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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두 발 걷다보면 가족의 情 '새록새록' 등록일 : 2010-05-24 22:23

한 발 두 발 걷다보면 가족의 情 '새록새록'

5월은 가정의 달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추억의 길3

가족들과 매일 얼굴을 보고 살지만 우린 얼마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까. "밥은?" "공부는?" 반복되는 일상의 대화들을 열거해 보면 왠지 빈 껍데기들을 늘어놓은 것마냥 허전하다.

가족과 떠나는 여행길. 좀 더 심중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로 삼고 싶다면 걷는 여행을 추천한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으며 같은 풍경을 감상하며 서로의 호흡에 귀를 기울이며 내면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길이다.

↑ 부안 마실길

↑ 아산 설광봉도 둘레길

↑ 아름다운 갯바위를 타고 넘어 이어지는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바로 옆에서 치오르는 파도의 전율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영덕=이성원기자

↑ 숲속이 아름다운 충남 아산의 설광봉도 둘레길

↑ 시골마을 길의 살가움을 느낄 수 있는 전북 부안 마실길.

제주의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에 길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에 최근에 생겨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 중 가족과 걷기에 딱 좋은 3곳을 골라 추천한다.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전북 부안의 마실길, 충남 아산의 설광봉도 둘레길이 그 곳이다.



영덕 블루로드

전국의 걷는 길들이 순우리말을 고집하는데 이곳은 과감히 영어로 이름을 지었다. 비슷비슷하게 들리는 다른 길들과 달리 영덕의 길만큼은 좀 튀고 싶어 지은 이름이란다.

영덕 블루로드는 모두 세 코스다. 저마다 색다른 풍경과 정취를 담고 있다. 첫번째 A코스(17.5km)는 바다를 꿈꾸는 산길이다. B코스(15km)는 환상의 바닷길이다. C코스(17.5km)는 역사를 더듬는 문화유산답사길이다.

블루로드의 시작은 강구항의 강구버스터미널이다. 버스에서 내려 강구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블루로드 걸음이 시작된다. 바로 옛 강구교를 건넌다. 녹슨 철교다. 골동품 다리를 건너는 느낌이다. 강구 시내를 지나 골목길을 오른다.

정겹게 휘어져 오르는 골목길. 강구를 뜨게 했던 드라마, 최불암 박상원 송승헌 등이 출연했던 '그대 그리고 나'에서 그들의 집에 올라가는 길이 이랬다. 노란 화살표인 블루로드 이정표를 따라 골목길을 오르면 항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갈매기가 떼를 지어 날고 대게를 나르는 배들이 들락거려 항구는 하루 종일 부산하다. 마을의 집들을 지나 이제부터는 능선을 타고 걷는다. 시선은 망망대해를 놓치지 않는다.

산등성이를 따라 끊임없이 오르내리거나 구불거리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고불봉 정상에 서면 영덕읍내와 오십천 물길, 동해의 망망대해를 가슴 벅차게 담을 수 있다. 이젠 저 아래 보이는 풍력발전단지로 향하는 길이다. 80년대 큰 화재로 이 일대가 잿더미가 됐다. 그 흔적이 남은 민둥산에 세운 24개의 바람개비들이다. 풍력발전단지 바로 아래 해맞이공원엔 대게의 다리를 형상화한 창포말등대가 우뚝 서있다. A코스의 마지막이다.

해맞이공원에서 이어지는 B코스는 블루로드의 이름을 낳게 한 푸른 길이다. 처음엔 지루하게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B코스가 재미있어지는 지점은 중간쯤의 석리마을부터다. 허름한 외관의 석동횟집 아래로 갯바위길이 이어진다. 석리마을은 '따개비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멀리 바다에서 보면 딱 바위에 붙은 따개비가 연상된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고. 깎아지른 절벽에 집들이 붙어 있는 마을의 생김새가 재미있다. 집들 뒤론 조릿대가 숲을 이뤄 독특한 경치를 펼쳐낸다.

마을에서 바다로 이어진 길은 낚시꾼이 갯바위 낚시를 하러 다니던 길이고, 초병들이 초소로 근무를 서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길이다. 바로 옆에서 치오르는 파도의 전율을 만끽할 수 있다. 원조 대게마을인 차유마을을 지난 길은 갯바위 옆 솔숲길을 걷는다. 축산항 직전 에머럴드빛 바다를 안은 작은 백사장을 지나고 축산항의 랜드마크인 죽도산에 이른다.

C코스는 축산항에서 시작해 대소산 봉수대에 오른다. 영덕 바다 최고의 전망대다. 축산항을 왜 그리 아름답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봉수대에서 내려온 길은 고려 때 학자 목은 선생의 이름이 붙은 이색 산책로를 거쳐 괴시리 전통마을을 지난다. 고택이 늘어선 마을은 제법 규모가 크다. 마을을 벗어나 대진해수욕장을 지나면 고래불해수욕장이다. 장장 20리에 펼쳐진 긴 백사장이다.

욕심 내면 하루에 2개 코스를 걸을 수 있지만 가족이 쉬엄쉬엄 걷기엔 하루 1개 코스가 적당하다. 1개 코스도 너무 길다면 2코스 중 석리마을-축산항 코스를 추천한다. 이토록 파도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은 쉽게 찾기 힘들다.

영덕은 대게로 유명하다. 블루로드의 시작점인 강구항이나 대게 원조마을인 차유마을, 미항인 축산항도 5월 말까지는 대게로 흥청거린다.

세상에 회를 물 말아 먹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뱃일이 급한 어부들이 먹기 시작했다던 물회. 영덕은 그 물회로 유명한 곳이다. 청정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물고기에 새콤달콤한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현지인들이 일부러 찾아간다는 물횟집은 경정리의 경정횟집(054-734-1768), 대진해수욕장의 대일회식당(054-752-0040), 강구항의 청송식당(054-733-4155) 등이다.

아산 설광봉도 둘레길

충남 아산의 남쪽은 설화산(448m) 광덕산(699m) 봉수산(535m) 도고산(482m) 등이 능선을 연결해 V자로 빙 둘러선 형국이다. 강원 준령의 산들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그 품이 깊어 이들 산 능선을 이어 종주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이름하여 설광봉도 코스다. 각 봉우리의 첫 글자를 모은 이름이다. 이 설광봉도 코스와 나란히 이어지는 쾌적한 트래킹 길인 설광봉도 둘레길이 생겨났다. 산 중턱을 따라 조성된 임도를 걷는 코스다.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걷기 좋은 길이다.

넋티고개에서 시작한 길은 망경산 광덕산 서귀봉 밑으로 돌아 각흘고개에 이른다. 각흘고개에서 계속 이어진 길은 봉수산 자락 아래의 길상사, 봉수사 등을 거쳐 우람한 솔숲으로 유명한 봉곡사까지 이어진다.

반나절 걸을 요량이면 각흘고개에서 시작해 봉곡사 천년의 숲길까지 이어지는 10km 구간이 좋다. 닦은 지 얼마 안돼 길이 매끈하다. 구불구불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넘실넘실 산자락이 발 아래 펼쳐진다. 원두막이 곳곳에 마련돼 다리를 쉬었다 갈 수 있다.

봉수사 갈림길에서 위쪽으로 오르면 봉곡사 가는 길이다. 450년이 넘은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 길섶에서 트래커를 맞는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봉곡사 초입의 솔숲길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우거져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산은 온천의 고장이다.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등 3곳의 유서깊은 온천이 있다. 트래킹 후 시원하게 몸을 풀어낼 곳들이다. 서울에서 아산까지는 KTX와 수도권 전철로도 연결된다.

아산 영인면 성내리의 안골낚시터가든은 성내저수지에서 잡은 힘 좋은 가물치 요리로 유명하다. 요리 시간이 길어 미리 예약해야 한다. (041)544-2369. 아산 인주면은 장어집들이 촌을 이루고 있다. 배방 신시가지에 있는 '조은한우'는 값싸게 질 좋은 한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041)546-7799



부안 마실길

전북 부안의 마실길은 바닷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제주의 올레, 영덕의 블루로드와는 또 다른 바다의 느낌을 담고 있다. 이웃집에 놀러 간다는 마실의 뜻처럼 이름만으로도 친근하고 정겹다. 해수욕장의 너른 모래 위를 지나고, 솔숲을 지나고 밭두둑을 지난다. 길에서 만나는 적벽강 채석강 같은 변산의 절경이 가슴에 깊게 새겨진다.

마실길은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총 18km 구간이 3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하루에 3개 코스를 다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전체적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없는 평지길이라 등산을 힘들어하거나 싫어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1코스(5km)는 새만금전시관에서 곤충생태공원, 군산대수련원, 변산해수욕장, 송포갑문으로 이어진다. 전체가 바닷길로 이뤄졌다. 단단한 백사장을 걷다 보면 희한하게 생긴 돌무더기와 조개껍질, 퇴적암 등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2코스(5.5km)는 송포갑문에서 시작해 사망마을, 고사포해수욕장, 성천마을을 지난다. 썰물 때를 맞추면 고사포해수욕장에서 하섬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3코스(7.5km)는 성천마을서 시작해 반월마을을 거쳐 적벽강, 수성당, 격포해수욕장을 지나 격포항까지 이어진다.

1~3코스 다 걷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7시간. 마실길을 걷기 전엔 물때를 살펴봐야 한다. 밀물에 바닷길이 끊어지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byeonsan.kn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산에 가면 백합죽 한 그릇은 비워야 한다. 계화회관(063-584-3075)이 유명하다. 회는 격포항의 격포항횟집(063-584-8833)을 추천한다. 살점이 두툼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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