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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물 위에서의 하룻밤, 부산 크루즈 여행 등록일 : 2008-06-18 11:35

삼시 세 끼 밥은 굶을 수 있어도 노는 낙은 포기할 수 없다는 풍류객들. 그들이 단연 으뜸으로 꼽는 놀이가 뱃놀이다. 잔잔한 물 위에 배를 띄우고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겨 유람하는 멋과 풍류. 자, 이제 스타일리시한 현대판 뱃놀이, 부산 크루즈 여행이 시작된다.

Why Cruise
사실 크루즈 여행은 올 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순항하는 크루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내가 이토록 크루즈 여행에 심취한 이유는?

바로 드레스 코드에 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지만 사진 속 내 모습이 헝클어진 머리에 구겨진 면바지 차림이라면 과연 제대로 남은 사진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껏 멋을 부린 후 유유히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두 손에는 클러치백 하나만 달랑 들고 있어도 되니 스타일리시함 그대로다. 또 하나는 선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숙소, 식사, 일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필요한 것은 오로지 나를 꾸며줄 드레스와 진심으로 크루즈 문화를 즐기겠다는 마음 하나면 족하다.

여행이란 낯선 장소에 가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러브로스트 빈티지 트렁크에 드레스와 비키니, 늦은 밤 무료함을 달래줄 책 한 권만을 달랑 담은 채 이른 아침,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랐다.


Real Journey
토요일 오후 4시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앞. 시간이 다 되었는지 뱃고동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뱃고동 소리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 안녕, 안녕.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정말 떠난다. 안녕, 안녕. 잘 다녀올게요. 잔잔한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따사로운 햇살, 뱃머리에 부서지는 파도, 갑판에 누워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늘씬한 미녀들 사이를 스쳐 날아가는 갈매기들….

싱가포르에서의 크루즈 여행을 상상하며 배 앞머리로 향했다. 배가 출렁인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5월의 부산은 세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꽤 매섭다. 이날도 몰아치는 파도로 크루즈 운항이 취소될 뻔 했다. 핑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프런트로 달려가 멀미약을 구입했다.

선실로 들어가자마자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창문 너머의 푸른빛 바다를 보자 요상하게 기분이 붕붕 떠오른다. 창문이 없는 선박 내측 선실이나 창문이 열리지 않는 선실에 묵었더라면 폐소 공포를 피하기 위해 일정 내내 수영장 옆 비치 체어나 카페의 폭신한 소파를 침대 삼아 떠돌아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곧바로 클러치백에 승선 카드와 방 열쇠만 달랑 넣고 밖으로 나갔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콧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묘한 만족감이 전신으로 퍼졌다.


배에 승선한 뒤 저녁식사 전까지는 오륙도, 조도, 태종대 등 해안 절경을 감상하는 시간. 배는 느긋하게 움직이지만 바닷바람은 삼킬 듯 달려와 온몸을 때리고 갔다. 거짓말 안 하고 얼어죽을 만큼 서늘하다. 역시 부산 바람은 당할 자가 없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주섬주섬 캐시미어 카디건을 꺼내 입었다.

배가 조도를 끼고 돌자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가 덤으로 쫓아온다. 오륙도를 뒤로 한 채 뱃머리를 크게 돌리자 이번엔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태종대가 반긴다. 이렇게 배는 해안의 서쪽 끝으로 갔다. 사하구 다대동 몰운대. 이곳에서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배가 잠시 숨을 돌렸다. 부산 크루즈 일정 중 연안에서 가장 멀리 가는 것이라지만 해안 풍경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저녁 9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선상 이벤트 중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불꽃 쇼가 갑판 위에서 시작됐다. 바다 한가운데에서의 선상 불꽃축제는 지상에서의 그것보다 특별하기 때문일까?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 선상의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시작됐다. 해운대 인근에서 동암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즐기기 위해서다. 여객 터미널로 다시 돌아온 시각은 오전 8시. 하선 준비를 마치고 오전 9시부터하선을 시작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7시간 동안의 낭만적인 부산 크루즈 여행과의 작별을 고할 시간이었다.


추천 크루즈 여행 코스
- 부산 연안 1박 2일
부산 제1부두 ▶ 조도 ▶ 태종대 ▶ 몰운대 ▶ 오륙도 ▶ 해운대 ▶ 광안대교 ▶ 해운대 ▶ 오륙도 ▶ 부산 제 1부두 주말에만 운항하는 원 나이트 크루즈로 부산 연안의 해안을 둘러보는 코스다. 짧은 일정으로 기항지 투어는 없으나 바다 한가운데서 부산의 아름다운 절경과 야경을 감상하기에 그만.
- 남해안 연안 3박 4일
부산 해운대 ▶ 전남 여수 ▶ 경남 진해 한려수도를 가로질러 여수까지 갔다가 진해를 거쳐 부산으로
귀항하는 일정. 선상에서 사흘 밤을 지내고 기항지 관광은 여수와 진해에서 이틀간 즐긴다. 크루즈에 자동차를 싣고 다니다 중간 기항지에서 멈추면 자신의 차량으로 육상 관광을 할 수도 있다.

NG! 크루즈에서 주의할 사항
1 멀미약 챙기기 부산의 파도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출렁이는 파도에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니. 크루즈 데스크에서 1000원에 판매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예방하려며 승선 30분 전, 미리 마시는 것이 좋다.
2 술 반입은 No 비행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행기 탈 때, 술 반입이 가당키나 한가. 크루즈 승선도 마찬가지로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크루즈 내에 술을 판매하는 바bar는 물론 편의점이 갖춰져 있다.
3 한여름에도 두꺼운 점퍼는 필수 5월의 바닷바람, 얼마나 매섭나 하면 한겨울을 떠올리면 된다. 6・7・8월도 마찬가지.
4 주민등록증, 승선 카드 승선 카드가 있어야 크루즈 승선과 하선이 가능하다. 나를 증명하는 신분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크루즈 내에서 인터넷 사용, 편의점 쇼핑 등의 결제가 가능하다.


DATA
cruise 2만2000톤의 대형선박인 펜스타페리는 총 길이 160m에 높이 25m, 최대 승선인원이 550명이다. 특히 최대 시속 47km로 동급 선박 중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배로도 알려져 있다.
price range 가격은 객실 타입별, 시즌별로 다르다. 객실은 호텔 같은 침대실과 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4인실 등을 갖추고 있다. 주니어 스위트 15만3000원, 발코니 스위트 31만6800원 tel 051-464-6400
댓글(1)
  • 2008-06-18 14:42

    부산에 저런게 있었네요..가격은 다소 부담스
    부산에 저런게 있었네요..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네!! ㅎㅎ 여수도~코스에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좋아요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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