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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 찾아온 봄꽃 여행 등록일 : 2008-03-12 08:44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3월이다. 정신없이 올라오는 남도의 꽃소식에 겨우내 참았던길을 떠난다. 동백과 매화, 산수유에 점령당한 봄을 구하러.


매화 꽃바람 부는 섬진강으로
순천 금둔사와 광양 매화마을


“매화 중에서는 홍매가 제일인디, 향이 진동 안 허요.” 수화기 너머 스님의 화신(花信)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순천 금둔사. "아무래도 홍매는 매실이 안 맺히니까, 향이 진한 것 아니것소?” 대체 스님의 말을 듣기는 한 건지 유독 홍매 꽃봉오리에만 꿀벌의 작업이 부산하다. 대웅전 오른편 계곡 옆에 핀 홍매 한 그루는 금둔사의 마스코트가 된 지 오래. 금둔사의 삼신각 뒤편에도 홍매 두 그루와 청매 두 그루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삼신각의 좁은 뒤뜰에 서로 뒤엉켜 비단 자락을 펼쳤는데, 처마 너머로 푸른 들판이 어른거린다. 마음속이 착 가라앉는 풍경이다.

20년 전 선암사 주지스님이 경내에 심은 금둔사의 홍매는 비록 수령이 짧아 가녀리고 성긴 가지지만 가장 먼저 붉은 꽃잎을 토해 내며 봄의 약속을 지킨다. 아랫동네 매실농장의 왜매처럼 일시에 와락 꽃을 피워내지도 않는다. 그저 십여 송이가 피었다가 사그라지면 다음 십여 송이가 망울을 터뜨리는 식이다. 외롭게 봄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봄볕 따스해지면 고개 넘어 선암이나 광양, 해남의 청매에 영광을 물려주고 다음 봄을 기약하는 것이 금둔사 홍매인 것.

광양 매화마을에도 3월 내내 꽃눈이 내린다. 다압면 매화마을의 가장 높은 원덕에 있는 ‘청매실농원’은 매화꽃의 절정을 만날 수 있는 곳. 매화꽃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농원까지 오르면 펼쳐지는 2500여 개의 장독도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왼편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면
<서편제> <다모> <바람의 파이터>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 세트로 쓰인 대숲이 펼쳐진다. 매화에 홀린 마음을 가는 곳마다 쥐락펴락하는 풍경이다. 19번 도로를 따라 구례까지 이어지는 길 양옆에도 매화꽃이 지천이다. 섬진강 금빛 모래톱 위로 날리는 매화꽃이 구례까지 이어지고 곡성을 잇는 17번 국도에서 절정을 봄 드라이브는 절정에 달한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 IC를 빠져나와 상사호 방면 진입 20분

광양 청매실농원 광양 최대 규모의 매실농원이다. 3월이면 홍매화, 청매화, 백매화 등이 섬진강 줄기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눈이 오듯, 섬진강변에 흩날리는 매화는 봄꽃 여행의 백미. 매실차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고, 청매실로 만든 농축액과 청매단, 청매장아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주말엔 많이 번잡하므로 시간을 잘 선택하는 게 좋다. 061-772-4066


남쪽 바다와 어우러진 동백여행
여수 오동도와 거문도


11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동백꽃. 겨우내 남도의 섬에만 머물러 있던 동백은 입춘을 넘기면서 육지까지 꽃망울을 터트린다. 동백여행을 위해서는 우선 여수 오동도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 최대의 동백 군락지가 있는 섬이기 때문이다. 수령이 100~200년 된 동백나무 5000여 그루가 여행객을 맞는다. 방파제를 따라 섬 안으로 들어가면, 꽃봉오리를 떨군 동백이 산책로를 수놓는다. 등대에서 이어지는 시누대(해장죽)터널과 동백 군락지는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가늘고 튼튼한 해장죽 줄기가 터널을 이룬 시누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분위기다.

동백꽃엔 어김없이 동박새가 산다. 새빨간 동백꽃 속에 샛노란 수술처럼 고운 황색 깃털을 가진 동박새는 달디단 꿀맛을 찾아 동백나무로 날아드는 것. ‘삐죽삐죽’ 소리를 내며 암컷을 찾는 동박새의 지저귐이 그 어떤 봄의 메시지 보다 청명한 기운을 전한다. 바다에서 보는 오동도 동백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동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도 좋다. 10여분 동안 섬을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이 짧게 느껴진다면 가막만에 자리한 소호요트경기장으로 가보자. 오래전부터 요트 국가대표의 훈련지로 사용되어온 이곳에서는 범선과 요트 체험도 할 수 있다.

조금 멀기는 하지만 여수 거문도 또한 섬 전체가 동백이다. 동도, 서도, 고도의 세 섬으로 이뤄진 섬으로 전체 숲의 70%가 동백나무다. 특히 등대로 가는 길은 운치 있는 산책길. 동백나무 숲길이 1km 남짓 이어지는데, 푸른 바다와 울창한 동백나무숲이 잘 어울린다. 동백꽃 외에도 등대 주변은 매년 유채꽃과 수선화가 피어 화사한 봄날을 꾸민다. 섬을 아우르는 해안 절벽은 힘이 넘치고 붉디붉은 꽃으로 수놓인 풍광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순천 IC로 나와 17번 국도 타고 여수 진입, 계속해서 17번 국도로 직진

가장 먼저 동백꽃을 피우는 보길도 한겨울에 꽃을 피워 봄에 지는 보길도의 동백이야말로 진정한 동백이라 할 수 있다. 보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나무 길은 부용리 돈방골과 예송리 상록수림. 동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은 보길도의 고산을 감상할 수 있는 부용동과 세연정. 세연정 앞에 자리 잡은 ‘동천다려’는 보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찻집이다. 동백의 여운을 차와 함께 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찾아가는 길 보길도는 완도군에 속해 있지만, 해남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는 게 빠르다. 땅끝~보길도 여객선이 1일 8회 운행한다.


노란 산수유꽃 구름이 덮은 마을
구례 상위마을


산수유는 섬진강 자락에서 매화와 화신을 다투는 봄의 전령이다. 금둔사 매화보다는 늦게 피지만 광양매실농원의 매화 군락보다는 좀 일찍 핀다. 남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밤재를 지나면 곧장 구례 땅. 밤재터널을 나서자마자 맨 먼저 반기는 것이 바로 산수유꽃이다. 마치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샛노랗게 떠 있는 꽃구름이 한가득이다. 지리산 노고단과 만복대의 산머리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지만 산자락에 등을 기댄 상위마을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 세상을 이룬다.

사실 산수유꽃의 꽃잎은 2mm가량으로 아주 작기 때문에 꽃잎 하나하나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그만 꽃송이가 눈꽃처럼 덩어리째 맺힌 모양새다. 이런 꽃송이가 수십, 수백 그루씩 무리를 지은 산수유나무에서 한꺼번에 꽃부리를 활짝 펼치면 벚꽃 부럽지 않은 화사함을 흘리는 것.

상위마을은 3월 중순경이면 산수유꽃으로 뒤덮인다. 몇 백 년씩 묵은 산수유나무에서 꽃이 만개하면 마을이 온통 노랗게 바뀐다. 마을 뒤편에는 눈 덮인 지리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마을 오른편에는 작은 계곡이 흘러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노란 꽃세상에 취하기 전에 섬진강으로 핸들을 잡자.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국도와 마주 달리는 섬진강 건너편 861번 지방도로는 화사한 봄꽃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곳. 섬진강을 따라 달리면 긴 겨울 동안 움츠렸다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처럼 화들짝 깨어나는 봄 풍경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를 빠져나와 19번 국도, 남원을 거쳐 직진, 구례 산동면이 나온다

곡성 압록·기차마을 보성강의 물줄기와 섬진강이 합류하는 곡성군 압록은 섬진강변에 자리한 수많은 마을 중에서도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역도 바로 이곳 압록역이다. 반월교와 철교가 나란히 강을 가로질러 놓여 있어 운치도 뛰어나고, 봄이면 역 주변에 산수유가 만발한다. 섬진강변 백사장 주변으로는 매화와 벚꽃도 핀다. 가정 간이역(구 곡성역)에서 가까운 청소년야영장에서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국도 17호선과 전라선 철도, 섬진강변을 따라가는 길은 호남 최고의 자전거 하이킹 코스다.
가정 간이역 06-360-8324 요금 5000원 자전거대여소 061-362-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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