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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부에 낚여 예서 바다 그리나 등록일 : 2006-11-17 09:21

어느 어부에 낚여 예서 바다 그리나




[한겨레]
국토의 막내 독도를 보듬고 동해의 쪽빛 바다에 한점 보석처럼 떠 있는 울릉도. 울창한 원시림, 화산이 빚어낸 독특한 기암괴석의 지형과 생태환경으로 여전히 태고의 신비를 잃지 않는 울릉도에는 정들면 못 떠난다는 정들포라는 마을이 있다.

울릉도 북쪽 북면 끝에 작은 어촌 석포마을이다. 울릉도 개척 당시 주민들이 정착한 뒤 오랫동안 살다보니 정이 들어 외지로 떠나갈 때 울고간다고 해서 정들포, 정들께라는 이름이 붙었다. 석포마을 바로 동쪽에 산이 바다로 뻗다가 중간이 끊어져 마치 섬의 목처럼 생긴 섬목에서 울릉도의 동쪽 해안을 끼고 내수전까지 4.4㎞ 구간은 울릉도 일주도로가 끊겨 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험한 산세 때문이다.

울릉도 주민말고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이곳에 원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멋스런 옛길이 있다. 지금은 온통 이끼로 덮인 외딴길이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석포와 죽암, 선창 등에 살던 북면 사람들이 저동까지 가서 소금과 쌀, 옷가지 등 생필품을 지게로 지고 힘겹게 넘던 길이다. 한결 한가로운 늦가을의 울릉도에서 옛 주민들의 애환이 깃든 숲길을 걸으며 아직도 울긋불긋한 단풍의 막바지 기운이 남아 있는 원시림과 쪽빛 바다를 벗하는 산행은 울릉도 여행의 숨은 즐거움이다.

원시림 우거진 산길 돌아서니
쪽빛 바다 숨바꼭질하듯 불쑥
오랜세월 바람이 조탁해 놓은
멋스런 기암괴석이 와락 눈앞에


섬 동북쪽 남면 저동 3리에 조선 말기 울릉도 개척 시절 김내수란 이가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는 내수전의 시멘트길을 올라 내수전 일출전망대에 서면, 바다 너머로 울릉도의 가장 큰 섬인 죽도와 관음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죽도에는 현재 두 부자가 살고 있다고 한다. 오른편으로 바다를 끼고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가자 길이 끝나면서 무성한 원시림과 마주친다. 서늘한 숲길. 섬잣나무, 섬피나무, 섬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등 울릉도 특산식물이 하늘을 가린다. 푸른 이끼로 덮인 옛길 바닥에는 미처 단풍이 들기 전에 떨어진 낙엽들과 솔잎들이 수북이 깔려 있고, 고사리 무리의 잎들과 키 작은 산죽들이 길섶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한 사람이 다니기에 마침맞은 외길은 가파른 산허리에 외줄처럼 걸려 있으되 가파른 오르막길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걷기에 편하다. 왼편으로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허리를 구비구비 감싸돌 때마다 오른편으로 숲속에 숨어 있던 동해바다가 숨바꼭질을 하듯 불쑥불쑥 나타난다. 간혹 길섶에서 만나는 섬노루귀, 울릉국화 등 울릉도의 자생식물들과 누군가가 잔가지를 쳐서 모아놓은 나뭇단이 여행길을 풍성하게 만든다.

30분쯤 걷자 정매화곡쉼터가 나타난다. 옛길에서 유일하게 약수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개척 당시 정매화라는 이가 살았다고 한다. 맑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얼굴을 씻고 정자에 앉아 땀을 들인다.

옛 산길은 간혹 다람쥐와 산새 소리, 뱃고동 소리가 산중의 적막을 깰 뿐 외로움을 느낄 만큼 고요하다. 정매화곡쉼터를 떠나 30분 남짓을 걷자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아름드리 소나무숲길 아래 넓은 지게골이 나타난다. 산죽 우거진 숲 너머로 죽암해수욕장과 딴바위가 그림같이 어울리는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지게골 입구에는 인가 한채가 외로이 놓여 있는데 왼쪽으로 죽암마을로, 오른쪽 언덕은 석포마을로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이 나뉜다.

석포마을로 가는 언덕길은 어른 키 높이로 우거진 산죽으로 덮여 있어 호젓하다. 시멘트 길을 내려가자 갑자기 넓은 육군 레이더기지에 이어 석포마을과 마주친다. 죽도가 바라다보이는 마을 정자 전망대에 서자 오른편 저 멀리로 해안절벽 위에 떠나온 내수전 일출전망대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석포마을은 한때는 울릉도에서 가장 잘 살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10여호만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울릉국화를 잘 가꾸어놓은 석포교회를 지나쳐 죽암 바닷가를 끼고 시멘트 포장 언덕길을 5분쯤 내려가자 왼쪽 산기슭에 석포전망대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20분쯤 오르막 산길을 올라 전망대에 서니 북면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는 푸른 동해바다와 딴바위가 와락 눈앞에 들어온다. 하산길 석포마을 아래 섬목 입구 앞 바다에서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옥항상제의 노여움에 돌이 되었다는 울릉도 3경의 제1경인 삼선암과의 만남은 여행길의 마무리에서 맛보는 즐거움이겠다.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청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새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유치환의 ‘울릉도’)

울릉도가 자랑하는 해돋이의 벅찬 감동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해남등대와 촛대암을 꼽을 수 있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 뒷쪽으로 깎아지른 해안절벽 기슭을 끼고 아름다운 행남해안 산책로가 나있다. 길이 험하지 않아 손쉽게 바다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가족들이나 연인들끼리 가벼운 산책코스로 알맞다. 특히 새벽녘 행남해안 산책로로 나서면 드넓은 동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해돋이와 함께 화산이 만들고 오랜 세월 바다와 바람이 조탁해놓은 울릉도의 멋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울릉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여행 정보

예부터 울릉도에는 없는 것이 3가지가 있다. 도둑과 뱀, 그리고 공해다. 그만큼 깨끗한 섬이라는 말이다. 울릉도 여행은 성인봉 등산을 비롯해 해안선을 따라 섬을 도는 유람선 관광, 택시와 소형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육로관광이 있다. 여유가 있다면 울릉도에서 동쪽으로 92㎣ 떨어진 독도나 죽도를 다녀오는 것도 좋다. (지역번호 054)

♤가는 길

동해시 묵호여객선터미널에서 한겨레호가 매일 오전 10시에 묵호항을 출발하는 쾌속선을 1일 1회 운항하고 있지만, 비수기인 11월부터는 토요일 오전 10시에 묵호항을 출발한 뒤 이튿날인 일요일 오후 2시에 도동항에서 되돌아오는 쾌속선을 주말에만 1회 운항한다. 묵호여객선터미널 매표소 (033)531-5891.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썬플라워호가 매일 1회(오전 10시 포항 출발, 당일 오후 3시 도동항 출발) 운항하고, 짝수일 밤 11시40분 포항을 출발해서 이튿날 오전 10시 도동항에서 되돌아오는 나리호가 격일제로 운항한다. 포항여객선터미널 매표소 (054)251-8924.

울릉도에서는 우산버스(791-2179, 8888)가 도동~저동(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30분 간격), 도동~천부~나리분지(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30분~2시간 간격), 천부~섬목(오전 2회, 오후 2회) 등 구간을 운행한다. 울릉택시(791-2315)와 개인택시조합(791-2612) 등 택시들이 도동을 출발해 사동 흑비둘기 서식지, 통구미 거북바위, 남양 사자바위, 태하 성화신당, 나리분지, 섬목 삼선암 등 관광명소들을 들른다. 4~5시간쯤 걸리며 성수기(7~8월)에 12만원, 비수기에는 10만원이다. 한진렌트카(791-5337)에서도 승용차를 빌릴 수 있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리조트와 쾌속선을 운영하고 있는 대아여행사(02-514-6766)가 서울에서 관광버스와 쾌속선으로 울릉도 도동에 도착해 대아리조트의 숙식, 울릉도 해상 일주 유람선 관광, 울릉도 육로관광을 포함한 2박3일 일정의 관광상품을 판다.

♤잠자리

울릉리조트대아호텔(791-8800)과 성인봉모텔(791-2078), 한일모텔(791-5515), 칸모텔(791-8600) 등이 비교적 깨끗한 숙소다.

♤먹거리

눈이 많은 울릉도는 이른 봄 눈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서 향이 아주 독특한 산나물이 많이 난다. 따라서 울릉도에서 자라나는 모든 풀들을 약초라 일컫는데 울릉미역취, 섬부지갱이, 고비, 삼나물, 명이(산마늘), 전호, 땅두릅 등이 대표적인 울릉도 산나물이다. 울릉도 어디에서나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맛볼 수 있는데 북면 나리분지에 산채비빔밥과 삼나물회 전문 식당인 산마을식당(791-4643) 등 3곳이 유명하다. 또 암소한마리식당(791-4440)에서 울릉도 약소불고기를, 보배식당(791-2683)과 쌍둥이식당(791-2737), 두꺼비식당(791-1312) 등에서 자연산 홍합과 따개비로 지은 홍합밥과 따개비밥, 오징어불고기, 오징어내장탕 등 울릉도만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문의할 곳

울릉군(www.ulleung.go.kr) 문화관광과 (054)790-6393, 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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