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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울릉도 여행 등록일 : 2009-07-01 19:26

▲ 울릉도행 독도페리호에서 바라본 일출.


울릉도에 다녀온 뒤 이상한 이분법이 생겼다. 그곳을 가본 사람과 안 가본 사람으로 나누는 분류법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안 가본 이에게는 무조건 울릉도 여행을 강요하고 여행해본 사람들과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은밀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울릉도행 독도페리호에서 맞았던 아리따운 새색시 같던 일출부터, 상상하지 못했던 원시림이 숨 쉬는 성인봉, 카리브 해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깊고 푸른 바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만나는 기기묘묘한 바위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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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펙트럼의 아름다움을 가진 울릉도는 여행자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울릉도 이야기가 나오면 꼭 등장하는 고통스러운 뱃멀미와 선실 의자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불편함은 통과의례쯤으로 여기자. 뭐든 귀한 것은 쉽게 얻기 힘든 법이니까.


울릉도 100배 즐기기

그렇다면 울릉도는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좋을까. 울릉도라는 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좀더 알차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울릉도는 면적이 약 73km²로 1845km²에 이르는 제주도보다 넓이만 보면 무안할 정도로 자그마하다. 그러나 실제 한 바퀴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다. 볼 것이 어찌나 많은지 작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울릉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산이라 대부분의 길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험한 길이다. 그러다 보니 체감 거리는 단순히 면적을 놓고 따질 때와 달리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 일정을 하루나 이틀로 잡았다면, 이것은 울릉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일주일간 여행을 해도 부족하다. 며칠 묵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이번에는 그곳에서 즐길 테마를 정할 차례다. 볼 것인가, 걸을 것인가, 다이빙을 즐길 것인가, 먹을 것인가. 일단 하나를 골라보자.

울릉도에서 ‘뭔가 봤다’고 말하고 싶다면 먼저 바다색에 눈길을 줘야 한다. 깊은 바다의 진한 에메랄드 빛이 세계 어느 나라의 바다와 견줘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여기에 햇살이 비추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올 것이다. 바다와 바다색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경관을 감상하고 싶다면 태하리 대풍감 절벽에 가보는 것이 좋다. 지난해 생긴 태하리 향목관광 모노레일을 타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데,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먼저 태하등대가 여행자를 맞는다. 갈대를 헤치고 들어가면 입이 떡 벌어지는 대풍감 절벽이 나온다. 온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바다의 푸르름이라고나 할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향나무의 은근한 향, 그리고 시원한 바다색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 물빛이 아름다운 울릉도.

바다를 위에서 내려다봤다면 이제는 아래에서 볼 차례. 울릉도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것이 유람선 일주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도는 데 넉넉잡아 2시간이면 된다. 코끼리의 코처럼 뻥 뚫린 공암을 비롯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서 있는 송곳산, 세 선녀의 전설이 내려오는 삼선암 등 울릉도 엽서에서 자주 보던 주인공들이 사이좋게 차례로 나타난다. 재미있게 생긴 바위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이 바로 공암. 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공암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바위는 주상절리처럼 작은 막대바위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유람선을 탈 때는 새우깡 한 봉지를 준비해도 좋겠다. 배 위에서 갈매기와 희롱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시림이란 이런 것! 성인봉 트레킹

울릉도는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걷기 여행지로도 딱 맞는 곳이다. 멋진 트레킹 코스가 곳곳에 숨어 있을 뿐 아니라 해안가를 따라 그림 같은 길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산책을 하고 싶다면 선착장 뒤편에 난 좌안 해안도로를, 땀을 한번 쭉 빼고 싶다면 성인봉 트레킹 코스를 추천한다. 또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가로등이 낭만적으로 바다를 밝히고 있을 때 해안 산책로를 오붓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먼저 좌안 해안도로로 가보자. 해안 절벽에 굴을 뚫고 다리를 놓았다. 선착장에서 계단에 올라 왼쪽으로 가면 바로 나오는 길이 좌안 해안길이다. 해안길에 들어서면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성 넘치는 바위의 구멍들은 거센 파도 때문에 생긴 훈장이다.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절벽도 나오고 굴도 나온다. 왼쪽에는 절벽을, 오른쪽에는 수채화 작품 속 물빛을 안고 산책하는 길이다. 이 길이 끝나는 데서 행남등대까지 숲길이 이어진다. 해안길이 끝났다고 멈추지 말고 고즈넉함을 안겨주는 숲길도 즐겨보자.

▲ 성인봉에 오르는 등산객들.

해안도로에서 워밍업을 했다면 본격적으로 성인봉 트레킹에 들어갈 차례다. 성인봉은 이곳에 가보지 않고는 울릉도에 다녀왔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울릉도를 대표하는 곳이다. 해발 984m로 채 1000m가 되지 않지만, 등산로가 해수면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훨씬 높게 느껴진다. 등산로도 가파른 편이다. 웬만하면 45도가 넘어간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성인봉에 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시림 때문이다. 식물들의 세렝게티라고나 할까. 섬단풍나무, 섬피나무, 두메오리나무, 섬말나리 등과 고비, 고사리 같은 양지식물까지 찬란한 빛을 내뿜는 식물이 지천이다. 성인봉 원시림 지대는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식물이 살고 있다. 식물이 창조해놓은 세상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무뿌리가 바위를 뚫고 나온 자연의 경이로움, 이제 막 세상을 구경한 듯한 새 생명의 싱그러움도 성인봉 트레킹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마지막으로 빼놓으면 안 되는 부분이 먹을거리다. 울릉도라고 하면 자동으로 오징어와 호박엿이 생각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음식은 따개비밥이다. 따개비는 바닷물에 잠기는 작은 바위에 붙어사는 조개류로, 울릉도에서 잡은 따개비는 육지 것보다 크고 쫄깃쫄깃하기로 유명하다. 울릉도에서는 이것을 가지고 따개비밥과 따개비칼국수를 만드는데 따개비밥은 고소한 맛이, 따개비칼국수는 바다를 품고 있는 특별한 맛이 난다.

▲ 울릉도의 별미 따개비밥

또 섬이라 해산물만 유명할 것 같지만, 독특하게 ‘소’도 유명하다. 울릉도의 소는 지천으로 핀 자생식물을 뜯어먹고 살기 때문에 ‘약소’라고도 불린다. 담백한 맛과 영양과 가격 모두 만족스럽다. 도동항 입구에서 파는 더덕즙도 한번 맛보자. 물 이외에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데도 맛있어서 배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울릉도에서 즐거웠던 추억과 맛을 떠올리다 보니 다시 울릉도가 손짓하는 소리가 들린다. 울릉도야, 조금만 기다려라. 이번에는 좀더 여유 있게 너를 찾으리라.

댓글(1)
  • 2009-07-04 22:35

    아~ 나도 가고싶다...ㅎ..
    아~ 나도 가고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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