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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산(774.3m) : 전북 진안군 등록일 : 2005-11-18 11:03
지장산(774.3m) : 전북 진안군
멋진 조망처 이어지는 용담호반의 작은 산
지장산(知藏山․774.3m)은 용담호 북쪽 진안군 안천면과 부남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이 산의 능선이 곧 용담호 물을 가두는 울타리 구실을 하고 있으니, 그 산릉을 올랐을 때의 호수 경관이 각별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때문에 안천면 사무소는 용담호 담수 이후 지장산 등산로를 일부 개설, 정비해두었다. 다소 어설프고 안내판도 아직 미비한 상태지만, 그런대로 길을 짚어나갈 정도는 돼있다.
코스가이드
지장산행은 저기 남쪽의 30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인 율치에서 시작해 쌍교봉 지나 북상하는 방식으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거리가 길고 남쪽 능선에서는 호수가 잘 보이지 않아 안천면 사무소는 구실재 너머의 작은 계곡 입구에서 시작, 지능선길로 곧장 주능선에 오른 다음 정상 지나 용담호 조망이 좋은 정상 서릉을 따라 주욱 서진하다가 용담댐으로 내려서는 반원형 등산로를 개설했다.
용담댐 공원에서 13번 국도를 따라 3km쯤 남진하면 도로변에 지장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그 안내판 바로 옆으로 들어가면 등산객들을 위해 닦아놓은 제법 널찍한 공터가 있다. 이곳에 주차한 후 안내판 바로 뒤의 지능선 길을 잡아 오른다. 이내 무덤 여러 기를 지나고, 통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길이 나온다.
15분쯤 꾸준히 오르면 이윽고 급경사 지능선 길이 끝나고 평평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호수와 댐이 보이는 그늘 아래 바위가 돌출한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발길을 잇노라니 오른쪽 아래의 계곡 일대가 훤하다. 과거 채석장이었던 곳이다.
능선은 두툼한 껍질을 가진 굴참나무 천지다. 작은 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점차 고도를 높여 가노라면 왼쪽 저 아래로 지장골 계곡을 따라 치달아오른 임도가 바라뵌다. 이 임도는 정상 동쪽의 고갯마루에서 끝난다.
주능선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한,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조망바위에서 10여 분 쉰 다음 주욱 내리막을 갔다가 조금 오르면 댐이 뵈는 봉우리 위다. 이 봉 서쪽으로는 댐과 호수가 잘 보이게 나무를 여러 그루 잘라내 두었다.
이후 능선은 완경사 오르내림의 반복이다. 20여 분 뒤 중허리에 구멍이 뚫린, 능선 위에 길게 누운 용바위를 지나 송림 그늘이 드리운 바위지대에서 숨을 돌린 뒤 다시 발길을 잇는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양쪽으로 뚜렷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지장골 임도 중간으로 이어지는 샛길이다. 오른쪽의 나무 둥치에 붉은 띠가 매어진 길로 50m쯤 가면 여러 등산인들이 기막힌 조망터라고 얘기하는 묘 자리가 나온다. 강릉유씨 집안의 산소가 한기 자리잡은 이곳은 풍수에 문외한이라도 기막힌 명당터라는 느낌을 준다. 남쪽 저 멀리로 덕유산의 장대한 산줄기가 펼쳐져 뵈면서도 뒤는 산릉에 막혀 아늑하다. 무덤 옆의 소나무 그늘에 앉으면 한동안 자리를 뜨기 어렵다.
이 무덤이 앉은 도도록한 둔덕 동쪽 아래, 과거 심마니들의 모덤터였을 것 같은 자리에 녹슨 양철지붕을 한 움막이 한 채 엎드려 있다.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찰 것처럼 좁은 방이 하나 꾸며져 있고, 집 바로 옆 바위웅덩이에는 맑은 물이 고여 있다. 누군가 수도하는 사람이 기거하는 것 같다.
움막 바로 옆의 널찍한 공터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거목들에 에워싸여 있다. 공터 주변에 나무들이 섰다기보다는 나무들이 공터를 떠받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자리가 돋보인다. 고목 뿌리께엔 돌로 둘러싼 제단이 마련돼 있고, 공터 뒤켠엔 비록 푸른 비닐막으로 겨우 세웠을망정 산신각도 있다. 이곳은 과거 제법 큰 사암이 앉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 산이 불교의 지장보살(地藏菩薩)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아 특히 더 그렇다.
산신각 오른쪽 옆길로 하여 200m쯤 오르면 삼각점이 박힌 정상에 다다른다. 동쪽 사면은 수직으로 깎아지른 엄청난 절벽이며, 서쪽 호수 방면으로는 나무를 잘라 그늘마저 없애버린 점은 아쉽다.
정상 북쪽, 진주 강씨 집안의 잦아든 무덤 옆으로 하여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면 15분여만에 500m 아래의, 지장골 임도가 끝나는 지점의 널찍한 공터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대개 찻길을 따라 내려가든지, 곧장 이어지는 능선길을 이용하기도 한다. 족적이 한결 희미하지만 리본은 매달려 있다.
이제 더 무어 볼 것이 있겠느냐면서 급경사 오르막길을 10분쯤 오르면 길쭉하게 뻗은 산봉의 정상. 이 긴 고래등 같은 산봉을 넘은 뒤 그 다음 봉 위에 오르면 그냥 하산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게 호수 조망이 좋은 봉우리 위에 서게 된다. 그간의 지장산 길 중 용담호가 가장 넓게 뵈는 봉우리다. 호수쪽이 잘 보이게 나무를 쳐낸 한편 산정은 소나무숲이어서 시원한 그늘이다.
그늘을 떠나 북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100m쯤 가면 왼쪽으로 길이 꺾이며 산비탈을 가로질러서는 맞은편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 능선을 따라 200m쯤 간 지점에서 왼쪽으로 급격히 꺾이며 골짜기 방향으로 떨어지듯 길이 이어진다. 입구에 붉은 리본만 한 개 매달려 있을 뿐이므로 주의해 길을 보아야 한다.
통나무를 잘라 계단을 따라 잠시 내려가면 곧 계곡가에 이른다. 계곡은 별다른 경치가 없으며, 400m쯤 가면 용담댐 옆 가족공원 옆의 포장도로가 나온다.
4. 주변의 명소
가. 용담댐
물(水)을 중세국어에서는 ‘믈’이라 하였다. 이것을 신라어에서는 ‘물(勿)’로 썼다. 물은 몽골어의 moren(강), 퉁구스어의 mu(물), 고구려어의 매(買= 물), 일본어의 mizu(물)와 통하며, 수신(水神) = 용(龍)을 미르라고 하는데 이것도 역시 물의 어원과 같다. 전국적으로 강, 호수, 바닷가, 폭포, 못 등지에는 ‘용’자가 붙은 지명들이 많아서 용과 물의 상관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테면, 용호(龍湖), 용정(龍井), 용추(龍湫), 용소(龍沼), 용지(龍池), 용강(龍江), 용연(龍淵) 등이 있으며, 용담(龍潭)도 그런 이름 중의 하나이다.이렇게 ‘용’자가 붙은 용담이나 용추, 용소 등의 장소는 옛날 가뭄이 들었을 때 짐승을 잡아 그 피를 뿌려서 기우제를 지냈던 곳도 있다.
고구려 건국신화를 보면 시조 동명왕의 모친 유화부인은 웅심연(熊心淵)이라는 물 출신이며,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비 알영도 역시 알영정(閼英井)이라는 물 출신이다. 또 고려 왕조의 조상이 되는 작제건의 아내 용녀는 개성의 대정(大井)을 통하여 서해를 왕래하였던 물 출신이라고 한다. 이처럼 건국신화에 나오는 왕비와 물의 관계는 하늘의 남성인 왕과 물의 여성인 왕비가 짝지어짐으로서 우주론적인 결합을 통하여 신화적으로 생명력을 부여받음과 함께 풍요로운 세상의 전개를 암시하는 것이다.
전북지방에 ‘무진장’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이 말이 불교에서는 다함이 없이 많다는 뜻이거나, 그 덕이 넓어 끝이 없음을 뜻한다. 전라북도 지방에서는 무주, 진안, 장수의 세 고을 머리글자를 합하여 ‘무진장’이라 부르고 있다. 이 지역은 전라북도의 내륙 고원지대에 속한 지역으로서 백두대간에서 갈려나온 운장산(1,125.9m), 구봉산(1,002m), 마이산(673m) 등의 산줄기에 의하여 금강과 섬진강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산간오지로 통하는 곳이다. 그러기에 무진장지구는 때묻지 않은 자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과 계곡으로 인하여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손꼽혀 왔던 곳이다. 그중 2001년 진안군 용담면(龍潭面) 월계리 일대에 들어선 용담댐은 이 지역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현장으로 만든 대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