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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광양 맛집···‘고려막창구이’ 등록일 : 2009-01-27 23:28

“막창에 소주 한잔 어때?”

퇴근시간 30분을 남기고 건너편 책상에 앉은 차장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친구에게 혹은 동료에게 단체문자를 보낸 지 1분도 되지 않아 핸드폰이 진동한다.
“좋아. 거기서. 누가 더 오냐?”


“무조건 콜.” “몇 시에?”
이런 비밀스런 문자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멤버가 모인다.

여름이고, 장마철이다. 퇴근 후에 부담 없이 모여 한잔하고 갈 상대가 생긴다면 어딜 가겠는가? 하루 종일 여기서 채이고 저기서 깨지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비까지 오는 날이면 그냥 집에 들어가긴 아쉽다.


눅눅한 장마 같은 스트레스를 풀어 헤칠 사람들과 함께 가볼 만한, 먹어볼 만한 막창구이를 소개 하려고 한다.


메뉴가 간판처럼 막창구이 단 하나인 장천동에 ‘고려막창구이’ 는 소박하고 털털한 친구끼리 혹은 지인끼리 한데 어울리기 좋은 곳이다.

소주잔 오고가는 아곳 풍경
우정으로 굽는 막창

장천동 로얄호텔에서 시외버스 공용터미널로 이어진 골목길엔 갖가지 음식들로 손님들을 유혹하는 식당가다.


그 중에서 한눈에 봐도 북적거리는 가게를 찾을 수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고려막창구이‘ 다.
이곳을 소개시켜준 지인도 지나가다 보면 손님 많은 가게라서 금방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장마 비에 우산을 쓰고 어둑해질 무렵 좀 이르다 싶게 찾아 갔지만 발 빠른 손님 몇 팀이 벌써부터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에 먹을 만한 음식으로 막창구이의 인기는 대단했다.
취재를 시작한지 30분도 안 됐는데 가게 안에 테이블엔 손님들로 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다 그곳에 3년째 드나들고 있다는 단골손님들과 합석을 하게 됐다.
요즘은 택시도 합승을 잘 안하는데 식당에 와서 합석이라니,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과 동석을 했다.


취재 중에 합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곳에 오는 손님의 표정과 맛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오히려 횡재를 했다고 보아야 한다.


덕월동에서 사는 신 아무개씨(34세)와 박 아무개씨(36세)는 퇴근하고 소박하게 먹으면서 얘기할 곳으로 이곳을 추천한다.


“서민적이고 부담 없이 먹고 얘기할 수 있는 곳이죠. 한번 오면 세판(3인분)은 기본으로 먹고 가죠. 특히 이집 이모는 오이 무침도 맛나게 잘해요.”


테이블은 예전 신작로 옆에 있던 주막집의 그것과 꼭 닮았다.
동그란 철재 식탁 가운데 구멍을 뚫고 그전에 연탄불을 넣었지만 지금은 숯불로 막창을 굽는다.


지글거리는 석쇠에 막창이 구워질 때면 벌써부터 한잔 들이킨 소주와 이야기 꺼리에 취해 있는 건 예전 그 주막집이나 여기 막창구이집이나 매 한가지다.


활달한 신씨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던 박씨도 금세 말을 튼다.
사진 찍는 것을 지켜보다가 젓가락 모델도 자청해 주고, 12살짜리 아들 이야기로 말문을 열게 되는 곳이다.


“언니야, 진짜 좋다. 알지? 알았냐? 몰랐냐?”
단골손님 신씨와 박씨 사이에서 알듯 모를 듯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사진 찍고 있는 사이 막창구이 맛을 보라고 연신 젓가락도 오가고, 소주잔도 오가는 막창구이집 풍경이다.숯불에 고소하게 구워진 질긴 막창을 씹어가며 이들은 우정을 굽고 있다.

대물림의 시작
93년에 시작해서 15년을 이어온 이곳은 황인금(53세, 장천동)씨는 터전이다.
(구)시네마극장 뒤편에서 처음 시작해서 작년 11월에 이곳에 분점을 열고 두 곳을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본점이 있는 곳은 골목길 옆 노상에 탁자를 내놓고 탁 트인 공간에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운치가 있는 곳이다.

“양념도 잘 베야하고 굽기도 잘해야 맛있째.”
마늘, 양파 등 갖은 양념을 재서 하루정도 숙성을 시켜야 구을 때 제 맛이 난다는 막창구이는 굽기 전엔 보기에 좀 거시기해도 막상 굽고 난 후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자꾸 찾게 되는 음식이다.


“글씨, 앞으로 이 가게를 아들한테 물려 줄 생각인께 물려 줄 때까지는 잘하다가 줘야 것째.”하는 한마디 속에 황씨의 가게 사랑과 포부와 바람이 함께 묻어난다.


퇴근시간 직장상사의 눈길을 피해 퇴근에 성공했다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막창구이집을 찾아보자.


안주 삼아 막창구이를 씹으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와 두터운 우정도 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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