문자 전송으로 어깨에 통증을 느끼는 '문자메시지 통증(TMI, Text Message Injury)'이 그것. 이 증상은 작은 공간에서 쉴새 없이 단추를 누르는 바람에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 어깨 통증을 느끼게 되는 단순 반복증후군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을 때 하루 종일 불안하고 초조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것과 전혀 울리지 않은 벨소리를 울린 것처럼 느끼는 환청, 두통 등 그 증상은 다양하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B고등학교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35% 가량이 휴대폰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어깨 및 손목통증, 환청, 초조, 불안감 등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낀 것으로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중학생 정지혜(가명) 양은 "게임을 즐겨하고 문자를 많이 보내다 보니 눈과 손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때론 오지않은 진동을 느낄 만큼 '내가 집착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지만 그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특별히 청소년층에서 휴대폰 중독현상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할 때 디지털 세대답게 느리고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개인 기기인 휴대폰이 개인적이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디지털 세대와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데다 상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디지털 세대의 심리를 보여주듯 인터넷 문자메시지 관련 사이트에 가면 일상생활 속에서 문자를 주고받을 '문자친구'를 구한다는 청소년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성인들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청소년들에게 문자메시지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모르는 누군가와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 창구일 뿐이다.

최근 한 이동통신업체에서는 문자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용해 '심심이'라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문자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의 휴대폰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계(##332)에 보내는 것으로 문자를 전송하자마자 곧바로 재미있는 답장이 날아와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이미 휴대폰 중독에 깊이 빠져들어 있지만 당사자는 물론 주변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보니 자칫 방치했다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동선 교수는 "휴대폰 과다사용은 인터넷 중독현상처럼 우울증이나, 불안, 수면장애, 금단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올 수 있다"며 "하루에 휴대폰 사용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친구들간 또는 가족간에 대화를 많이 하는 습관을 생활화 하는 것이 휴대폰 중독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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