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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자 기행 - 경남 함양 등록일 : 2008-06-10 08:29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슬슬 여름의 기색을 띄어가는 요즈음이다.
여름이면 도시인들은 연례행사처럼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떠난다. 통기타 두드리며 모닥불 피우던 낭만도,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어주던 로맨스도 사라졌지만 뜨거운 젊음의 파티가 기다리는 해변으로 말이다. 허나 체력은 언제나 이팔청춘이 아닌지라, 해변에서의 일탈은 때론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올 여름 편안한 휴식이 그리워진다면, 낙락장송 그늘이 우거진 함양의 화림동 계곡으로 떠나보자. 그리고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계곡 한가운데 솟은 정자에서 세월을 노래하고 세상을 향해 붓을 휘두르던 이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흘러간 로맨스나 낭만과는 달리 조선왕조 5백 년의 역사를 꽃피운 학처럼 고고한 선비들을 말이다.

‘학명지사(鶴鳴志士)’, 몸을 닦고 마음을 실천하며 평생을 살아온 선비들은 언제나 고고한 기상을 지닌 학을 닮고자 했다. 무명 저고리 한 벌을 걸치고도 풍류를 즐기고, 시를 읊으며 살았던 그들의 발자취를 쫓아 함양으로 나서자 희디 흰 학 한 마리가 길동무를 자처한다.


함양은 안동과 더불어 조선시대 영남사림의 본거지로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렸다. 그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던 양반의 도시 안동에 비해 조금은 덜 알려졌던 함양 역시 선비의 성품을 쏙 빼 닮은 도시다. 또한 정자와 누각을 합쳐 100여개가 되는 ‘정자문화의 보고’ 로도 유명하다. 특히나 남덕유산에서 흘러내리는 화림동 계곡을 따라 옛 양반들이 음풍농월하던 정자들이 줄을 이어 있어 ‘팔담팔정’ 이라 일컬어지기도 했다. 즉 8개의 못과 8개의 정자가 있다는 의미. 안타깝게도 현재는 얼마 전 화재로 소실된 농월정을 제외하고 단 3개의 정자가 남아있을 뿐이다. 허나 너른 바위 위에 세워진 동호정, 녹음의 숲이 우거진 군자정, 하늘과 맞닿은 거연정 등 화림계곡의 꽃은 여전히 건재하다.


나무결이 살아있어 고풍스러운 군자정의 모습

이처럼 화림동 계곡 물줄기마다 아름다운 정자가 세워진 것은 그 옛날 선비들은 계곡물에 첨벙첨벙 물을 담그는 대신, 두 눈에 시원한 계곡을 담고 풍류를 즐겼기 때문이리라. 풍류가 거창한 것이겠는가! 아름다운 자연 아래 시 한 구절 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바로 풍류다. 흥이 더하면 노래 한 소절 불러볼 수도 있는 일. 아름다운 정자에 앉아 맑은 하늘과 계곡과 숲을 보고 있자면, 누군들 노래가 아니 나오고 흥이 돋지 않겠는가.


‘화림풍류’ (화림동 계곡 일대를 굽이치는 물과 정자의 어우러짐을 일컫는 말)라는 말 그대로 화림동 계곡 굽이굽이 60리 물길마다 반석 위로 흐르는 옥류와 낙락장송, 시원한 바람이 머무는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계곡의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워진 화림동 계곡의 정자들은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져 무릉도원의 선계에 비견할 만큼 절경을 자아낸다. 안의면에서 서하면 쪽, 물이 흐르는 방향 순으로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그리고 불타버린 농월정을 차례차례 만나보도록 하자.


☞ 화림동계곡 자세히 보기



자연 속에서 살고픈 옛 선비 마음 가득한 ‘거연정’


  1. 위. 거연정의아름다운 자태
  2. 아래. 녹음의 숲과 연못
  3. 우측 . 건너편에서 바라본 정자의 전경


화림동계곡 최고의 선경이라 칭송받는 거연정(居然停).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옛 선비의 마음을 표현한 이름 그대로의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짙푸른 연못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거연정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화림교라는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철제로 된 다리라 사람이 지나갈 때 마다 쿵쿵 소리가 나서 약간 신경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검푸른 연못과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들, 기암괴석들의 기묘함에 반해 눈을 떼지 못한다. 강 가운데 바위 위에 수백년 동안 모진 풍파를 견뎌낸 거연정의 자태 역시 신비롭기 까지 하다. 옛 선비들은 정자 앞을 흐르는 물을 가리켜 방화수류천(訪花隨柳川)이라 불렀다 한다. 과연 자연과 동화되어 살고 싶어 풍류객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듯 하다. 모든 정자가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거연정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보다 건너편에서 지긋이 바라보는 전경이 훨씬 아름답다.


울퉁불퉁 바위에 올라선 무채색의 ‘군자정’


거연정과 150m 거리를 두고 또 하나의 정자가 서 있는데 바로 군자정이다. 소박하고 아담하면서도 오랜 나무의 결이 살아있어 고풍스러움이 물씬 묻어난다. 군자정은 조선 성종 때의 성리학자인 정여창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1802년 후세사람들이 세웠다고 한다. 가만 보니 울퉁불퉁한 바위에, 정자를 받치고 있는 다리의 높이가 들쭉날쭉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본연 모습 그대로 지켜나가려는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자 주변에 큰 도로가 나고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고즈넉한 정취는 느끼기가 어렵다. 군자정에서 잠깐 숨을 돌린 뒤 다시 동호정으로 가보자.


해를 가리듯 거대한 차일암을 마주한 ‘동호정’


  1. 위. 낙락장송 속 정자
  2. 아래. 도끼로 홈을 판 계단
  3. 우측. 화려한 단청



화림동계곡 정자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함을 자랑하는 동호정. 서하면 쪽으로 더 내려가다 보면 차일을 덮은 듯 냇물의 가운데 수백 명이 앉을 만큼 바위섬으로 넓게 펼쳐진 암반, 그 앞에 동호정이 서 있다. 암반은 이름 하여 차일암. 해를 가릴 만큼 넓은 바위란 뜻이다. 담록색의 못에 다리를 담근 정자보다도 눈에 확 들어오는 차일암 곳곳에는 노래를 부르던 곳, 술을 마시며 즐기던 곳, 악기를 연주하던 곳 등이 음각되어 있다. 옛 양반들이 계곡 가까이에다 차일을 쳐놓고 풍류를 즐겼던 바위기 때문이라 한다. 동호정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등에 업고 신의주까지 피란을 갔던 장만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지었다는 정자. 화려한 단청이 특징이다. 정자를 오르기 전에 나무계단도 도끼로 통나무 홈을 파서 만들어 이채롭다.


휘영청 달 밝은 밤, 한잔 술로 달을 희롱하는 ‘농월정’


1978년 고려 개국공신인 배현경의 후손들이 건립한 경모정을 지나면 수많은 너럭바위들로 가득 차 있는 농월정을 만난다. 농월정은 이름 그대로 계곡에 비치는 달을 희롱한다는 뜻. 허나 아쉽게도 농월정은 지난 2003년 화재로 흔적조차 없어졌기에 관광지 입구 안내판 사진으로만 겨우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상상하건데 그곳에 아직 정자가 남아있다면 달 밝은 날 그곳에 앉아 달 바위에 흐르는 물이 달빛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 달 뿐만 아니라 그곳에 가 있는 모든 이들을 유혹하기 충분 할 듯 하다. 비록 정자는 불타 없어졌지만 계곡 가득 펼쳐진 아름다운 너럭바위의 모습에, 옥같이 넉넉하게 흐르는 물에, 울창한 소나무숲의 멋스러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옛 선인들이 시문을 주고받으며 풍류를 즐겼던 흔적이 배어 있는 화림동 계곡.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벗 삼아 풍류를 즐겼을 그들이 샘이나 기자 역시 그 계곡, 그 그늘, 그 정자에 척 드러누워 본다. 그렇다. 무명저고리 하나 입고 있을지 언정 음풍농월을 잊지 않았던 그 양반들이 이 아름다운 유혹을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니 어쩌면 그 유혹에 기꺼이 취해 일부러라도 발을 묶어두고 싶다는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니 말이다.


<함양의 비경 더 엿보기>


정자라고 하면 용추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이라고도 불리는데 바로 이곳에 심진동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심원정이 있다. 유학자 돈암 정지영이 노닐던 곳에 그 후손들이 고종 3년에 세운 것으로 수수하고 고풍스런 정자에 오르면 마음까지 맑아진다는 청신담과 층층이 포개진 화강암 무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심원정을 지나 더 들어가면 화난 용이 몸부림치듯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품은 용추폭포도 있다. 용추계곡의 깊은 곳에서 모이고 모여서 이룬 물이 용호로 떨어지니 이곳에 서면 여름더위는 어느새 잊혀지고 만다.


☞ 용추계곡 자세히 보기


지리산에서 가장 긴 계곡이자 험난한 산세를 가지고 있지만 수려한 경관으로 우리나라 3대 아름다운 계곡에 속하는 칠선계곡. 칠선계곡이 드디어 10년간의 안식년을 끝내고 지난 5월 5일 개방되었다. 지난 1999년 훼손된 자연복원을 위해 전체 구간 9.7km 중 비선담에서 천왕봉 5.8km 구간의 출입이 금지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개방된 구간은 지리산 계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곳. 계곡을 따라 칠선폭포와 대륙폭포, 선녀탕이 자세를 뽐내고, 칠선계곡에서 비경이 가장 빼어나다는 옥녀탕도 수줍게 속살을 내보인다. 칠선계곡은 탐방 예약가이드 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예약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여행안내에서)


☞ 칠선계곡 자세히 보기


정자와 더불어 함양에서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단연 상림숲. 최치원이 함양의 태수로 와서 조성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상림 숲의 아름다움은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일년 내내 그 절경을 맛볼 수 있다. 특히나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옆으로는 수정처럼 맑은 위천이 흘러 탁족을 하기에도 좋다. 깊어가는 여름날,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뒤덮은 상림 숲을 거닐면 소리 없이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 상림숲 자세히 보기


상림 숲에 들렸다면, 꼭 한번 드라이브해보아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지안재와 오도재를 차로 넘어 지리산으로 드는 코스다. 함양읍에서 마천면의 칠선계곡으로 가는 도중의 고개인 오도재는 함양의 옛 사람들이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 괴나리봇짐을 지고 넘었던 험한 길이었다. 특히나 오도재는 구절양장 ‘S’자 꼬부랑 도로가 명물이다. 마치 가는 뱀이 일곱 굽이를 치는 모습은 입이 떡 벌어 질 지경. 오도재 정상에서 마천방면으로 내려오다 보면 지리산조망공원이 있다. 정자각이 있어 풍광을 감상하여도 좋고, 그냥 쉬기에도 좋다.

☞ 오도재 자세히 보기

칠선계곡 초입에는 수많은 부처들을 암굴형의 바위벽에 새겨놓은 정교한 조각이 백미인 서암정사가 있다. 장엄한 지리산의 산세를 배경으로 불교예술의 화려함과 웅장함이 과히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찰 입구에는 불교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광문이, 바위에 조각된 사천왕상을 지나 도량안으로 들어서면 아미타여래가 주불이 되어 극락세계를 형상화한 석굴법당이 있다. 도량 위편에는 광명운대, 사자굴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자연의 암반에다 굴을 파고 조각을 함으로서 사찰 자체가 마치 잘 꾸며놓은 하나의 조각공원 같다.

☞ 서암정사 자세히 보기


<여행 즐기기>

◎ 화림동계곡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고속도로 - 서상 IC - 서하 - 화림동 계곡

◎ 용추계곡 찾아가는 길

*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서상IC - 안의방면 국도 26호 - 안의면소재지 - 용추계곡

◎ 칠선계곡 찾아가는 길

* 대전 - 통영 간 고속도로 - 88올림픽고속도로 함양나들목 - 함양읍내 - 남원 방면 24번 국도 - 남원시 인월면 - 60번 지방도 - 실상사 앞 -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 지리산국립공원 칠선골지구

☞ 칠선계곡 탐방 신청 방법

5월과 6월, 9월과 10월 등 1년에 넉 달 동안 만 인원을 40명으로 제한해 매주 2차례 개방하기로 하는 탐방 예약가이드 제를 실시한다.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해야 한다. (문의: 지리산사무소 함양분소 055-962-5354 )

◎ 서암정사 찾아가는 길

경부(중부)고속도로 - 대전~통영간고속도로 - 함양JC- 88고속도로- 함양 나들목 - 서암정사

◎ 상림숲 찾아가는 길

*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 88올림픽 고속도로 함양나들목 - 함양읍내 - 상림

◎ 숙박

우수숙박업소 굿스테이로 지정된 마천면 느티나무산장(055-962-5345), 함양읍에 있는 엘도라도모텔(055-963-9449), 안의면에 있는 용추펜션(055-964-0708), 상림숲 입구에 있는 별궁모텔(055-963-7980~1)을 이용하면 된다.

◎ 함양 관광안내 및 문의

*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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