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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는 다섯가지 방법 겨울여행 등록일 : 2006-12-12 16:45

펄럭이는 달력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짐을 꾸린다. 시간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 한 해도 힘들었다. 몸은 지쳤고, 마음은 멍들었다. 앞만 보고 힘껏 달렸지만 제자리거나, 혹은 뒷걸음질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을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혼자도 좋고, 둘이라도 좋고, 가족과 함께여도 좋다. 국내 대표 여행작가들에게 한해를 정리하며 가볼 만한 여행지를 추천받았다. 그곳에선, 바람이 속삭여줄 것이다. 다시 시작하라고.

▶혼자서
대관령 옛길

◇대관령 옛길=칼바람에 눈발이 휘날리는 대관령으로 가자. 목적지는 옛 영동고속도로 횡계~구 대관령휴게소 구간. 2001년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확장 개통되기 전까지 이 길은 강릉으로 가는 길목에 불과했다. 차량의 행렬이 고속도로로 빠져나가고, 456번 지방도로란 이름이 붙은 뒤 길은 새롭게 태어났다. 차량의 발길이 뚝 끊겨 한번 내린 눈이 순백의 빛깔을 유지하는 곳. 젖무덤을 닮은 언덕 위로 소나무 몇 그루만 띄엄띄엄 서 있는 고독한 설원. 삭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외로움에 치를 떨자. 자신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삶을 이어나갈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연태

◇삼척 겨울바다=삼척에서 장호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동해를 끼고 달리는 7번국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포구마다 덕산, 부남, 궁촌, 용화 같은 고만고만한 어촌마을이 이어진다. 특히 삼척에서 덕산으로 넘어가는 한재는 드넓은 동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고개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달려가 그 바다에 잠시 손을 담가도 좋다. 바다와 평행하게 달리다 그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도 볼 수 있다. 장호항 근처 신남마을은 해변에 솟아오른 갯바위가 아름답고, 갈남마을은 풍랑을 달래기 위해 남근석을 깎아 바쳤다는 해신당으로 유명하다. |한은희

삼척 장호항
◇울산 장생포=1986년 상업 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 장생포는 우리나라 고래잡이의 전진 기지였다. 고래가 잡히던 포구엔 고래의 흔적만 남아 있다. 낡고 작은 부두, 늙은 포경선, 고래박물관, 사고사한 고래로 만든다는 요리집들이 이어진다. 젊은 날 목청높여 부르던 “자~떠나자, 고래 잡으러~” 노래를 입 속으로 되뇔 수 있는 곳. 갓 들어온 배에서 내리는 게, 불가사리며 해산물을 구경하고, 쓸쓸히 혼자 홀짝이는 소주 한 잔은 또 어떨까. |이동미



▶둘이서

◇태백산 눈꽃산행=흐드러진 눈꽃을 볼 수 있는 겨울 산행은 어떨까. 태백산은 새하얀 눈꽃으로 이름난 겨울 명산이다. 정상 1,567m. 당골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2시간가량 걸린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긴 어렵지만 젊은 두 사람이라면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 바람을 막아줄 나무가 없으니 방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눈밭에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아이젠도 착용해야 한다. 정상엔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천제단과 주목 군락이 있다. 이슬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상고대는 나무에 핀 흰꽃처럼 보인다. 태백에는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 한강 발원지 검룡소가 있다. 당골 입구의 태백석탄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한은희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우아하게 데이트를 즐기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면? 자유로를 달려 파주 헤이리로 가자. 하루로는 턱없이 부족할만큼 많은 갤러리, 레스토랑, 고전음악감상실, 박물관이 기다리고 있다. 이국적인 외관의 북하우스는 한길사 대표 김언호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서점. 갤러리와 북카페도 겸하고 있다. 1만여장의 클래식 LP판을 갖추고 있는 카메라타는 방송인 황인용씨의 클래식 음악감상실이다. 북카페 반디에서는 아픈 다리를 잠시 쉬며 책에 빠져볼 수 있다. |유연태

◇중앙선 기차타고 영주여행=마음맞는 친구와 기차 여행을 떠나보자.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열차를 타고 3시간30분이면 경북 영주에 도착한다. 영주 부석사는 소백산맥의 능선을 마당으로 거느린 고찰. 특히 해질녘이 아름답다. 숙박은 선비촌 추천. 선비촌은 영주 일대 고택 12채를 재현한 민속촌이다. 돌 갯수까지 세어 만든 전통가옥에서 하룻밤 잘 수 있다. |양영훈

◇횡성 풍수원성당=연인이든 동성 친구든 함께 한해를 마감하며 호젓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6번 국도를 따라 횡성에 들어서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완공된 지 90년 된 성당은 구한말 박해를 피해 도망친 신자들의 성소였다. 아담하고 고색 창연한 건물과 주변 경치는 드라마 ‘러브레터’ 등에 배경으로 등장했다. 성당 뒤편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석상들이 늘어선 100여m의 순례코스는 묵상하며 산책하기 좋다. 두곡리에는 드라마 ‘토지’ 촬영장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안흥찐빵도 놓치지 말자. |유성문



▶가족 단위로

◇부안 변산반도=문화유산과 겨울바다가 골고루 섞여 가족의 여행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어르신들은 내소사를 둘러볼 만하다. 경내에 수령 1,000년이 넘는 당산나무 2그루가 있는 데다 일주문 안쪽 600여m의 전나무 숲길은 산책로로 일품이다. 인근 개암사와 더불어 차분한 연말여행으로 좋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세트장이 있는 궁항 쪽은 자녀들이 즐길 만하다. 구암리 동네 안에는 고인돌 10여기가 몰려 있어 역사유적 체험도 가능하다. 격포쪽 채석강의 해식동굴 경관이나 변산 해변의 겨울바다는 부부가 둘만의 추억을 만들기에 딱이다. |유연태

◇청주 평동 떡마을=떡마을은 연말연시 아이들 체험장으로 좋다. 마을 한편의 떡체험장에서 가래떡, 송편, 증편 등 여러가지 떡을 만들어볼 수 있다.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해 양양 송천 떡마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젓한 편. 그래도 사전 예약은 필수다. 근처에 승마클럽이 있어 한겨울 실내승마를 즐길 수 있다. 미동산 수목원에 최근 개관한 산림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직접 나무 무게를 재 보거나 나이테 모양을 관찰하는 등 나무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지심경 박물관, 청주박물관, 화폐전시관, 화폐박물관 등 현장학습 거리가 풍부하다. |한은희

◇해남 고천암호=가창오리, 고니, 황새떼 수십만마리가 몰려드는 겨울철 철새도래지다. 수십만평에 달하는 갈대밭의 경관도 국내 최고 수준. 가창오리의 군무는 놓치기 아까운 절경이지만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직접 방문하기에 다소 조심스럽다. 근처 땅끝마을은 일출·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 백두대간의 호남쪽 마지막 명산인 두륜산,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활동으로 이름난 대흥사 등이 가깝다. 우항리 해안가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아있다. 연동리에 남아있는 윤선도 고택 ‘녹우당’도 들러볼 만하다.|양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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