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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등록일 : 2008-06-26 09:01
불혹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로 데뷔한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2006년 <쉬!> 이후 2년 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은 2007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식당의자’를 비롯해 총 59편의 시를 엄선해 실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한적한 산중 폐가에서 나는 사람의 짙은 향기를 그려낸다.
시인이 그려낸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이 빚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살을 섞고 살아가는 풍경에서 시인의 사람은 완성된다. 그리고 그 풍경은 절반이 축축한 그늘이다.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이 그 그늘을 햇볕에 내어 말리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인이 그려낸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이 빚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살을 섞고 살아가는 풍경에서 시인의 사람은 완성된다. 그리고 그 풍경은 절반이 축축한 그늘이다.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이 그 그늘을 햇볕에 내어 말리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인수의 시는 꿈틀댄다. 눌러도 꿈틀댄다. 드믄 경우지만 끄트머리가 좀 언어유희적인 냄새를 피우는 시가 있어도 역시 꿈틀댄다. 살아 있는 시는 꿈틀대는 것이다. 그러나 말의 기술과 동력만으로 꿈틀대는 것은 아니다. 꿈틀대는 삶의 현장이 전신으로 따라붙어서 그런 것이다. 예를 들자면 도처에 널려 있겠지만, 스페이스가 스페이스인 만큼, ?만금이 절창이다? 뒷부분만 살펴보자. 만금 갯벌에서 썰물 때 주로 늙은 여자들이 조개 주우러 들어갔다가 밀물 때 “무척추동물 배밀이”처럼 긴 줄 지어 힘들게 빠져나와 짐을 부리는 장면이다.
흑백
무성영화처럼 내내 아무런 말, 소리 없다. 최후처럼 쿵,
트럭 옆 땅바닥에다 조갯짐 망태를 부린다. 내동댕이치듯 벗어놓으며 저 할머니, 정색이다.
“죽는 거시 낫겄어야, 참말로” 참말로
늙은 연명이 뱉은 절창이구나, 질펀하게 번지는 만금이다.
문인수가 몇년 전 동백꽃 지는 섬진강을 노래할 때도 ‘절창’이 절창이었지만, 절창과 거리가 먼 것 같은 이 고통스런 정경 속에서도 ‘절창’이 얼마나 절창이 되는가?
문인수에게는 다른 말이 필요없다. 꿈틀거리며 질펀하게 번지는 절창 시편들을 직접 만나면 될 것이다. - 황동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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