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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을여행, '전남 곡성 목화밭' 등록일 : 2005-11-02 09:51

가을을 빗대는 자연의 테마로 억새, 갈대, 단풍 등을 주로 꼽는다. 하지만 만추의 서정을 곧잘 담아내기로는 하얀 솜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목화'만한 게 또 없다.

가을 목화의 부드러운듯 따뜻한 모습에는 포근함과 향수가 배어 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다래(목화 열매)가 쩍벌어져 토해낸 새하얀 솜털은 탐스러움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제는 빛바랜 추억의 소품쯤으로 사라져 가는 목화밭. 그 낭만의 가을길이 섬진강변에 펼쳐져 있다.

쪽빛 하늘에 떠 있던 하얀 솜이불이 강가에 내려 앉기라도 한듯, 섬진강 지류에 자리한 전남 곡성군 겸면 현정리 목화공원은 온통 푸근한 솜털 이불을 덮고 있다.

올봄 겸면천변에 조성한 목화공원은 총 6000여평 규모. 하얀 목화 3000평, 나머지 공간에 금낭화, 매발톱, 노루오줌 등 35종의 야생화와 조, 기장, 수수, 율무, 토란 등 25종의 토종농작물을 심었다.

목화밭은 예전에야 흔히 볼 수 있던 가을의 풍광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 이처럼 대단위 규모의 목화밭은 곡성군 겸면이 최대 규모로 꼽힌다.


▲ 곡성군 겸면 현정리에는 대규모 목화밭이 조성돼 만추의 서정이 넘쳐 흐른다.
예년에는 겸면천변 꽃길 양편에 목화를 심었는데, 좁다랗게 이어진 목화밭이 5km나 펼쳐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옛날 목화밭을 연상하기에는 인위적 냄새가 짙었다.

목화밭에는 한여름에는 연노랑과 자주색 꽃이, 만추에는 하얀 솜꽃이 눈꽃처럼 피어 오른다. 목화꽃은 처음에는 연노란색이지만 이내 자주빛으로 바뀐다. 때문에 얼핏 목화꽃의 색이 두 종류인 것으로 착각하게도 된다.

자주색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에 단단한 다래가 여물기 시작한다. 하얀 속살이 달보드레한 다래는 예전 아이들의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가을 걷이가 시작될무렵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무르익은 다래가 펑펑 터지기 시작한다. 첫 서리가 내리는 11월중반까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것들이 연신 하얀 눈꽃을 터뜨려 댄다. 부드럽고 포근한 새솜이다.

요즘 목화공원은 향수와 낭만을 즐기려는 행락객이 줄지어 찾고 있다.

시어머니의 맵디매운 시집살이를 회상하며 쓴웃음 짓는 초로의 할머니 세대부터, 인기 듀오 '하사와 병장'이 불렀던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를 흥얼거리는 중년의 아줌마 부대, 그리고 엄마아빠가 들려주는 옛날 얘기에 귀 쫑긋 기울이며 신기한듯 솜타래를 매만지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그 층도 다양하다.

시부모님 솜이불에 과년한 딸자식 혼수품으로 지난 시절의 생필품이 이제는 추억을 더듬는 멋진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하얀 목화꽃 피어오른 밭고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멋진 포즈를 잡고 생생한 가을날의 추억을 담아내는 모습이 여유롭기만하다. 겸면 목화공원 조성을 위해 땀 흘려온 겸면사무소 이광렬씨는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목화밭을 찾아 추억과 향수를 맛보며 즐거워하는 모습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낀다"며 "이제 '곡성=목화밭'이 떠올려질 수 있도록' 이미지를 잘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겸면공원의 목화밭은 최대 11월 중순까지 하얀 눈꽃을 터뜨리며 탐스러운 자태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밖의 대표적 볼거리

◇ 태안사=동리산 자락에 위치한 신라 고찰(742년 창건)로 곡성의 대표적 사찰. 고려 초에는 송광사, 화엄사가 모두 태안사의 말사였을 정도로 큰 가람이었다. 경내에는 혜철국사 사리탑(보물 273호), 여인의 치마폭처럼 유려한 지붕선이 압권으로 신라시대 조각기법의 진수를 담고 있는 광자선사탑(보물 274호) 등 보물 4점이 있다. 사찰 입구 동리산 계곡에 세워진 능파각(지방유형문화재 제 82호ㆍ사진)도 볼거리.

특히 태안사는 2.3㎞ 진입로를 따라 작은 계곡이 굽이치고, 계곡을 뒤덮는 다양한 수림이 가을이면 오색단풍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 압록 섬진강 드라이브길=뉘엇뉘엇 해질녘 섬진강은 금빛물결이 유유히 흐른다. 곡성군을 가로질러 구례로 향하는 섬진강 드라이브길에는 만추의 서정이 가득하다. 가까운 지리산 피아골, 노고단~뱀사골 계곡은 최고의 단풍여행 코스.

 

▶ 먹거리

◇ 곡성은 섬진강-보성강 물줄기가 굽이치는 곳으로 참게, 은어, 장어 등 회귀성 어족이 풍부하다. 가을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 매운탕은 가을의 미각을 돋운다. 죽곡면 '통나무집'(061-362-3090)이 유명. 2만5000(2인)~4만5000원(5인), 은어회, 구이, 회(2만~3만원).

◇ 겸면사무소앞 '녹향식당'(061-363-1668)은 녹차를 먹인 돼지고기 맛이 일품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육질에 녹돈 삼겹살과 제육볶음이 주메뉴. 각 7000원(200g 1인분).

 

▶가는길=호남고속도로 옥과 IC 우회전~곡성 IC방면 1.5km 진행, 겸면사무소~면사무소 맞은편 1km 겸면 목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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