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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즐기는 겨울, 담양여행 ① <대나무숲> 등록일 : 2009-01-02 16:48



겨울 담양은 특히 시간을 내서 천천히 정성 들여 둘러보아야 한다. 부러 구불구불 낸 길 위에서, 눈 덮인 작은 외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눈 내린 겨울 담양의 분위기를 즐기고, 대숲의 소리를 듣고 향과 맛을 느끼면 어느새 삶의 욕망을 버린 소박한 마음이 된다.

시인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담양은 대나무의 도시다. 굳이 인공으로 조성된 대나무 숲을 찾지 않아도 도시 전체가 대나무 천지다. 우리나라의 대나무 서식지 중 약 70%가 담양에 있단다.

나지막한 동네 뒷동산에도 양지바른 언덕배기에도 대나무가 가득 자란다. 대나무의 참 맛은 역시 가슴으로 듣는 서걱거림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도록 빽빽한 죽림 한가운데 서서 잠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라. 눈보라 치는 차가운 겨울 바람에 흐느끼는 대숲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루마나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부럽지 않다. 그 기막힌 소리를 귀로 듣고 가슴에 담아올 수 있다면 담양 여행은 성공이다.

[Day 1] 대나무 숲 바람에 울다

대나무박물관 -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대나무골테마공원 - 담양호 드라이브

담양 여행의 첫 코드는 대나무다. 시작은 대나무박물관. 박물관 입구에 보이는 삐쭉삐쭉 뻗은 맹종죽, 오죽, 분죽, 국죽, 삼각죽 등을 보며 대나무의 생김새를 비교해 본다.

박물관에는 전통 고죽품과 담양에서 생산된 갖가지 죽공예품이 전시돼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물관에서 대나무에 관한 기본 공부를 마쳤다면 본격 대나무 탐험에 들어간다.

금성면 대나무골에 자리한 테마공원으로 향하는 24번 국도에서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길이다.

담양 주민이 정성 들여 가꾼 지 40여 년. 이제 이 메타세쿼이아 길은 담양에선 없어선 안 될 명물이다. 드라이브를 하려면 학동마을 입구에서 오른편 옛 길로 빠져야 한다. 같은 24번 도로지만 새로 난 길이 나란히 뻗어 있다.

지난 여름에 울창하게 자라나 하늘을 가렸을 나무 터널은 이제 잎이 다 떨어져 뾰족한 가지만 남았다. 겨울 풍경이 쓸쓸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허전하기보다는 또 다른 낭만이 느껴진다. 고즈넉한 오후의 햇빛을 가르는 나무를 바라보면 기분이 말랑말랑해진다.

한결 여유로워진 마음을 대나무 숲 속에 풀어놓는다. 대나무골테마공원은 사진 기자 출신의 신복진 씨가 30년 동안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죽림.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해 한석규의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란 카피로 유명한 휴대전화 CF 촬영 장소로 쓰였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라난 빽빽한 대나무 숲에선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흘러내릴 듯하다.

잠시 내린 싸락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그 끊임없는 대숲의 서걱거림. 시인이 돼볼까. "대숲을 제대로 느끼려면 파릇한 봄이나 여름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이 제격이여. 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내가 예서 이러고 있잖여. 대나무 숭그는 일이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지잉." 흰 수염 가득한 얼굴로 넉넉하게 웃는 신복진 씨가 말한다.

낭만의 여세를 몰아 첫째 날은 담양호 드라이브로 마무리한다. 대나무공원에서 나와 순창 방면 29번 도로를 타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다시 연결된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지나 담양호에 닿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한반도의 모습처럼 보인다는 호수다. 추월산의 머리 부분이 호수 건너편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저녁 노을. 흰 눈과 섞인 오렌지빛 감동은 호수를 물들이고, 낯선 이의 마음도 물들인다.

:: Travel Point - 영화, 드라마, CF의 단골 촬영지

담양은 빼어난 풍경 덕에 일찍부터 영화와 드라마 CF의 촬영지로 선호돼 왔다.

드라마 <다모>에서 하지원과 김민준의 첫 회 격투 장면은 삼인산 대나무밭에서 찍었고, <여름향기>에서 송승헌과 손예진이 대나무에 쓰인 낙서를 웃으며 읽는 장면은 대나무골테마공원에서,

영화 <스캔들>의 조선 상류 사회 장면을 연출하는 데는 소쇄원이 배경이 됐다.

이밖에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김희선이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지나는 장면, <청풍명월>에서 최민수와 조재현이 맞닥뜨리는 장면도 담양의 대숲이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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