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추천맛집

순천 대대 갈대촌 ‘보리밥’ 등록일 : 2009-01-16 08:59


순천만 푸른 기운 먹는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어김없이 정지(부엌) 찬장 뽀짝 옆에 대나무 소쿠리가 매달린다. 그 소쿠리 안에는 늘 거무스름한 보리밥이 담겼는데, 한여름 마당가에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내다보이는 마루 위에서 보리밥에 물 말아 신김치 척 걸쳐 먹는 점심은 덥다는 생각도 안날 정도였다.

풋고추에 된장 콕 찍어도 맛나고, 까실까실한 여린 열무 잎 쌈도 좋았다.


어린 시절 추억 탓인지 보리밥하면 늘 여름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보리밥하면 산이 생각난다. 땀 쫙 빼고 산 아래서 먹는 보리밥 맛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터.


허나 비단 여름이라서, 등산 후라서 보리밥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푸짐한 나물 반찬과 든든한 보리밥 한 그릇은 싼 값은 물론 기운 보충하기에도 그만이다.

사시사철 어디에서나 보리밥에서는 푸른 기운이 느껴진다. 고슬고슬 보리밥에 조물조물 무친 갖가지 나물, 고추장, 참기름 얹어 보리밥을 먹어보자. 추위 탓에 자꾸만 움츠러드는 요즘, 푸른 땅 기운 받아보자.

[사진설명 : 보리밥 비벼, 돼지고기볶음 얹어 싸먹는 쌈. 볼이 미어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내는 보리밥 한상
볼테기 미어터지는 든든함


순천의 관광명소 순천만. 때문에 서울에서 경상도에서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낯선 곳에 가면 꼭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듯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들도 순천만 주변의 맛집을 찾아 들어선다.


“순천만 하면 사실 민물장어가 유명합니다. 저희도 민물장어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 장어 가격 때문에 주춤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놀러 와서 거기 음식 한번 못 먹고 가면 서운하잖아요.

그래서 보리밥을 시작했습니다. 값싸고 든든하고 남도 음식 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것이 보리밥이더라고요.”


갈대촌 대표 서용철(42ㆍ순천시 대대동)씨는 주머니 사정 탓에 여행지 음식 맛도 못 보고 그냥 돌아서는 이들을 위해 보리밥을 추가했다. 남도 손맛 느낄 수 있는 갖가지 나물에 젓갈, 조림이면 순천을 알리기에도 부족함이 없겠다.

∥ 직접 농사지은 보리쌀로 내는 보리밥
보리밥의 기본은 보리. 갈대촌에서는 직접 농사 지어 키운 보리쌀로 보리밥을 낸다. 그러니 모종 때부터 밥을 지어 상에 올릴 때까지 그 정성이 대단하다.


“고향이 이곳 대대예요. 부모님은 여전히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시죠. 부모님이 정성으로 농사지은 보리로 밥을 지으니 그 정성 덕이라도 더 맛있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보리를 먼저 삶는 일도 어머니가 도와주신다. 보리를 쌀과 함께 넣고 밥을 짓지 않고 먼저 삶기 때문에 보리밥이 입안에 거슬리지 않는다. ‘톡톡’ 재미있게 씹히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은 이렇게 보리를 먼저 삶아두기 때문.


야채는 서용철씨가 맡는다. 농수산물시장의 중매인이기도 해 좋은 야채를 공수해오는 것은 날마다 그의 몫. 때문에 좋은 야채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제철에 나는 야채를 가장 먼저 맛볼 수도 있다.

상에 오른 파릇파릇 향긋한 봄 냉이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밖에 상에 오르는 수산물은 순천 역전 시장을 이용한다. 음식 간의 기본인 소금도 천일염을 사다두고 쓴다.

[사진설명 : 보리밥 기본 상차림. 나물은 물론이고 상 가운데 생선구이, 된장찌개, 돼지고기볶음, 고등어조림 등은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다.]

∥ 고사리ㆍ도라지ㆍ시금치 나물의 향연
보리밥은 반찬과 따로따로 먹어도 맛나지만 고추장에 나물 넣어 슥슥 비벼 여린 배추 속잎에 젓갈 조금 얹어 볼 터져라 싸먹으면 그 맛이 또 그만이다.


갈대촌 보리밥상 위에 차려지는 나물 반찬은 예닐곱 가지. 계절에 다라 다르지만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시금치 등이 오른다. 요즘 막 나오기 시작한 냉이를 먼저 맛볼 수 있어 반갑다.


비빔밥이야 뭐 있는 나물에 고추장 넣고 대충 비비면 될 것 같지만 맛의 ‘조화’를 고려해야 제대로 된 맛이 나는 것이 비빔밥이다.

집에서 대충 비빔밥을 해 먹을 때 지나치게 짜다 싶은 것은 그 조화를 못 이뤘기 때문이다. 이 조화를 위해 갈대촌의 나물들은 간이 세지 않다. 날마다 새로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굽고, 조리고 하기 때문에 맛이 신선한 것도 비결.


한겨울 제철을 맞은 굴을 무쳐낸 굴 무침과 새콤한 오징어무침도 맛깔나다. 상 한가운데 올려지는 돼지고기제육볶음과 고등어무조림, 꽁치ㆍ조기를 구워 낸 생선구이, 시원한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상 가운데 모인 4총사는 보기만 해도 배가 두둑해진다.


상추 위에 배춧잎 얹고 그 위에 비빔밥, 돼지고기볶음을 싸 먹는다. 볼이 미어진다. 입안에 밥이며 고기, 야채들이 자작해질 때쯤 된장찌개 국물을 떠먹어 보자. ‘아,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댓글(1)
  • 2009-01-16 13:41

    진짜 푸짐하다, 언제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진짜 푸짐하다, 언제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