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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① 하늘이 내린 생태 낙원 등록일 : 2011-06-20 21:39

순천① 하늘이 내린 생태 낙원

연합뉴스 | 이창호

대대포구에서 갈대밭을 지나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시원스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쪽 바다를 향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물길과 선명한 초록빛의 드넓은 갈대밭, 건강해 보이는 광활한 갯벌과 붉은빛 칠면초가 어우러져 맑고 싱그러운 풍경을 선사한다. 그곳에 서면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에 정신이 아뜩해진다.

△순천만, 그 몽환적인 풍경 속으로

두 발로 순천만을 거닐다 튀어나온 첫마디는'아~ 좋다!'였다. 세찬 봄바람이 따가운 햇살 사이를 비집으며 머리칼을 마구 흩트려도 흘러나오는 탄성은 막을 수 없었다. 여름을 향해 가는 순천만의 봄날은 밝고 화사하고 싱그러웠다.

순천은'대한민국 생태 수도'라 불린다. 여수반도고흥반도 사이에 자리한 순천만 때문이다. 갈대밭은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정평이 났지만 순천 시내의 동천에서 순천만에 이르는 물길 주변까지 말끔하게 정비되며 그야말로'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명소'가 됐다.

순천만은 걷거나 자전거로 돌아봐야 제 맛이다. 순천역 광장을 비롯해 순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 수변생태공원, 순천만 인근 맑은물관리센터 맞은편
흑두루미 다리 등 10곳에서 순천시가 관광객을 위해 무인으로 운영하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특히 동천에서 물길을 따라 순천만을 잇는 왕복 12㎞의 자전거도로 구간은 동천과 갈대밭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지난다. 철새 보호를 위해 갈대밭과 갯벌이 펼쳐진 순천만 안쪽으로는 자전거로 들어갈 수 없지만 그곳이 전하는 낭만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순천만의 관문, 자연생태공원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바깥의 보관대에 자전거를 놓고 들어서면 잔디밭 너머로 순천만 자연생태관이 자리하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순천시의 상징인 거대한 흑두루미가 방문객을 반긴다. 한쪽의 모니터에서는 생태관 옥상, 사수문, 장산갯벌체험장, 용산전망대 등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순천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2층 전시실은 순천만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공간이다. 갯벌의 생성과 진화 과정, 순천만 갯벌의 특징이 해설돼 있고, 투명유리 바닥 아래에는 농게,
짱뚱어, 조개류 등 순천만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순천만의 조류와 철새, 둥지와 알의 모습 등도 실물 모양으로 보여준다.

자연생태관 옆으로는 천문대가 연결돼 있다. 밤이면 순천만 하늘의 별들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낮에 방문한 관광객들은 주로 전망대에 설치된 쌍안경으로 순천만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갈대밭 사이에 숨어 있는 새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낸다.

△초록빛 갈대밭 지나 황홀한 풍경의 용산전망대까지

정원처럼 정갈하게 꾸며진 연못가 옆의 탐방로를 지나자 대대포구에 닿는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빨간색 열차가 관광객을 싣고 이제 막 출발하고 있다.'갈대열차'에 오르면 갈대 사이 둑길을 따라가며 40분간 쉼터와 순천문학관을 돌아볼 수 있다.

대대포구에서는 관광객을 태운 생태체험선이 잔잔한 물길을 따라 바다로 향한다. 배에 오르면 해설을 들으며 갯벌과 갈대 군락, 철새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포구를 지나 무진교(霧津橋)를 건너자 초록빛 싱그러운 갈대밭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연인들은 두 손을 꼭 잡고, 부모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산책하듯 탐방로를 따라 갈대밭 사이를 지난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사진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다.

갈대들 사이 갯벌에서는 농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고, 짱뚱어들이 분주하게 기어다닌다. 어린이들은 그 모습이 신기한 듯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멀리서는 고니들이 눈부시게 하얀 날개를 휘저으며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갈대밭을 지나 탐방로는 용산전망대로 이어진다.'유모차로도 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입가에 미소를 자아낸다. 탐방로를 올라 보니 정말 천천히 오른다면 유모차로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한편 경사가 가파른 길도 있어 이쪽을 선택하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한적하고 맑은 숲길을 따라가자 오른쪽으로 띄엄띄엄 순천만 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마침내 20여 분을 오르자 3개 층으로 세워진 주전망대가 나타났다.

해 질 녘 전망대에는 순천만의 황홀한 해넘이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난간에 바싹 몸을 붙이고 빈틈이 거의 없이 서서 순천만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의 검은 실루엣 뒤로는 흰색 구름이 붓으로 칠해진 듯한 푸른 하늘 아래 광활한 초록빛 갈대밭과 검은 갯벌이 펼쳐진다. 하늘과 갯벌, 갈대와 붉은 칠면초가 선명한 색의 대비를 이루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자연이 그린 그림 속에서는 새들이 하나둘씩 날아다니며 생동감을 준다. 이따금 전망대 바로 아래 물길을 따라서는 생태체험선이 지나며 금빛 꼬리를 기다랗게 드리운다.

고흥반도의 산등성이에 걸려 있던 붉은 태양은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 서서히 모습을 감춰간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흥분과 아쉬움이 섞인 탄성들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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