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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에 떠난다…Slow City 증도 & 엘도라도 리조트 등록일 : 2010-07-23 16:44

금요일 밤에 떠난다…Slow City 증도 & 엘도라도 리조트

전라남도 신안군은 천사섬이라는 자가작명이 있다. 1004개의 섬이 있다는 말이다. 다도해…바다가 섬으로 들어오는지 섬이 바다로 달려가는지 분간가지 않고, 섬이 섬의 방파제가 되어주고 해안선은 고운모래로 가득하고 해질녘 석양이 뿜어내는 색깔이 섬과 섬을 온통 황금의 땅으로 만들어주는 자연의 은총이 가득한 곳. 그 가운데 국제 인증 슬로시티를 증도를 향해 밤길을 달렸다. 섬 전체가 천천히 돌아간다는데, 과연 어떤 곳이길래?

엘도라도 리조트

새벽 1시. 드디어 증도대교를 건넜다. 읍내로 들어서면 무언가 여행지의 다운타운 같은 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사방이 완전 암흑이다. 불빛 하나 없다. 증도대교 개통 이전에 설치한 내비게이터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 ‘미스 내비양’은 좀 전부터 계속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설마 자동차가 바다로 들어갈 일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조금 더 달리자 세븐일레븐이 나온다. 차를 세워 물과 막걸리와 맥주 몇 병과 컵라면을 챙긴다. 그놈의 ‘슬.로.우.시.티’라는 말이 두서없이 일단 떠나고 본 여행자의 마음을 살짝 불안하게 한다.

편의점을 떠난 지 10분 쯤 뒤, 우리는 엘도라도 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 입구에는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이 있었다. 확인 작업이 끝나자 바리게이트가 올라간다. 예약하지 않은 일반 이용객(밥 먹으러 왔거나 그냥 놀러온 사람들)은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들어가야 한다. 차를 세우고 객실로 들어간 우리는, ‘에이! 하필이면 니들과…!’를 외친다. 현관문 바로 앞에 침실이 있고 침실 안에 별도의 욕실이 있다.

그리고 거실 입구에 또 하나의 욕실이 있고 주방이 있는 거실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니 월풀욕조가 우주선처럼 앉아있다. 일행은 남자만 셋, 짜증이 날만도 하지 않나? 새벽 음주을 잠시 즐기고 잠자리에 든다. 에어컨이 있지만 굳이 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바람은 선선했고 간간히 들리는 파도소리가 감미롭다. 그녀석이 코만 골기 시작하지 않았어도 나쁘지 않은 잠자리였을텐데…

www.eldoradoresort.co.kr 061-260-3300 객실 1544-8865 분양 02-3288-6000



리조트 비치

눈을 뜬 것은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때문이었다. 베란다로 나간다. 해무가 잔뜩 낀 바닷가에 한 가족이 나와 백사장을 뛰며 논다. 샤워를 하며 정신줄을 다시 챙긴다. 샤워실은 호텔 수준이었고 수압도 만족스러웠다. 아침 식사는 리조트 비치 산책을 끝내고 먹기로 한다. 비치의 모래는 섬세했고 바닥은 딱딱한 편이었다. 그러나 물가로 걷지 않기로 한다. 바닷물이 있는 곳에는 수많는 고동들이 오물오물 자신의 몸자국을 남기며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워낙 작은 것들이라 맨발로 밟아도 껍질이 깨질 수밖에 없다.

비치 끝으로 가자 얕은 절벽이 나온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파도와 마주쳤을까. 주상절리를 이룬 암석은 시커먼 색으로 변했고, 그 앞으로 뻗은 갯바위에는 화석이 된 패총이 표면을 뒤덮고 있다. 비치 중간에는 해초 낚시대가 설치되어 있다. 낚시대는 별게 아니다. 마치 시골 마당의 빨래줄처럼 적당한 높이의 장대에 끈을 연결해두면, 밀물 때 들어온 해초가 그 끈에 걸려있다 썰물 때 나가지 않고 붙어있다. 그렇다고 당장 그것들을 걷지 않는다. 몇날 며칠 그렇게 놔두면 양도 많아지고, 썰물 때는 햇볕과 해풍을 맞고, 물이 들어오면 바닷물이 목욕을 시켜준다. 그것이 몇 차례 반복되면 낚시 주인이 와서 훑어가면 끝이다. 그렇게 가져간 식재는 집이나 식당에서 반찬으로 즉시 변한다. 증도에는 그런 즉석 식재가 지천에 널려있다.

골든베이

골든베이로 간다. 1층에는 해수온천과 사우나, 야외온천탕, 해수찜불한증막, 마사지, 야외수영장, 선탠데크 등이 있다. 우리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시설에 시커먼 숫컷들이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슬로시티 증도를 최대한 천천히 돌아봐야 한다. 아침식사는 조개탕을 먹었다. 시원했다. 조개탕에는 간단한 반찬과 장어구이 몇 조각이 함께 나왔다. 골든베이 앞에는 리조트 안을 운행할 수 있는 자전거, 트라이웨이 대여소가 있다.

철학의 길 - 망각의 길

리조트를 빠져나가 솔숲을 지나 짱둥어다리 근처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이라고 했다. 길이 4.5km. 그래! 산책이나 하자. 길이 단조롭고 풍경도 천천히 흐른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목소리가 작아진다. 솔향기 은근한 숲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바다, 오른쪽으로는 숲. 길에도 이름이 있었다. 망각의 길과 철학의 길. 여유로운 아침 산책이 여행의 참뜻을 되새겨 준다. 산책길에 보행그룹을 만났다.

그들은 증도 문화를 답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요즘 여행은 스토리가 있어야 만족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해서, 스토리텔링을 준비한 해설사와 함께 다니는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증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토리텔러와의 동행 여행을 원한다면 이종화(011-644-8882), 이수학(011-9978-7565) 씨와 통화하면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크루즈

타고 싶었다. 그러나 보트는 나갈 수 없단다. 진한 해무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누구든, 그 규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꽁꽁 묶여있는 보트를 어루만져보고 사진이나 몇 컷 찍고 올라와야 했다.

해양레저는 다도해 크루즈, 제트스키, 워터슬레이드 등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크루즈에는 일출 감상이 가능하다는 선라이즈, 이용자 마음대로, 원없이 보팅을 즐길 수 있는 `훼미리` 등이 있다. 제트스키는 우전해수욕장 근해에서 즐길 수 있다. 바나나보트와 땅콩보트도 있다고 했다. 문의 061-260-3333

우전해수욕장

남태평양 비치를 연상케 하는 해수욕장이다. 아니다. 이곳에는 세계 그 어느곳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끝없는 개펄이 추가되어 있으니, 세계에서 단 하나 뿐인 해수욕장이라 할 만 하다. 비치에는 짚으로 만든 파라솔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고운 모래사랑은 무려 4km에 달하고, 그와 거의 동일한 길이의 개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곳 역시 바닥에 신경 좀 쓰면서 들어가야 할 곳이다. 개펄에는 넉넉하게 밟을만한 공간이 없다. 여기저기에서 꼬물거리는 소라와 짱둥어, 게로 사실 발디딜틈이 없다. 그래도 들어가 본다. 이곳에서는 개펄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다. 단체로 오는 체험객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7월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신안개펄천일염축제에 참여하면 해수욕과 함께 개펄 탐험, 진흙마사지, 개펄 썰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짱둥어 튀김과 신안 쌀막걸리

우전해수욕장에서 짱둥어다리를 향해 걸어가는데 조그만 주차장에서 고소한 튀김 냄새가 난다. 홀려서 가 본다. 웬 남자가 그물에서 짱둥어와 게를 꺼내 포장마차 주인이 내려놓은 그릇에 담는다. 주인은 그것들을 얼른 ‘장만’, 튀김옷을 입혀 바로 펄펄 끓은 기름 냄비에 집어넣는다. 막걸리 한통과 튀김 한 접시를 사서 바로 옆에 있는 파라솔로 가져가 맛을 본다. 튀김에서 ‘생물’을 느껴본 것은 생전 처음이다. 오래전 작가 이외수 선생과 겨울 춘천호 근처에서 산 빙어에 초장을 발라 먹으며 외쳤던 ‘이런 행복한 몬도가네를 보았나!’ 이후 처음으로 또 다시 내 안의 몬도가네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결론은 맛있었다’다. 신안막걸리도 좋았다.

짱둥어다리

개펄 위를 가로지르는 보행전용 다리다. 다리를 걷는다. 때마침 썰물 때다. 개펄에는 짱둥어, 게, 소라 들이 거의 빈틈없이 깔려있다. 개펄 초입까지는 사람 출입도 가능하다.

할머니 한 분이 손자를 데리고 개펄 한 가운데를 향한다. 애는 싫다고 악을 쓰고 할머니는 깔깔거리며 아이 손을 이끌고 있다. 다리의 길이는 470m. 그냥 걸으면 성인 보폭으로 10분도 채 안 걸릴 거리지만 수시로 내려다보게 하는 개펄의 생명을 관찰하느라 20분 이상을 다리 위에서 지내게 된다. 관찰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줌인 카메라로 ‘접촬’하면 생동감 넘치는 컷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듯.

태평염전

증도 여행의 백미. 한국전쟁이 끝났을 때 이곳에는 포화를 피해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 난민들이 꽤 많이 모여 살았다. 기반도 없는 그들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해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했을까.

그래서 만든 ‘일거리’가 ‘염전’이다. 전쟁 전,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 그 사연을 알 길은 없으나, 당시 염부가 된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죽어버린 가족, 박탈당한 행복 따위의 회한을 안고 고무래질을 했으리라. 끝없이 펼쳐지는 소금밭과 그에 딸린 소금창고의 모습에서 어쩐지 모를 쓸쓸함과 무료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염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즐겁고 신기할 따름이다. 문의 061-275-0829.

소금박물관

염전의 소금 창고였던 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했다. 입구에 맘모스 형상의 조형물이 있다. 소금 박물관에 왠 맘모스? 그런데 알고 보니 소금에 대한 새로운 발견? 학습? 그랬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먹거리가 소금이며, 인류의 진화도 소금과 함께 이뤄졌다는 설명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박물관을 꼼꼼히 둘러보면 소금에 대해 어지간한 상식을 얻을 수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안내를 받고 싶다면 매일(화요일 오후 2시부터 수요일 제외) 11시에서 12시, 3시에서 4시까지 열리는 큐레이터 안내 시간을 이용하면 된다. 입장료도 있다. 2000원, 1000원(어린이, 6학년 이하이다. 문의 061-275-0829 http://saltmuseum.org/

소금동굴힐링센터

힐링(healing)이란 심신을 치유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소금동굴힐링센터는 소금을 이용해 그 개념을 완성하는 곳을 말한다. 태평염전과 거의 붙어있는 공간이다. 입장료(1만원, 5000원)를 내고 들어가면 일단 부직포로 만든 덧신을 신는다. 덧신이 자동으로 나오는 기계를 생전 처음 보았다. 어땠든, 이곳은 두 곳의 공간이 있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 그리고 성인을 위한 공간이다. 성인 공간에 들어가니 내부 마감이 온통 소금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소금침대와 비치용 의자가 나란히 있다. 힐링시스템은 간단했다. 특수 제작된 소금 분말을 뿌려주면 그것이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폐까지 전달되는데, 노출된 상태에서 누워서 잠들거나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호흡기가 안정되고 피부가 정화된다는 것이다. 소금동굴힐링센터는 태평염전 옆에 있는 ‘증도소금세상’이라는 건물 안에 있는데, 이곳에는 힐링센터 외에 소금, 함초요리 전문 ‘솔트레스토랑’, 태평염전 직영 매장으로 천일염과 함초된장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소금가게’도 있다. 문의 061-261-2211

왕바위조개마당

이제 슬슬 여행을 접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그냥 떠날 순 없다. 증도에서 꽤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엘도라도 리조트 근처에 있는 ‘왕바위조개마당’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남편은 어부이자 마을 유지이자 콧수염을 기른 멋쟁이였고, 그가 잡아오는 식재로 아내가 조리를 해서 내오는 집이다. 남도식단이 다 그렇듯이 반찬이 많고, 찌개맛이 깊으며, 음식맛이 깔끔했고 특히 젖갈의 향이 오래 남는 식단이었다. 우리는 백반을 먹었지만 낙지, 계절 생선, 백합탕 맛이 대단하다고 소문난 집이다. 문의 061-275-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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