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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사도 추도 등록일 : 2009-03-06 22:50
파도야, 쉬~잇 공룡이 깰지 몰라
△ 사도에 딸린 시루섬의 용꼬리바위. 30여m 길이의 용 모습을 한 바위의 머리쪽은 절벽을 향했고, 꼬리쪽은 바닷물에 잠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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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국내여행카페]日常脫出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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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는 작지만 큰 섬이다. 지도에 잘 표시되지도 않는 깨알같은 섬들이 올망졸망 둘러앉은 모습이다. 이 작은 섬들이 서로 손을 잡아, 제법 큰 덩치를 이루며 빼어난 해안 경치를 펼쳐 보인다. 섬과 섬을 잇는 깨끗한 해수욕장, 깎아지른 절벽과 각양각색의 바위들, 전망좋은 숲길 산책로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매력적인 섬이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7000만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질주하는 공룡의 발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여수반도 서남쪽 앞바다, 낭도 바로 밑에 자리한 모래섬이다. 해수욕은 물론, 무수히 흩어진 공룡 발자국들을 탐방하며 자녀들 자연학습도 겸할 수 있는 곳이다. 여수항에서 24㎞, 여객선으로 1시간20분 거리다.
본섬(사도)과 간댓섬(중도)·시루섬(증도)·진댓섬(장사도) 그리고 나끝·연목·추섬(추도) 등 7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사도를 이룬다. 길이 수십m짜리에서부터 수백m까지의 작은 섬들이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과 2월 영등일 그리고 4월 중순쯤 사리 때면 일곱개의 섬들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져,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추섬과 진댓섬·연목을 빼고 나머지 섬들은 평소에도 연결돼 있다. 조선시대엔 사도를 사호(沙湖)로 불렀다는데, 과거엔 섬들이 모두 모래밭으로 이어져 한가운데 호수를 이룬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이 빠지며 섬들이 연결되는 현상을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서남해안엔 물이 많이 빠지는 시기에 이렇게 뭍과 섬, 섬과 섬이 이어지는 섬들이 수두룩하다. 아예 보이지 않던 드넓은 모래섬이 나타나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풍경을 서양의 시각으로 다시 보며 신기해하니 우스꽝스런 일이다.
한여름 사도의 매력은 다른 데 있다. 해수욕을 즐긴 뒤 해안 숲길을 산책하고, 공룡발자국들을 따라 걷다가 규화목 화석이 흩어진 거대한 바위그늘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쉬는 일이 그것이다.
크고 작은 7개 섬 열렸다 닫혔다 숲길 걷다보면 절벽해안 절경
단풍잎처럼 흩어진 공룡 발자국 7000만년전 구름조각 담아내고‥
△ 사도 본섬의 절벽길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시원하게 펼쳐진 해안 절벽과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이다. |
사도 선착장에 배를 대면 먼저 두개의 커다란 공룡 모형이 굽어보며 ‘공룡의 섬’임을 일깨워준다. 사도의 본섬이다. 선착장 좌우로 모래알이 굵은 해수욕장이 있고, 간뎃섬으로 가는 길을 따라 왼쪽으로도 완만한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현대식 건물인 관광안내센터 옆으로 접어들면 해안을 따라 본섬을 한바퀴 도는 탐방로가 나 있다. 종려나무숲에 마련된 공룡테마전시장과 나지막한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길을 지나 절벽해안을 감상하며 숲길을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길쪽으로 휘어져 길을 막아서다시피한 거대한 소나무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닥치는 파도를 감상할 수 있다. 언덕 위 길 왼쪽 정자쉼터 뒤론 돌로 쌓은 사당터가 있다. 정월 초하루나 대보름날 풍어를 기원하며 당제를 지내던 곳이다. 길을 내려가면서 본섬과 간댓섬, 두 섬을 잇는 사도교, 그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추섬과 진댓섬 등이 어울려 볼만한 경치를 만들어낸다.
사도교 오른쪽 바위마당에서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새겨진 티라노사우루스 등 공룡들의 발자국들을 관찰할 수 있다. 4대째 대를 이어 사도에 살고 있다는, 사도리 이장이자 최연소 어른인 장동식(50)씨는 “어렸을 땐 그걸 호랑이 발자국이라 불렀다”며 “너무 발자국이 많아 그렇게 중요한 건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단풍잎처럼 흩어진 발자국엔 바닷물이 고여, 7000만년을 흘러온 구름 조각들을 담고 있다.
사도교를 건너 간댓섬을 지나면 시루섬과 연결된 모래밭이 나타난다. 모래밭 양쪽이 바다인 이른바 양면해수욕장이다. 바위무리가 빚어내는 해안경관의 절정은 해수욕장을 건너 시루섬 뒤쪽으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거북바위·얼굴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웅장한 절벽 사이로 펼쳐진 널찍한 마당바위(멍석바위)에 이른다. 마당바위는 이순신 장군이 해상훈련을 하다 병사들을 쉬게 했다는 곳이다. 지붕처럼 튀어나온 바위 밑이어서 그늘이 시원하다. 옆에 놓인 거대한 둥근 바위는 이순신 장군을 지칭하는 장군바위다. 풀꽃들이 뿌리를 내리고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바위절벽은 고스란히 자연 교과서의 한 쪽이다. 중생대 퇴적층에 남아 있는 규화목 화석을 관찰할 수 있다.
마당바위 옆으로 돌아가면 용꼬리바위가 있다. 30여m 길이의 꼬리를 바닷물에 담근 채 바위절벽 속으로 머리를 숨긴 용의 모습이다. 한아름 이상 되는 굵직한 용의 꼬리를 쓰다듬으며 꼬리가 가리키는 바다를 바라보면, 멀리 가마를 닮았다는 가마섬과 가마섬 옆의 ‘옆가마섬’이 아른거린다. 시루섬에서 돌무더기를 따라 이어질 듯 끊어진 섬은 사도에 속한 진댓섬이다. 일년에 두세 차례 물이 많이 빠진 뒤에야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사도 여행정보=여수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사도까지 성수기(15일까지) 하루 세차례(비수기엔 두차례) 백조호가 운항한다. 06시10분, 10시30분, 15시. 1시간20분 소요. 편도 7500원. (061)663-0117. 사도엔 2개의 매점과 3개의 식당이 있다. 22가구 50여명의 주민들이 민박과 함께 미역·톳 등 해초류를 채취하며 산다. 민박 2민5000원~3만원. 물이 귀하다. 얼마전까지도 주로 빗물을 받아뒀다 걸러 썼다. 요즘은 빗물은 주로 허드렛물로 쓰고, 식수 등은 200t짜리 물배로 여수에서 가져다 쓴다. 낚싯배(4명 승선) 하루 10만원. 사도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없다. 어디든 걸어서 20분 안쪽에 닿을 수 있다. 여수로여행사(061-686-7776)는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여수 만성리해수욕장에서 검은모래 찜질을 하고 사도·오동도 등을 둘러보는 2박3일짜리 여행상품을 운영한다. 교통·숙식료 포함 1인 22만원(2인1실 기준). 사도 이장 장동식씨 (061)665-6580, 휴대전화 (011)9603-6580.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225.
여수/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
추섬에 가서 방학숙제 할까
△ 추섬 갯바위에 줄지어 새겨진 공룡 발자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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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발자국은 사도를 이룬 섬들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도뿐 아니라 부근의 낭도까지 합해 모두 38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한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 화산암류와 퇴적암류에 분포된 조각류·용각류·수각류의 발자국 화석층이다. 학계에선 이 지역이 당시에 충적분지와 호수로 이뤄져 있다가 화산폭발을 맞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많은 발자국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추섬이다. 셰일층 절벽과 바닥에 900여개의 발자국이 흩어져 있다. 공룡이 80m나 걸어나간 발자국 행렬도 있다. 선착장을 중심으로 좌·우 두곳의 바위절벽 주변에 발자국들이 몰려 있다.
선착장 오른쪽으로 해안을 따라 가면, 파도가 들이치는 바위벼랑과 널찍하게 펼쳐진 바위자락이 드러난다. 곳곳에 바닷물이 고여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발자국들이 흩어져 있다. 선착장 왼쪽으로 돌아가면 칼로 자른 듯 갈라진 벼랑 틈으로 넘어가게 된다. 주민들이 ‘용궁가는 길’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바위절벽이다. 물이 빠진 뒤에야, 바다쪽으로 걸어나간 육식공룡 발자국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도 일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4가구 6명의 주민이 사는 추섬엔 여객선이 닿지 않는다. 사도 본섬에서 낚싯배 등을 빌려 타고 들어가야 한다. 추섬은 일년에 두세 차례 연목·나끝, 그리고 본섬과 연결된다. 1.5㎞, 폭 20~30m 가량의 모래밭이 드러나 본섬까지 걸어서 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