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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의 자유… 끝없이 달리고 싶어라 등록일 : 2006-02-11 11:55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온다는 제주도. 맘이 급해 제주도에 봄 맞으러 갔다. 코스는 제주도 서남쪽 모서리 송악산 서귀포 동쪽 끝 성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12번 도로를 줄기 삼고 해안도로를 가지 삼아 ‘치고 빠지기’식 드라이브를 계획했다.

일정은 36시간. 섭지코지·성읍민속마을·협재해수욕장 등 ‘기본’ 관광지는 건너뛰었다. 대신 관광버스가 못 들어가는 호젓한 산책로, 제주도민들만 알고 있는 맛집, 스릴 넘치는 레포츠 체험장을 돌았다. 한마디로 ‘제주도 틈새 여행’.

▲ 송악산에서 만난 조랑말
◇ 10:00am - 첫째날

제주도 도착 후 빨간색 오픈카를 빌렸다(AVIS에선 36시간에 16만원~50만원, 064-747-4422). 일단 남쪽으로 휘달렸다. 95번 도로를 타고 시속 80km로 30분쯤 달리자 첫 출발점 송악산에 도착.

해발 104m 낮은 산이지만 마라도와 가파도가 한눈에 보였다. ‘해삼·멍게·소라 한 접시와 호박파전 1만원’에 혹해 ‘바람부는 언덕’(전화없음)에서 요기를 했다. 내려오는 길에 억새풀 사이로 피어난 성질 급한 진홍철쭉을 보았다.


◇ 11:30am

▲ 통통거리며 타는 재미 ‘ATV’(4륜 오토바이)
산방산 앞에서 4륜오토바이(ATV)를 타는 학생들을 봤다. 저거다. 산바다 레져공원(064-794-0117)에서 두꺼운 바퀴 4개에 몸을 싣고 자갈길을 통통거리며 달렸다. 고꾸라질 듯, 자빠질 듯 스릴 넘친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걷고 싶어서 서귀포시 강정천 오솔길을 찾았다. 풍림콘도 뒷편 농구장에 오른쪽으로 뻗은 흙길. 길 아래 시냇물이 곧바로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홀로 섰다. 풍랑에 깎여 움푹 패인 바위 하나가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 쌍둥이식당 6만원 상차림
◇ 02:00pm

서귀포시 매일시장에 있는 쌍둥이식당(064-762-0478)을 찾았다. 회를 한마리 떴는데(광어 6만원) 돈까스와 전복볶음밥 등 독특한 메뉴들이 따라 나왔다. 후식 ‘팥빙수’는 ‘충격’이다. 소화시킬 겸 큰엉 해안 경승지 산책로를 찾았다. 해안절벽 위로 강정천 오솔길과는 달리 잘 다듬어진 예쁜 산책로가 있다.

◇ 04:00pm

달리고 달려 동쪽 끝 성산에 이르자 드디어 노란 꽃밭이 펼쳐졌다. 아, 정녕 봄이 왔나? 알고 보니 1년 내내 상업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유채밭이다. ‘사진촬영비 1000원’이라는 입간판이 거슬렸다. 그래도 찍었다. 하늘은 낮고 파랬다. 봄을 만나고, 봄을 느낀 듯 했다.

▲ 성산에 이르자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졌다.
◇ 06:00pm

저녁은 주민들이 주로 찾는 삼다식당 (064-782-4841)에서 5000원짜리 정식으로 해결. ‘돔베고기’(도마 위의 삼겹살), 옥돔구이, 비릿한 자리젓까지 제주도 냄새가 물씬 풍겼다.

“밤이 밝고 발랄한 제주도를 보려면 제주시에 가야 한다”는 제주 사람의 말에 제주시로 갈까도 했지만 일단 복층 팬션의 안락함을 즐기기로 했다. 내일 가면 되니까.

▲ 강정천 ‘하트 연못’
◇ 09:00 - 둘째날

제주도에 하나밖에 없다는 탄산온천 산방산 탄산온천(064-794-5088, 오전7시~오후8시30분)을 찾았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온탕과 열탕에 몸을 ‘메싹’(제주 사투리로 ‘깊이’) 담갔다가 기포가 퐁퐁 올라오는 탄산수에서 기포 마사지를 했다. 뭉쳤던 근육이 살살 녹았다.

◇ 12:00pm

제주도에선 손님 대접하는 밥상에 ‘돼지’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횟집 상차림에 돈까스가 끼어들고, 된장찌개에도 돼지고기가 수영한다. 돼지가 유명한 이유가 재미있다. 제주도엔 뱀이 많다. 이 뱀을 잡아먹는 돼지들이라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해서 신제주 삼겹살골목을 찾았다. 제주시청 뒷편에 ‘ㄱ’자 모양으로 형성된 삼겹살 골목의 시조 탐 (064-759-4492)에선 삼겹살 기름이 위벽에 흐를 때쯤 돌판에 남은 기름으로 밥을 볶아 먹는다.

◇ 02:00pm

▲ ‘큰엉’ 산책로
따끈한 차가 생각나 제주공항 옆 용담해안도로를 도두 방향으로 달렸다. 경기도 미사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코린트 양식의 대형 찻집이 늘어서 있는 카페촌이 나왔다. 우아하게 차를 한잔 마셨다. 제주시에 맛집이 몰려있다고 해서 조금 더 먹는 걸 감수하고 다시 시내로 이동. 제주시 랜드마크일 정도로 유명한 분식점 짱구 분식 (064-753-4767)의 생오징어튀김은 마른 오징어 불려 만드는 튀김과는 비교할 수 없다.

◇ 06:00pm

향토음식점 유리네 (064-748-0890)도 제주시의 명물. 제주도 토속음식 ‘몸국’이 대표 메뉴. ‘모자반’이란 해초를 돼지뼈국에 풀어 만든 음식이다. 6000원짜리 몸국에도 삼겹살과 제주식 순대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제주시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은 용연 구름다리다. 작은 배가 정박 된 연못을 색색의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그림 같은 그 풍경을 눈에 새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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