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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엔 붉은비 - 강천산·내장산 등 단풍 ‘황홀경’ (문화일보) 등록일 : 2006-12-06 17:18

남도엔 붉은 비가 내립니다
강천·내장산 등 단풍 ‘황홀경’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만난 불꽃같은 단풍. 올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가을 끝자락에 남도 땅의 단풍은 이렇듯 곱게 물들었다. 장성 = 김선규기자
대관령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늦더위가 계속된다고 늘 여름이 아닌 것처럼,
눈이 한번 내렸다고 해서
겨울은 아직 아니랍니다.
대관령이 함박눈으로 소복하게 묻혔을 때,
남도 땅에는 핏빛처럼 선명한
붉은 단풍이 물들었습니다. 촉촉한 가을비가
단풍나무에 말라붙은 물감을 수채화처럼
번져나게 했나봅니다. 차갑고 청명한
가을 대기 속에서 만난 짙은 선홍색 단풍의
풍경이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올가을에는 ‘단풍다운 단풍’을 구경 못했습니다.
평년보다 크게 높다는 기온과 오랜 가뭄 탓으로
단풍이 채 물들기도 전에 오그라 붙은 탓입니다.
먼지만 풀풀 날리는 흙길에서 나뭇잎은
갈색으로 버썩버썩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봐도 도대체가
잘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올가을 단풍은 지나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린 뒤
남도 땅에서 만난 단풍은 짙은 선홍색 빛으로
타고 있었습니다.
온통 붉은 빛으로 황홀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전북 순창의 강천산이며,
정읍의 내장산은 말할 것도 없고,
전남 장성의 백양사까지…. 남도의 산들은
지금 온통 단풍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감나무들도 잎을 모두 떨궈 빨갛게 익은 홍시가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중부 이북지방의 나무들은 눈발에
모든 잎을 다 떨구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지만,
남도에서는 계곡을 따라 활활 타들어가고 있는
단풍은 이제야 막 산 아래쪽까지 도달했답니다.
이스케이프 팀은 남도의 막바지 단풍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좀 늦긴 했지만,
이렇게 가을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무래도
아쉬워서 마지막 단풍을 찾아갔던 길입니다.
그 길에서 올가을 ‘최고의 단풍’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촉촉하게 가을비가 내린 뒤에 단풍의 색깔이
더욱 고와진다는 사실도 알았답니다.
이번 주말에는 절정에 달한 남도의 단풍을
만나러 떠나보시지요.
남도에서 절정의 단풍을 만날 수 있는 유통기한은
딱 이번 주말까지랍니다.
모두들 이름난 곳이라 적잖은 인파로 붐비겠지만,
올해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서
손을 흔들며 이 가을을 떠나보내시지요.
슬그머니 우리 곁을 떠나려는 가을을
아쉽게 배웅해보시지요.

순창·남원·장성=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계곡물 위에도, 감나무 가지에도 ‘붉은 점·점…’
강천산~내장산 남도 ‘단풍놀이’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 강천산이 품고 있는 곱디고운 아기단풍과 붉게 익은 홍시

전북 순창의 강천산은 등산로 초입의 폭신한 흙길과 아름다운 계곡이 풍경화처럼 낭만적인 곳이다. 특히 등산로를 따라 늘어선 단풍나무가 붉게 물드는 이즈음이면 선경과도 같은 경치를 선사한다. 하지만 사실 이것저것 따지고 들자면 강천산은 의외로 흠이 많다. 강천산이 가진 아름다움의 상당 부분이 ‘인공의 손길’이 닿아서 만들어진 탓이다.

강천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산길로 막 접어들자마자 만나는 병풍폭포며 강천사 뒤편의 구장군폭포를 바라보며 탄성을 터뜨리지만, 사실 이 폭포는 모두 인공폭포다. 하류 쪽에서 전기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폭포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등산로를 따라 곳곳에 만들어 놓은 벤치가 운치 있고 콘크리트 정자는 편리하지만, 자연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굵은 모래를 깔아놓은 이른바 ‘맨발 산행로’도 사실 트럭에 모래를 실어다가 부어서 조성한 것이다. 등산로에는 곳곳에 숨겨놓은 스피커를 통해 은은하게 클래식 배경음악까지 깔린다.

이런 인공의 냄새가 어떤 사람에게는 못마땅하겠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가을의 정취를 돋워주는 낭만적인 소품이 되는 법. 같은 풍경을 두고도 저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니 시비가 생길밖에…. 하지만 강천산의 화려한 가을단풍 앞에서만큼은 이런 논란이 부질없다.

계곡을 온통 붉게 물들인 단풍은 등산로 초입부터 시작돼 산길을 따라가며 펼쳐진다. 계곡을 끼고 고운 단풍나무와 우람한 메타세쿼이아가 번갈아 나오는 산길을 20여분 걸으면 소박한 절집 강천사다. 강천사 일대는 강천산 단풍의 하이라이트. 노랗고 빨간색으로 온통 눈이 부시다. 자연이 스스로 만든 것이든, 혹은 사람 손을 빌렸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작은 폭포며 옥색 물빛에 붉은 단풍이 하나 둘씩 떨어지면 계곡물까지 금세 붉게 물들 것만 같다.

# 강천사의 비구니가 가지 끝에 남겨 놓은 홍시

강천산의 가을 풍경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강천사 절집 앞에 서있는 한 그루의 감나무다. 네댓 살짜리 아이 주먹만 한 붉은 홍시를 가지마다 가득 달고 있는 감나무 한 그루. 그 뒤편으로 오래되고 소박한 절집이 배경으로 서있다. 절의 비구니 스님은 간혹 장대를 들고 감을 몇개씩 따내지만, 기실 풍성하게 열린 붉은 감은 산새들 몫이다. 하지만 등산복 차림의 길손들도 까치 몇마리가 홍시를 쪼는 풍경에서 가을을 만나니, 산새들과 붉은 감을 나눠 가지는 셈이다.

강천사는 고려 충숙왕 때는 1000명의 승려가 기거했고 암자만 열두 개에 달하던 큰 절이었다. 1316년에 세워졌다는 대웅전 앞의 오층석탑이 그 역사를 말해준다. 그러나 요즘 강천사는 대웅전 보수공사로 수선스럽다. 절집 마당에는 여기저기 공사용 자재들이 나뒹굴고 있다. 그럼에도 강천사에 들어서며 마음이 깊어지는 것은, 지금이 가을이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리라. 절집 문에 들어서고야 단풍이 그저 색깔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새 잎이 나고 자라다가 가을의 한복판에서 조용히 끈을 놓고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까지 새삼 생각이 가 닿게 되는 것이다.

강천사 주지 스님은 단풍철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번잡스러웠는지 출타하고, 괄괄한 성격의 비구니 혼자 절집을 지키고 있다. 법명을 물어도 대꾸조차 하지 않던 비구니. 슬그머니 일어서 카메라를 쥐고 사진을 찍자 그제서야 “정작 찍을 것은 하나도 안 찍느냐”며 불호령이다. 단풍이 물든 경관에만 넋을 빼앗긴 모습이 못마땅했었을까. 단풍과 낙엽의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굳이 이유는 묻지는 않았다.

강천사를 들렀다면 홍화정을 거쳐 50m 높이에 걸려있는 현수교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 순서다. 매표소에서 40분 정도면 넉넉히 닿는다. 내친김에 전망대가 있는 신선봉에 올라 강천산의 전체 모습을 감상하고 삼인대 쪽으로 내려와 다시 강천사로 하산하는 코스도 좋다. 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 백양사 쌍계루에서 만난 새빨간 단풍에 멀미가 나다

강천산을 돌아나와 전남 장성의 백양사를 찾는다. 백양사는 사실 내장산을 찾았다가 인파에 치어 ‘꿩대신 닭’으로 찾아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닭이 꿩보다 더 나은 법. 백양사의 아기단풍은 지금 산불이라도 난 듯 붉게 타오르고 있다. 백양사 입구의 백양관광호텔 앞에서 매표소까지의 1.5km 구간에는 단풍이 흐드러지게 물들었다.

백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단풍나무가 둘러싼 단아한 정자인 쌍계루에서 만날 수 있다. 울긋불긋 물든 산과 고요한 물, 여기에 붉은 단풍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백양사의 가을풍경은 절정으로 향한다. 백양사 경내를 벗어나 등산로를 따라 1시간쯤 오르면 만날 수 있는 학바위. 이곳에서는 붉은 단풍숲으로 포위돼 있는 백양사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백양사가 깃든 백암산은 줄기가 내장산과 맞닿아 있어 내장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예년의 경우는 백양사의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내장사 단풍보다 며칠 일렀지만, 올해는 내장산과 거의 같다. 올가을 날씨가 널뛰기를 계속하면서 단풍도 두서없이 이곳저곳에 옮아가고 있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 일대 은행 잎은 노랗게 물들었다가 다 떨어져버리고 말았지만, 서울의 가로수길 은행 잎은 아직도 청청한 푸른색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올해 단풍은 게릴라와도 같다.

이번 주말이면 백양사의 단풍은 마지막 절정에 도달한다. 워낙 단풍이 유명한 곳이라 단풍철에는 행락객들로 붐비지만, ‘가을에는 단풍잎보다 사람들이 많다’는 내장산에 비하면 그래도 사정은 좀 나은 편. 그러나 이곳도 휴일에는 행락객들이 몰고온 차량들로 일대 도로가 가득 찬다.

# 내장산 단풍, 올해도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하다

굳이 내장산을 찾은 것은 단풍이 예년만 못했던 올가을에도 내장산의 단풍은 예년의 아름다운 색감을 잃지 않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내장산 단풍이 첫손으로 꼽히는 것은 먼저 ‘나무의 크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내장사까지 들어가는 도로주변의 단풍터널에는 수령 50년은 넘었음 직한 단풍나무 거목들이 가지마다 풍성하게 단풍잎을 달고 있다. 내장산 단풍은 유난히 밝은 선홍색이다. 다른 곳 단풍보다 잎이 얇고 작아서 햇볕이 잘 투과되기 때문이다.

맑은 물에 세워진 우화정을 지나면 일주문이 있고, 일주문에서 내장사 입구까지의 아치형 단풍 통로에서는 행락객들의 감탄사가 쏟아진다. 다른 곳의 단풍이 예년만 못했기에 내장산에서 보는 단풍의 감동은 더 크다. 내장사 뒤편의 서래봉 일대의 단풍도 곱게 물들었다. 내장사 북쪽에 기기묘묘하게 솟은 바위봉우리가 바로 서래봉. 1100m에 달하는 바위절벽이 단풍과 어우러지면서 장관을 이뤘다.

내장산 단풍을 즐기려면 단풍터널을 지나 내장사를 둘러본 뒤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에 올라 1시간 거리인 신선봉까지 갔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순서. 하산 시에는 케이블카 대신 금선계곡 쪽으로 내려와도 좋다.

지난 주말 무렵부터 시작된 내장산 단풍의 절정은 이번 주말까지 계속된다. 급작스레 기온이 떨어지긴 했지만 서리가 내리면 단풍잎은 더욱 붉어지는 법. 내장산 단풍의 ‘최고의 순간’을 만나려면 이번 주말 안에 찾아야 한다. 그러나 주말에는 단풍관광 인파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에도 호남고속도로 정읍 IC에서 내려서 내장사까지 가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주중에 찾아가거나, 주말이나 휴일에는 아예 새벽에 도착해야 짜증 없이 단풍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순창·장성·정읍 =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어떻게 찾아갈까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강천산과 백양사, 내장산 가는 길

강천사를 가려고 지도를 펴면 호남고속도로 정읍 IC에서 빠지는 것이 가장 가깝게 보인다. 그러나 이 길은 가파른 데다 길이 좁다. 초행길의 여행자에게는 도로 번호를 짚어가며 찾아가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아예 호남고속도로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순창IC에서 빠지는 편이 낫다. 순창읍내를 지나 담양 방면으로 가다 보면 강천산 가는 길을 만난다. 도로표지판이 충실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내장산과 백양사는 호남고속도로 정읍IC와 백양사IC로 나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먹을까

강천사 주차장 앞에는 민박을 겸하는 20여곳의 식당이 즐비하다. 매운탕과 비빔밥, 토종닭 등이 주요 메뉴. 음식의 메뉴나 맛이 엇비슷해 어느 집을 딱히 집어내기 어렵다. 순창읍내에서 한정식을 내놓는 ‘새집’(063-653-2271)의 밥상을 받아보자. 2인기준 1만8000원짜리 밥상에 반찬이 상 한가득 펼쳐진다. 은은한 나무향이 풍기는 돼지숯불구이 맛도 각별하다.

백양사로 가는 길목에는 30년 넘게 산채정식을 차려내놓는 정읍식당(061-392-7427)이 있다. 1만원짜리 산채정식도 있지만, 1만2000원짜리 특정식을 택하는 게 가격대비 만족도가 더 높다. 꽃게무침부터 돼지고기볶음까지 반찬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나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장성호를 끼고 들어선 음식점들은 진한 맛의 메기매운탕을 끓여낸다. 호반가든(061-392-8692)의 시래기를 깔고 졸여낸 메기찜(2인분 2만5000원)도 각별한 맛이다.

내장산 입구의 집단상가에도 밥집들이 몰려있다. 이중 삼일회관(063-537-8141)을 대표격으로 꼽을 만하다. 1만5000원짜리 한정식을 시키면 30여 가지의 반찬이 차려진다. 갖가지 산채에다 불고기며 조기구이에 홍어찜까지 줄을 잇는다. 향도음식품평회 등 각종 음식관련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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