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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기암괴석 어우러진 백수해안도로 낭만 드라이브 등록일 : 2010-06-28 09:44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올라

영남과 강원을 잇는 동해안에는 낭만의 7번 국도가 있다. 푸른 바다와 기암절벽이 여행자를 유혹하는 곳이다. 서해안에도 7번 국도에 비견할 곳이 있다. 동해안 못지않은 절벽으로 이뤄진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도 그 중의 한 곳이다. 백수해안도로는 빛과 소금과 굴비의 고장에서 낭만 분위기를 짙게 하는 통로다.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아홉 번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도로이기도 하다.

영광에 들어서자마자 해안도로로 달려갔다. 영광읍을 벗어나서 백수읍을 거쳐 들어섰다. 6월 중순의 영광은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맑은 기운은 느낄 수 없었지만 서해안 특유의 검은 바다 빛깔이 눈에 들어왔다. 칠산 앞바다의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가 가렸다. 그래도 맑은 날이면 멀리 위도와 낙월도, 안마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흐린 날씨 때문에 온전한 전망 포인트도 찾지 못했다. 포인트를 찾으려 백수해안도로를 왕복했다. 시간은 흘러갔으나 이 또한 낭만이었다. 편도 17km이니 왕복 30km 넘는 거리에서 여유를 느껴본 셈이다.

영광노을전시관에 들러 도로를 굽어보고, 칠산바다 관망이 가능한 팔각정에 올랐다. 햇빛의 매력과는 다른 차원에서 노을의 은은한 배경이 감각기관에 온전히 스며든다. 빛과 노을,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 보완하는 자연의 현상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가 고즈넉하다. 오가는 고깃배 한 척 없다. 넘치지 않고, 부족해서 오히려 마음의 티끌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괜히 눈물이 난다고 해야 할까. 백수해안도로의 자랑이라는 해당화도 남녘의 6월에는 모습을 감추었다. 이곳의 자랑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거북바위와 모자바위 등 기암괴석은 외지인에게 낯가림을 하지 않는다. 흐린 날씨 때문에 서해 특유의 낙조를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백수해안도로의 팔각정과 흐린 하늘의 햇살이 어울린다. 서해바다의 색감처럼 풍경이 은은하다.

저녁 노을은 카메라 대신 가슴에 담았다. 백수해안도로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도로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영화 '마파도' 촬영지가 보인다. 촬영지는 바닷가 절벽 위다. 영화에서 할머니들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밭일을 하던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나 보다. 노을 감상을 마무리할 즈음 '영광 해수 온천랜드'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 온천탕의 물은 곡창지대인 호남 지방에서는 흔치 않는 심층 천연암반에서 나온다. 삼투압이 높고 목욕 후에도 염분이 남아 있어 신경통 등 각종 질환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영광에서 소금과 굴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광의 천일염전은 백수읍과 염산면 일대에 몰려 있다. 이곳의 1년 생산량은 4만2000t가량. 신안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소금을 많이 생산한다. 영광 하면 역시 굴비다. 마침 영광군은 단오절(16일)을 맞아 '2010법성포단오제 및 굴비 축제'을 열고 있다. 15일 개막한 축제는 주말인 19일까지 이어진다. 축제로 전승되고 있는 영광의 단오제는 400년을 이어오며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단오와 굴비를 주제어로 내건 축제를 즐기려면 법성포 숲쟁이공원과 법성포매립지 일원을 찾으면 된다. 산신제, 당산제, 용왕제와 문굿(오방돌기), 선유놀이, 연등행진을 볼 수 있다. 이들 행사와 함께 영광의 특징을 드러내는 행사는 아무래도 굴비엮기와 굴비요리 경연대회다. 영광굴비 진상 재현 행사는 '맛'과 '역사'가 버무려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영광 굴비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데에는 곡절이 있었다. 굴비를 전국에 알린 이는 고려시대 이자겸이었다. 이자겸은 고려의 예종과 인종에게 연이어 딸을 시집보내 권세를 누리다가 꺾인 인물. 권세가 꺾이고 그가 유배 생활을 한 곳이 영광 법성포였다. 유배 중 그의 입맛을 돋운 게 굴비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신하로서 이자겸은 왕에게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도리를 다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했다. 이를 표현하고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를 드러낸 게 굴비다. 그 차원에서 '굴비(屈非)'라는 단어를 쓰면서 칠산바다에서 잡은 조기를 소금에 절여 진상했다. 그의 행동은 역사가가 판단할 몫이지만, 굴비는 그때부터 1000년 가까이 그 최고의 맛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익히 알려진 영광의 자연이 준 혜택이 있다. 굴비를 말리는 법성포의 연평균 기온은 12도. 낮은 온도와 바닷가 지형으로 굴비가 알맞게 건조된다. 이런 기온 조건에다 영광의 천일염으로 염장을 하면 영광 굴비 특유의 짭짤함이 더해진다. 이런 자연 조건 덕분에 굴비를 널어 말리는 현장에서 파리를 좀처럼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도로로 꼽히는 백수해안도로에 서면 가슴을 아리는 그리움이 몰려온다. 기암괴석의 고갯길 도로를 넘어가면 그리운 임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영광은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고장이다. 원불교의 영산성지가 있고, 백제불교가 도래한 곳이다. 영광군의 뿌리와도 같은 법성포의 명칭 자체가 불교와 관련이 깊다. 법성포는 애초 아무포(阿無浦)로 불렸다. 아미타불의 뜻을 지닌 지명이었다. 이후 '인도 간다라 출신 승려 마라난타가 불법을 전래한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인 법성포(法聖浦)로 바뀌었다. 마라난타는 법성포 포구 인근의 좌우두 해안에 머물다가 불갑산 동북쪽 자락으로 들어가 불갑사를 창건했다. 불갑사는 남방 불교의 양식을 보여주는 국내의 유일한 사찰이라고 한다. 불갑사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원불교 영산성지'가 나온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종빈 대종사가 태어나 도를 깨친 곳도 영광이었다. 영광에는 기독교 성지도 있다. 한국전쟁 당시 77명의 기독교인이 공산당의 핍박에 순교한 곳도 영광에 있다. 눈과 혀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육신의 편안에다가 정신적인 깨달음이 있는 고장이 영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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