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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엔 아름다운 남도로 떠나자! 등록일 : 2009-03-17 09:56

동백의 붉은빛이 서서히 번지면서 남쪽 끝에서부터 봄기운이 북상하고 있다. 봄이 오기 바로 직전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의 자취를 쫓으러 남쪽으로 떠났다. 봄이 오는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남도 여행기.


동백꽃을 찾아 떠난 남쪽 바닷가

▶ 완도 푸른 보리밭을 헤치며 달려오는 봄
동장군이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2월 말. 늦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서울에서는 이제 곧 봄이 온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무작정 차를 몰고 남도로 내려가는 길. 충청도까지만 해도 길가 곳곳에 눈이 남아 있는 풍경이 냉랭하다. 광주를 지나 나주평야에 이르러서야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푸른 보리밭에서 따뜻한 기운이 조금씩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최남단에 위치해 있는 전남 완도.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시라도 빨리 봄의 자취를 확인해보고 싶은 조바심에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동백꽃이라우? 해변가로 가면 천지일 텐디…. 저기 청해진 유적지 쪽에도 있고, 아니면 화흥포항 쪽으로 가보시오. 한 10분만 가면 뻘건 꽃망울이 눈에 띌 것이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방향을 일러주는 60대 촌로의 목소리가 정겹다. 하지만 난생처음 완도 땅을 밟아보는 기자 일행이 길을 제대로 찾기에는 역부족. 인적이 드문 화흥포항을 헤매는 동안 매정하게도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다급하게 저 멀리 길 가던 완도 처녀를 붙잡아 세우자 수줍은 미소를 띤 처녀의 얼굴이 석양을 닮은 듯 벌겋게 물들고 말았다. 털털한 옷차림의 그녀는 동백꽃을 찾는다는 애절한 호소에 싱긋 웃으며 느닷없이 품속에서 최신 휴대폰을 꺼내든다. 시골 정취에 푹 빠져 있던 기자 일행은 순간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 물어봐준 덕분에 드라마 <해신> 세트장 근처에 동백꽃이 가득 피어 있다는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숨이 턱에 찰 듯 달려갔지만 이미 저녁 7시를 넘긴 터라 세트장 출입이 금지된 상황. 터덜터덜 언덕을 내려오는 길, 저 멀리 절벽 가까이에 푸른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맨 노파가 플라스틱 양동이를 머리에 인 채 노래를 흥얼거리며 밭고랑 사이로 걸어오고 있다. 완도에서의 봄은 저렇게 노파의 머리 위에 얹힌 채 조금씩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었다.

예부터 각종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고장, 전라도는 음식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어느 식당을 가도 그 맛이 기본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길가에 위치한 허름한 기사식당에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텅 빈 식당을 보는 순간 ‘잘못 들어왔나?’ 싶은 걱정을 뒤로한 채 5000원짜리 백반을 주문했다. 이미 컴컴한 창밖 풍경을 응시하는 동안 상 위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으로 그득 찼다. 청국장, 된장찌개, 생선구이, 생선찜, 야채쌈, 낙지볶음, 각종 나물 등등. 어느 식당을 가든 밥 두 공기를 깨끗이 비우고 말 것이라는 지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 여수 동백꽃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완도에서의 짧은 체류 시간이 못내 아쉬웠지만 일정이 빡빡한 탓에 곧바로 국도를 타고 여수로 넘어가야 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국도는 차 한 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즈넉하다. 졸음을 참으며 2시간여를 달린 끝에 저 멀리 돌산대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규모로 따지자면야 돌산대교를 능가하는 다리들은 전국 곳곳에 즐비하다. 하지만 밤에 바라보는 독특한 야경으로는 단연 국내 최고로 꼽을 만하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다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돌산공원에 올랐다.

여수 시민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명소로 유명한 돌산공원은 해발 100m가 채 안 되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뤄져 있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여수 시내와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자정이 넘어서면 동백나무 숲 속 어두운 그늘마다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연인들이 세워놓은 자동차가 가득하다.
데이트족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한구석에 서서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동백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덧 휘영청 보름달이 솟아 공원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보름달이 연인들에게 가장 미운 존재 중 하나일 것.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려 조명을 바꿔가며 밤바다를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는 돌산대교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늦추위도 어느덧 저 멀리 훌쩍 달아나버린다.

문득 위가 아닌, 아래에서 바라보는 돌산대교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돌산대교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꽤 복잡하다. 수협 공판장 쪽으로 내려가 덩그렇게 홀로 서 있는 커다란 창고 옆 꼬불꼬불한 외길을 걷고 있자니 외지인이 함부로 찾기에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두 사람이 간신히 스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200m쯤 걷다 보니 마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듯한 아기자기한 항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1970년대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듯 조그맣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 허름한 횟집들 사이로 고깃배 서너 척이 샛노란 가로등 불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길이 10m도 채 안 될 짧은 부둣가에 서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돌산대교를 바라보며 여수의 밤을 흘려보냈다.
다음날 아침, 3000그루가 넘는 자생 동백이 자라고 있는 오동도에 들어가려는 순간 일주일 전 갑자기 눈이 내려 일찍 핀 동백꽃이 모두 떨어지고 말았을 거라는 한 주민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울창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 동백숲 속은 무척 어둡다. 하지만 나뭇가지 사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느닷없는 눈을 맞아 바닥에 떨어져버린 운 나쁜 꽃들을 대신해 새롭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동백을 찾아볼 수 있다. 부끄러운 듯 아직 확연한 빨간빛을 속에 감추고 있는 오동도 동백은 불과 일주일 후면 완벽한 절정을 이뤄 관광객들을 유혹할 것이다.
바닥에 붉게 흩어져 있는 동백꽃잎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동백꽃은 지고 난 후에도 변함없이 아름답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벚꽃처럼 지저분하게 떨어지지도 않고, 장미꽃처럼 핀 자리에서 초라하게 시들지도 않는 동백.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지는 동백은 예부터 청초한 여인이 떠나는 님을 차마 붙들지 못하고 뚝뚝 떨어뜨리는 눈물과 같은 의미로 쓰여 왔다.

섬진강을 건너 통영으로 넘어가기 전 여수 시내 외곽에 있는 흥국사에 들렀다. 봄이 되면 벌겋게 불타오르는 진달래로 뒤덮이는 영취산 자락에 있는 고찰. 문고리를 잡으면 3년 내내 행운이 깃든다는 대웅전 안에서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다라니경에 귀를 기울여본다. 곧바로 이어지는 먹먹한 침묵…. 문틈 사이로 슬쩍 훔쳐보니 여든은 넘은 듯한 주지스님이 파르라니 깎은 머리 모양새가 아직은 어색한 20대 초반의 스님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한껏 정신을 가다듬은 채 다라니경을 외우는 스님의 잔잔한 목소리 사이로 여수의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 거제도 수평선 따라 찾아오는 새봄
대전과 통영 사이에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서울에서 통영까지 5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해졌다.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섬진강을 건너 사천을 거쳐 통영에 이르렀다. 곧바로 거제대교로 직행. 제주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는 다리를 넘어서자마자 고층빌딩이 모여 있는 시가지가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섬인지, 육지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장승포를 지나자마자 바닷가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도로로 나서면 새파란 바다가 아름다운 거제도의 참맛을 맘껏 느끼게 해준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방파제에 잠깐 차를 세웠다. 방파제에서 10m쯤 떨어진 바다 위에 시꺼멓게 늘어서 있는 그물망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 저 멀리 수평선까지 한없이 이어진 그물망의 정체가 궁금해 진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어깨에 둘러멘 촌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그물망 말이가? 굴 새끼들이라카이. 이제 자연산 굴은 거의 없어졌다 아이가. 겨울 내내 굴 새끼들을 저렇게 매달아놨다가 날씨가 풀리면 해녀들이 바다 깊은 곳 바위틈에 붙인다카이. 그래서 가을이면 속이 튼실한 굴구이를 먹을 수 있는 기라.”

소금기 가득한 바다 내음을 한껏 들이마신 후 학동마을 몽돌해변에 산재해 있는 동백꽃을 찾아 나섰다. 몽돌해변을 지나는 해안도로에는 길이 5km에 달하는 전국에서 제일 긴 동백숲이 바닷가를 따라 이어져 있다. 저절로 졸음이 올 만큼 날씨가 따뜻해 봉우리를 환하게 터뜨린 동백꽃이 꽤 여럿이다. 진한 초록색 잎사귀 사이로 붉은 속살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동백꽃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때마침 새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샛노란 태양이 동백숲을 비출 무렵 저 멀리 ‘까악까악’ 갈매기 소리가 유쾌하다. 자동차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조금씩 속도를 높이자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저 멀리 봄의 왈츠가 밀려오고 있다.







▷ 매화로 시작되는 섬진강의 봄, 전남 광양 매화문화축제
봄이면 섬진강은 꽃밭 사이로 흐르는 강이 된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은 하얀 매화. ‘매화마을’로 불리는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에서 3월 11~19일까지 열리는 제10회 매화문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봄꽃축제. 섬진강변의 매화 군락지는 10만 평에 달해 개화기 때는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성황이다. 온 마을을 하얗게 뒤덮은 매화가 연출하는 장관은 강변도로에서 바라보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포인트 맑은 섬진강 가를 뒤덮은 하얀 매화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IC로 나간 후 하동 읍내 지나 광양 방면→섬진강 건너 우회전한 후 강변도로에 진입해 섬진마을
문의 광양시청 관광계(061-797-2361), www. maehwa.org


▷ 지리산 아래 노란 봄의 안개와 함께, 전남 구례 산수유축제
섬진강변의 꽃길 퍼레이드는 매화에서 산수유로 이어진다. 구례군 산동면은 본래 지명보다 산수유 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으로 매년 3월 말부터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나 4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개나리처럼 샛노란 빛깔은 아니지만, 노란색 안개가 마을을 덮은 듯 은은한 봄빛이 장관이다. 지리산 온천관광지 일원에서는 이에 맞춰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산수유축제가 벌어질 예정.
포인트 샛노란 산수유와 함께하는 섬진강 봄맞이
주변 관광지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온천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전주·순천간 4차선 산업도로→남원 지나 구례
문의 구례군청(061-782-2014), http:// 210.178.41.1/gurye


▷ 남도의 봄을 수놓는 분홍빛의 향연, 전남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창녕 화왕산, 마산 무학산과 더불어 3대 진달래군락지 중 한곳으로 꼽히는 전라남도 여수 영취산은 해마다 4월이면 수만 그루의 진달래가 15만 평에 걸쳐 꽃을 피워 분홍빛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흥국사 대웅전 뒤 영취봉과 진달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국의 등산객들이 몰려들 정도로 유명하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산 정상부터 산자락을 뒤덮고 있는 분홍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포인트 온통 분홍빛 세상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또는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방면 17번 국도로 진행
주변 관광지 다도해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돌산대교
문의 영취산 진달래축제위원회(061-691-3204), www.jindalrae.or.kr


▷ 온 마을을 뒤덮는 샛노란 산수유, 경기도 이천 백사 산수유꽃축제
먼 길이 부담스럽다면 ‘이천 백사 산수유꽃축제’는 어떨까. 도자기축제와 함께 이천의 봄맞이 행사로 유명한 산수유꽃축제. 이천에서 가장 높은 원적산(634m) 아래 영원사를 향해 가는 길은 1만7000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원적산 자락을 향해 조금만 가다 보면 이내 주변 풍경을 노랑 원색으로 물들인 산수유꽃 군락과 마주친다.
포인트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
찾아가는 길 이천 시내에서 여주 방면 이포대교→현방리에서 왼쪽 ‘영원사’ 이정표 따라 진행→ 이천 시내에서 셔틀버스 운행
주변 관광지 이천 도자기마을, 이적온천, 설봉산
문의 이천 산수유꽃축제추진위원회(031-633-0100), www.2104sansooyou.com


▷ 서해 낙조와 붉은 동백의 환상적 조화, 충남 서천 동백꽃쭈꾸미축제
처연한 동백꽃과 서해의 풍광이 어우러져 봄맞이 명소로 유명한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69호). 마량리 동백은 3월 말부터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해 5월 초까지 처연한 자태로 방문객을 사로잡는다. 숲 정상의 누각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환상적. 동백나무숲 입구에 주민들이 앞바다에서 갓 잡은 주꾸미로 회, 무침, 샤브샤브 등의 요리를 선보인다.
포인트 붉은 동백과 서해 낙조의 조화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에서 회덕IC 거쳐 호남고속도로→69번 국도 논산 방면→지방도 613번 →강경, 서천 지나서 서면 동백정
주변 관광지 희리산자연휴양림, 천방산
문의 서천군청(042-950-4114), www.seo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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