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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촬영한 세트장 등록일 : 2008-01-07 12:57

"달동네, 요즘 이런 풍경 어딜가도 없지요. 우리나라에 오로지 여기 뿐이에요!"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자부심이 하늘을 콕 찌를 지경이었다.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달동네는 사라졌거나, 규모면에서 신통치 않아 촬영지로는 부적합해 졌단다. 내가 찾은 이 곳이 바로, 국내 유일의 달동네 세트장이라면서 좋은 구경 하는 거란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촬영한 세트장이란 말만 들었을 뿐. 단 한 번도, 눈곱만큼도 "사랑과 야망" 을 시청한 적이 없었던 터였다. 막연하게 모습을 떠올려 보았는데, 겉보기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고 있음직하게 촬영해 멋드러진 작품으로 탄생 시켰겠거니 했다. 그런데 관리인 아저씨의 똘똘 뭉친 자부심은 허가 아니었다.


잊혀져가는 변두리 달동네와 순천 읍내, 서울 번화가의 구체적이고 쫀쫀한 디테일, 섬세함을 마음껏 뽐내고도 남을만한 수십년 전의 과거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특히 높은 곳에 자리잡은 달동네는, 냉큼 들어가 살림을 차려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 세트장에는 넉넉치 않은 살림을 꾸리는 달동네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이 함께 담겨있어 현실감을 한껏 더해 주었다.


간신히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어색하게 그려낸 그림이 내걸린 극장 간판, 신통치 않은 감각의 양장을 멋드러지게 진열해둔 양복집, 새빨간 립스틱의 미스김이 쌍화차에 달걀 노른자를 동동 띄워줄 것만 같은 옛 다방.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한 가정 한 자녀를 골자로 한 산아제한 정책 표어가 요즘 같은 세상에는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린가. 새삼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케 했다.


이 곳 세트장은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 한 아름을,
당시 시대상을 몰랐던 젊은이들에게는 고태의연한 과거를 만나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이래저래 불평을 늘어놓으며 살아왔던 나를, 무척이나 부끄럽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 넉넉한 환경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행복한 사람들인가?!

▲ 지구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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